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면역체계가 적혈구를 적으로 여겨 공격하는 ‘자가면역성빈혈’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면역체계가 적혈구를 적으로 여겨 공격하는 ‘자가면역성빈혈’
  •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2.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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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반려견이 밥을 먹지 않고 기력이 떨어지게 하는 질병은 매우 많다. 사실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경우 중 가장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질병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다른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위의 증상 말고도 혈뇨 또는 혈색소뇨가 있다면, 바로 생각나는 질병이 있다. 바로 빈혈이다.

빈혈은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될 때도 있고, 며칠 또는 하루 사이에도 빠르게 발생하는 때도 있다. 반려견이 갑자기 활력이 저하된다면 빈혈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다. 대표적인 원인은 교통사고 등에 따른 심한외상이나 내부장기손상 등에 의한 출혈이다. 또한 출혈이 없더라도 적혈구가 파괴돼 용혈되는 질환들이 있다.

용혈성빈혈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필자가 이전에 소개한 적 있었던 바베시아 같은 주혈기생충 또는 양파/마늘 등의 섭취가 원인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이고 발병이 많은 원인은 자가면역성 용혈성빈혈이다. 자가면역성빈혈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키우고 있는 코카스파니엘, 미니핀, 스피츠, 시츄, 푸들, 몰티즈 등에게 발생 빈도가 높다고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 정말 많이 볼 수 있는 비숑프리제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실제로도 필자가 최근에 자가면역성빈혈 진료를 3번 봤었는데 환자는 모두 비숑프리제였다.

자가면역성이라는 말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감염체가 없어도, 정상적인 몸을 면역체계가 공격대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질병 중에서는 자기 피부를 공격하는 아토피성피부염과 자신의 관절을 공격하는 류마티스관절염이 대표적인 자가면역성질환이다. 이들은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질병으로 알려졌다.

아이가 아토피를 앓으면 피부의 소양감 때문에 힘들어한다. 관절염도 지속적인 통증을 주기 때문에 심각한 질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적혈구가 파괴되는 것은 당장 빈혈로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하다 할 수 있다.

필자가 보호자를 만나면서 상담을 할 때 가장 힘든 질환들이 바로 이렇게 매우 빠르게 진행하는 질병들이다. 질병의 특징상 발병하기 전날까지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가 갑자기 하루아침에 반려견이 생사를 달리한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가 받는 충격이 어마어마하다.

자가면역성빈혈의 치료는 면역을 억제해 용혈이 최대한 일어나지 않게 하는 약물을 사용한다. 하지만 약을 먹는다고 한 번에 치료가 되기보다는 자가항체가 사라질 때까지 여러 번 수혈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수혈의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며 혈전발생률이 상당히 높아 폐혈전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필자는 보호자가 반복되는 수혈에 지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물론 약물반응이 나타나는 시기가 케이스마다 매우 다르기 때문에 보호자가 보기에 상당히 괴로운 질병이다. 하지만 약물에 대한 반응이 생기고 나면 빠르게 적혈구가 재생되며 상태가 하루아침에 좋아지는 경우도 볼 수 있는 것이 자가면역성빈혈의 특징이다. 초기 2주 동안의 치료에 따라 사망률 차이가 심하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반려동물의 잇몸이 창백하거나 혈뇨 또는 혈색소뇨를 보는 경우 최대한 빠르게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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