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 CT 검사, 이럴 때 필요해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 CT 검사, 이럴 때 필요해요!
  • 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영상의학 부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10.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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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영상의학 부장
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영상의학 부장

 

지난 칼럼에서 MRI와 반려동물이 MRI를 촬영해야 하는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다수의 독자에게 익숙하고 현재 많은 동물병원이 도입하고 있는 CT에 관해 설명하겠다.

CT는 Computed Tomography의 약자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전산화 단층 촬영이다. 엑스선을 환자의 몸에 조사하고 이를 컴퓨터 처리를 이용해 단면으로 영상화하는 방식이다. 사람에게는 상당히 자주 하는 영상촬영 기법의 하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단어일 것이다.

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CT 보유 동물병원 수는 굉장히 빠르게 늘어났다. 2014년 전국 동물병원의 CT 대수는 16대였으나 2018년 그 3배 가까운 47대로 늘어났고(출처: 2018년도 동물병원 방사선 발생장치 관리현황 및 방사선 관계종사자의 개인피폭선량 연보), 이렇게 CT를 도입하는 동물병원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보호자들 또한 반려동물의 CT 촬영을 더 자주 접하게 돼 이를 생소하게 여기지 않게 됐다.

2014~2018년 동물병원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유형별 분포
2014~2018년 동물병원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유형별 분포

그렇다면 어떤 때 반려동물에게 CT 촬영이 필요할까?

대표적으로 노령 반려동물들의 종양성질환을 들 수 있다. 동물병원의 의료 수준이 높아지고 사람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반려동물의 평균수명은 이전보다 증가했다. 따라서 이전에는 잘 발견되지 않았던 반려동물의 노령성질환이 상당히 많아졌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종양이다. 종양은 그 크기가 매우 커지거나 주변 장기로 퍼지기 전에 빠른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게 관건이다.

이 질환은 몸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데 보통 복강 안에 생긴 종양은 복부초음파로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커진 종양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알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때는 그 유래를 찾기 위해 CT 촬영이 유용하다. 유래뿐 아니라 주변 장기로의 침습, 전이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어 종양에 대한 전반적인 환자의 상태 평가를 할 수 있는 상당히 유용한 검사방법이 될 수 있다. 초음파는 뼈와 공기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뼈로 감싸여 있는 조직(비강, 뇌)이나 공기를 다량 함유한 조직과 그 주변 조직(폐, 흉강 내 식도, 혈관 등의 장기)의 평가가 상당히 어렵고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창의 크기가 작아 매우 큰 종양은 그 크기와 경계를 명확히 확인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해당 부위의 종양이나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에겐 CT 검사를 추천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내용과 일부 중복된 내용이지만 폐를 평가하기 위해서도 CT 검사가 유용하다. 일반 방사선 촬영은 초음파와는 달리 흉부 전체, 복부 전체를 사진 한 장으로 나타낼 수 있어 전반적인 스크리닝 검사로서 매우 유용하다. 이 때문에 종양이 있는 환자의 폐 전이 모니터링, 폐 질환 평가를 위해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방사선으로 확인할 수 있는 폐 전이 결절의 크기는 한계가 있어 작은 전이는 일반 방사선 촬영으로 확인하기 매우 어려우며, 응급 수술이 필요한 폐 염전과 같은 질환 또한 내과적 치료가 필요한 일반 폐렴과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이때는 폐의 평가를 위해 CT가 굉장히 유용하다.

일반 방사선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는 작은 결절이 CT 사진에서는 관찰된다.
일반 방사선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는 작은 결절이 CT 사진에서는 관찰된다.

또 하나의 경우로 혈관 질환을 들 수 있다. CT 검사 시 조영제를 사용해 조영제 사용 전과 후의 실질 장기 조영 정도를 평가한다. 조영제가 들어간 혈관이 매우 잘 구현되기 때문에 선천적 또는 후천적인 혈관 기형이나 혈관 안의 혈전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또한 혈관 기형이 있는 환자의 경우 CT 영상을 재구성해 3D 영상으로 만들 수 있어 PSS(간문맥단락) 환자의 수술 계획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간문맥단락 후 문맥 직경이 매우 작아진 것을 볼 수 있다.
간문맥단락 후 문맥 직경이 매우 작아진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뼈 구조 평가에 CT 촬영이 상당히 유용하다. 물론 뚜렷한 골절은 일반 방사선 사진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여러 뼛조각이 겹친 복합골절이나 미세골절은 방사선으로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이때는 CT 촬영을 하면 뼈의 3D 재구성을 통해 골절 부위와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CT 검사의 경우 많은 동물병원에서 흉부와 복부를 포함한 촬영을 기본으로 하므로, 기본적인 검사로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질병이 있을 땐 감별을 위해 수의사가 CT 검사를 권할 수 있다.

위와 같이 CT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반려동물의 CT 촬영을 위해서는 전신마취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의 움직임 때문만이 아니라 촬영 중 호흡을 잠시 멈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신마취에 대해 걱정을 하는 보호자가 많으나 CT 촬영은 마취 시간이 10분 내외로 아주 짧으며(대형견은 이보다 오래 걸린다), 수의사가 마취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마취 위험성이 있는 심혈관질환, 간기능 저하 상태의 환자는 최대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처치한 후 전신마취에 들어가게 되며, 마취 위험성이 크면서 거의 움직임이 없는 환자는 무마취 CT 촬영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경우 촬영하는 동안 호흡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영상 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반려동물에게 CT 촬영이 필요한 때에 대해 알아보았다. 반려동물 의료계는 반려동물의 고령화에 맞춰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수의사는 상황에 따라 반려동물이 이처럼 유용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보호자에게 권하게 된다. 평소에 반려동물이 기력저하, 체중감소, 복부팽만 등의 증상을 보이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노령에 접어든 반려동물은 정기적인 검진을 받도록 한다면 큰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이 더욱 질 높은 의료혜택을 받고 보호자와 행복한 일생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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