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은 ‘신종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까?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은 ‘신종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까?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1.3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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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 폐렴”의 유행으로 전 세계가 걱정과 공포에 빠져 있다. 게다가 가짜 뉴스와 괴담이 속출해서 사람들이 서로를 경계하고 의심하는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 그 불똥이 반려동물과 야생동물, 특히 길고양이들에 대한 혐오로 확대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이번 칼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동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고열,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이다가 심하면 중증 폐렴으로 발전해서 폐포가 손상되고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중증 호흡기 질환이다. 2020년 1월 29일 기준 전 세계에서 6000명 이상이 확진을 받고 13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출처: 질병관리본부).

이번 질병의 원인균은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알려졌다. 박쥐 유래의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뱀의 몸을 경유해 사람에게 감염성을 가진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에 유행한 급성호흡기 증후군(SARS)과 2010년대 초반에 유행한 중동호흡기 증후군(MERS)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동물을 매개해 변이가 일어나고 사람에게 중증호흡기 질환을 유발한 경우로 밝혀졌었다.

그렇다면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혹은 사람에게서 동물로 쉽게 감염이 일어나는 심각하게 무서운 바이러스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코로나바이러스는 병원성이 매우 강하거나 치명적이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는 사람에게 가벼운 소화기증상이나 감기를 유발하는 흔한 바이러스다.

건강한 대부분 사람은 이 바이러스에 대해 어느 정도의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 어린 강아지에게는 간혹 심각한 장염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건강한 성견에겐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고양이는 전 세계적으로 70% 이상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코로나바이러스는 흔하며 일반적으로 생명을 위협할 만큼 치명적이지는 않다. 예외적으로 고양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변이를 일으켜 전염성 복막염 바이러스가 되면 치사율이 매우 높아진다.

이처럼 코로나바이러스는 거의 모든 동물에게 감염될 수 있지만 다른 동물 사이의 전파,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전파, 사람에게서 동물로의 전파는 쉽게 일어날 수 없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동물별로 특화된 병원성과 전파기전을 가지고 있고 동물이 바뀌면 같은 바이러스라 하더라도 병원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DNA가 그나마 인간과 아주 비슷한 영장류도 아니고 유전적으로 너무나 다른 개, 고양이, 소, 돼지, 말 등의 동물과 사람 사이에 병원균을 주고받는 경우는 매우 희박하다. 극히 일부 바이러스만 사람과 동물에게 동시에 질병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는 인수공통 전염병으로 분리돼 법적으로 철저히 관리하게 된다(예: 광견병, 부르셀라병 등). 즉 사람의 코로나바이러스가 개나 고양이에게 전염되거나 개와 고양이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최근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왜 사람에게 치명적인 변이를 일으키게 되는 것일까? 우선 환경 문제를 들 수 있다. 기존에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 국가들의 주거환경은 불특정 다수의 동물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람이 먹고 자는 구역과 물리적인 장벽이 없이 뒤섞여 있는 경우였다.

대한민국 정도의 발전된 국가나 서구권 국가에서는 기본적으로 반려동물을 제외하고는 가축이나 야생동물이 비위생적으로 사람의 거주공간에 뒤섞여 살지 않기 때문에 여러 동물의 몸을 경유해 새로운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 기회 자체가 없다. 길고양이나 야생동물은 사람과 거주공간을 함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의 질병이 야생동물에게 전파될 수도 없고, 야생동물들의 질병이 사람에게 전파될 일이 없다.

최근 필자는 사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환자의 반려동물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현재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온 것은 밝혀져 있고,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고 밝혀져 있으나 사람에게서 제3의 동물로 새로운 전파가 가능한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바이러스의 이종 간 전염 자체가 기본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사스나 메르스 사태 때도 사람에게서 제3의 동물로 다시 전파가 됐다는 보고는 없었다.

그래도 우려가 된다면 상식적인 수준에서 개인위생에 더욱 만전을 기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외출 시 마스크를 하고, 손을 자주 씻고, 요즘 같은 시기에는 불필요하게 사람이 밀집된 장소에 갈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거나 집에만 있으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감염이 확진된 환자는 국가가 지정한 병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일이 발생할 것 같지도 않고, 능동감시 단계의 사람도 다른 사람이나 반려동물에게 대놓고 긴밀한 스킨십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방접종과 구충을 철저히 하는 것만으로도 반려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할 수 있는 질병은 없다. 괜히 애꿎은 반려동물이나 길고양이를 멀리할 필요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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