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백혈구의 갑작스런 반란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백혈구의 갑작스런 반란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
  • 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대표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10.1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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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우리집 강아지가 영 기운이 없고 창백해 보여요.”

두 가지 증상만 들어도 딱 떠오르는 질환이 있다. 바로 빈혈이다. 강아지도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적거나 기능을 제대로 못 하면, 즉 신체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다면 빈혈이 나타난다.

빈혈은 골수에서 적혈구를 잘 만들어내면 재생성, 그렇지 않으면 비재생성으로 구분한다. 비재생성 빈혈은 전신적인 이상으로 서서히 진행한다. 보통 건강검진을 하다 다른 질환(만성염증, 종양, 만성신부전, 갑상선기능저하증, 애디슨증후군 등)과 함께 우연히 발견된다.

반면에 재생성 빈혈은 빠르게 진행한다. 대표적인 원인은 출산, 교통사고, 낙상, 위궤양, 기생충 감염 등에 따른 출혈이며 그다음으로 흔한 원인은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이다.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은 신체를 지키는 백혈구가 느닷없이 반란을 일으켜 같은 편인 적혈구를 마구 공격하는 질환이다. 급격하게 적혈구 수치가 줄어 빈혈이 일어나는 것이다.

원인은 약물 사용에 따른 부작용, 종양, 심각한 감염 등이 있으며 원인을 밝혀낼 수 없을 땐 원발성으로 진단한다.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은 원발성이 대부분이다. 시츄, 푸들, 코카 스파니엘, 몰티즈, 골든 리트리버, 올드 잉글리시 시프도그, 아이리시 세터에게 잘 발병하며 암컷의 발병률은 수컷의 3~4배다.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이 발생하면 입술, 잇몸, 눈가 등이 창백하게 보인다. 적혈구 파괴로 노란 빌리루빈(적혈구가 죽어서 비장과 간에서 분해될 때 만들어지는 담즙색소)이 다량 생산돼 황달이 나타난다. 이밖에 무기력, 구토, 설사, 식욕부진, 혈색소뇨(파괴된 적혈구에서 방출된 혈색소가 여과돼 나온 소변) 등이 나타난다. 뇌가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혼절하기도 한다. 발병 후 2주 안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아 빠른 진료가 무척 중요하다.

치료는 여러 가지 면역억제제를 써서 백혈구의 반란을 진압하는 데 중점을 둔다. 단 면역억제제는 독성이 많아 적용 시 정기적인 혈액검사로 관리해야한다. 빈혈이 심할 때는 수혈로 약물반응이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한다. 보통 1회에서 많게는 4회 정도 농축 적혈구 수혈이 필요하며 적시에 수혈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적혈구 응집에 따른 혈전을 예방하기 위해 항혈전제 투여와 수액 요법을 시행한다. 또 조직 저산소증을 치료하고자 산소 공급이 이뤄진다. 적혈구가 파괴되지 않는 상태까지 호전되면 치료를 마무리한다.

다시 말하지만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 발병 후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자칫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강아지에게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동물병원을 찾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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