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방역시스템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또 다른 감염병인 C형간염 관리에 있어서는 한발 뒤처진다는 지적입니다. C형간염은 대부분 무증상에 예방백신도 없어 검사를 통한 조기진단·치료가 매우 중요한 감염병입니다.
지난달 첫발을 내디딘 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헬스경향 공동 감염예방캠페인(본지 6월 25일자 참조)의 이번 달 주제는 ‘세계 간염의 날(7월 28일)’을 맞아 ‘C형간염’으로 선정했습니다. C형간염이 정부와 국민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극복 가능한 감염병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C형간염이 먹는 약(경구약)만으로 완치 가능해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간염을 퇴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해외각국에서는 C형간염검사 권고대상을 확대하고 국가가 검사비용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C형간염검사 국가검진 도입의 타당성을 몇 년째 검토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B형간염보다 만성진행확률↑
C형간염은 B형간염보다 만성진행확률이 훨씬 높다. B형간염은 수직감염(출산 시 산모로부터 감염) 시 만성진행확률이 90% 이상이지만 나이 들수록 확률은 대폭 낮아진다. 또 성인의 경우 대부분 자연치유되며 약 5% 미만만 만성간염으로 진행된다.
반면 C형간염은 만성진행확률이 70~80%로 상당히 높고 자연치유되는 일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C형간염은 B형간염보다 진행속도가 느리지만 자연회복되지 않아 조기발견·치료하지 못하면 간경변증이나 간암 등 심각한 간질환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일상생활서 언제든 감염가능
또 C형간염은 일상에서 언제든 감염될 수 있다. 주로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데 주사기, 손톱깎이, 면도기 등 혈액에 노출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해당된다. 하지만 대부분 무증상(감염자 중 증상 느끼는 경우 6% 보고)으로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또 다른 개인이나 집단에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는 “국내 약 30만명의 C형간염 추정환자 중 약 25만명의 미진단 무증상 잠재환자들은 감염여부도 모른 채 일상생활 중”이라며 “코로나19사태에서 보듯이 감염병은 집단감염으로 확산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다행히 C형간염은 현재 먹는 약으로 8~12주 정도 치료하면 100% 가까이 완치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무증상에 예방백신도 없는 C형간염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검사를 통한 조기진단·치료”라며 “C형간염검사를 국가건강검진항목에 정식으로 포함시켜 잠재환자를 적극 발굴해야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C형간염단계…의료비·사회비용 뚝↓
정부는 국내에 C형간염환자가 너무 적어 C형간염검사가 비용 대비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우선 C형간염 발병위험이 높고 심각한 간질환으로의 이행이 빠른 40세 이상만이라도 검사하자고 주장한다. C형간염은 4000원이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대한간학회 심재준 홍보이사(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가검진을 통해 현재 40세 이상의 1.2%로 추정되는 무증상 C형간염환자를 진단할 수 있으며 C형간염은 의료자원을 단기적으로 집중해 매우 높은 정책효과를 볼 수 있는 감염병”이라며 “C형간염단계에서 조기진단·치료하면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질병부담(높은 조기사망률 및 의료비용)질환 중 하나인 간경변증과 간암을 예방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반기시범사업, 국가검진 도입기회
국내의 간질환 전문가들은 그간 C형간염검사의 비용효과성연구를 통해 국가검진도입의 타당성근거를 마련해왔다. 특히 2018년 대한간학회 차원에서 실시한 ‘전남 구례군 C형간염검진 및 치료지원사업’은 정부의지와 국민의 적극적 참여로 얼마든지 국내 C형간염 퇴치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당시 만 40~79세의 구례군 주민 4235명이 C형간염검사 등 간 검진을 받았으며 확진자 17명 중 16명이 약물치료로 완치되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시범사업을 실시(9~11월 중 1964년생 대상 무료로 C형간염검사)해 한 번 더 C형간염검사 국가검진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대한간학회 이한주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이번 하반기시범사업 역시 성공적으로 진행돼야 향후 C형간염검사 국가검진 도입에 필요한 근거자료가 마련된다”며 “검사대상은 증상유무에 상관없이 적극 참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