[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추락하는 고양이는 날개가 없다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추락하는 고양이는 날개가 없다
  • 남예림 24시 해마루동물병원 내과 팀장 |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8.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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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예림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내과 팀장
남예림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내과 팀장

 

■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괜찮을까?

고양이의 놀라운 균형 감각과 착지 능력은 널리 알려졌다. 이에 비해 추락으로 발생하는 다양하고도 심각한 질환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필자가 지인에게 고양이가 추락 사고로 피를 흘리며 내원했던 일을 얘기했더니 지인이 ‘고양이도 높은 데서 떨어지면 다치는구나.’ 하며 놀라워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이다. 생명체는 날개가 없는 한 떨어지면 다칠 수 있다.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으려면 추락하는 동안 충분히 몸을 돌릴 수 있을 만큼 시간 여유가 있어야 하고, 크게 다치지 않을 정도 높이에서 떨어져야 하고, 흙이나 풀숲 같은 푹신한 바닥으로 착지하는 등 여러 행운이 겹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크고 작은 부상은 물론 어쩌면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심각한 쇼크까지 발생할 수 있다. 오죽 이런 고양이 환자가 많았으면 ‘고양이 고소 추락 증후군’이라 이름 붙은 용어가 있을까. 필자 역시 응급실에서 아파트 같은 높은 건물에서 떨어져 턱이 골절되거나 폐의 좌상(외부 상처 없이 내부 조직이 손상된 상태)으로 호흡이 가빠져 내원하는 고양이를 종종 접할 수 있었다.

■ 고양이 고소추락증후군(High-rise syndrome)이란?

고양이가 2층 이상 높은 곳에서 떨어져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을 통칭해 고양이 고소추락증후군이라 한다. 몸을 착지하기 좋은 자세로 충분히 돌리기 전에 바닥에 떨어지면 턱이나 가슴, 사지, 복강 내에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는 높이라고 하더라도 나뭇가지나 지붕에 부딪혀 다칠 수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더라도 내부 장기의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추락 환자는 반드시 동물병원에 내원해 수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호기심 많고 천방지축(?)인 어린 고양이가 창문이나 발코니 근처에서 장난치다가 발을 헛디디거나 창밖에 있는 곤충, 새 등에 이끌려 미끄러지면서 추락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한 연구 논문에 실린 통계에서 2살 미만 고양이에게 압도적으로 고소추락증후군이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10살 이상 고양이도 사고가 난 경우가 있었으니 보호자는 반려묘의 나이만 믿고 안심해선 절대 안 된다!)

나이별 고양이 고소추락증후군 발생 분포(사진출처=Vnuk D. et al. Feline high-rise syndrome: 119 cases (1998-2001). J Feline Med Surg. 2004 Oct;6(5):305-12.)
나이별 고양이 고소추락증후군 발생 분포(사진출처=Vnuk D. et al. Feline high-rise syndrome: 119 cases (1998-2001). J Feline Med Surg. 2004 Oct;6(5):305-12.)

계절 변화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크로아티아에서 조사한 통계를 보면, 추락 사고는 날씨가 따뜻한 3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7~8월 여름에 가장 많이 나타났다. 추운 겨울에는 창문도 꽁꽁 닫아두고 고양이도 추워서 발코니에 잘 나가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월별 고양이 고소추락증후군 발생 분포(사진출처=Vnuk D. et al. Feline high-rise syndrome: 119 cases (1998-2001). J Feline Med Surg. 2004 Oct;6(5):305-12.)
월별 고양이 고소추락증후군 발생 분포(사진출처=Vnuk D. et al. Feline high-rise syndrome: 119 cases (1998-2001). J Feline Med Surg. 2004 Oct;6(5):305-12.)

일반적으로 6~7층 이상 높이에서 떨어지면 오히려 착지할 수 있도록 자세를 취할 시간 여유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7층 이상 높이에서 떨어질 때 더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는 통계 분석도 있으므로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고 안심하지 말고 꼭 동물병원에 내원해서 전신 상태를 체크받는 것이 좋다.

■ 높은 곳에서 떨어진 고양이에게는 어떤 일이 나타나는가?

눈에 보이는 부상은 대표적으로 사지, 흉부, 경구개, 두개, 치아에 나타나며 부상 종류는 탈구나 골절 등이다. 이외에 겉으로는 상처가 없더라도 기흉, 폐 좌상으로 가쁜 호흡을 보이거나 복강 장기나 척수의 손상으로 쇼크, 마비, 의식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마비로 다리를 쓰지 못하거나 목을 가누지 못하는 증상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목과 허리를 받치고 동물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응급처치를 받게 되면 생존율이 최대 90%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 고소추락증후군을 예방할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 항상 외출하기 전에 창문을 닫아 두는 것을 잊지 말자. 호기심이 많은 천방지축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면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지 않은 한 항상 닫아 두도록 하자. 방충망만 닫아두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특별히 고안된 튼튼한 방충망이 아니라면 고양이가 손쉽게 뜯어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두 번째, 창문이 높은 곳에 있어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창문 주변에 고양이가 디딜 수 있는 가구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위치를 옮겨 두는 것이 좋다.

세 번째, 내 고양이의 균형감각을 너무 믿지 말자. 고양이도 가끔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창문틀에서 자다가 잠결에 몸을 움직여 미끄러지거나, 안팎에서 나는 갑작스러운 큰 소리나 예상치 못한 움직임에도 매우 놀라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사고는 늘 괜찮겠지 하는 순간에 생긴다.

고양이 고소추락증후군은 예방만 잘해도 100% 막을 수 있다. 모든 고양이가 안전하게 우리 곁에서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도록 실내 안전에 신경 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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