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중력과 질병, 알고 보면 깊은 연관 있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중력과 질병, 알고 보면 깊은 연관 있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11.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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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학창시절, 뉴턴의 중력의 법칙에 대해서 배웠다.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질량이 클수록 끌어당기는 힘이 크다. 지구는 비교적 큰 중력을 갖고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적용됐기 때문에 사람들은 평소에 느끼지 못하면서 살 뿐이다. 하지만 중력은 사람의 몸에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됐다.

사람은 중력의 영향을 받으면서 다양한 질병과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하지부종이 대표적이다. 다리가 쉽게 붓는 이유는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혈액이 정맥을 따라 중력을 거슬러 다시 심장으로 되돌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지정맥류도 쉽게 발생한다. 하지정맥류는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에게만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골관절염도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무릎같이 체중 부하가 많이 걸리는 관절의 경우 연골이 쉽게 손상된다. 족저근막염이나 발목염좌도 중력 때문에 생기는 질환으로 보행 중이나 운동 중에 충격을 받고 몸의 무게중심이 이탈되면서 발목을 삐긋하게 된다.

중력을 이겨내면서 직립보행을 하기 위해서는 균형이 중요하다.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귀의 전정기관과 관련된 질환이나 이석증 등도 중력에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위하수, 항문이나 장이 빠지는 탈항과 탈장, 요실금, 후비루증후군(비염등이 있을 때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증상) 등도 모두 중력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다. 이처럼 중력의 영향을 받는 질환은 의외로 많다.

반대로 중력이 없다면 우리 몸은 어떤 변화가 생길까. 신체구조에 관해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입과 항문의 위치다. 입이 몸통의 가장 위에 있고 항문이 가장 아래에 위치한 이유는 바로 중력 때문일 것이다.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덕분에 입안으로 섭취한 음식은 자연스럽게 중력의 영향으로 위장관을 통해 보다 쉽게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다.

발바닥이 넓은 모양도 중력 때문이다. 만일 중력이 없다면 체중 부하가 없기 때문에 넓은 발바닥은 거의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중력이 없다면 걷거나 달리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킬레스건도 발달할 필요가 없다. 아킬레스건은 중력 때문에 사람의 몸에서 가장 두꺼운 건 중에 하나로 커진 것이다.

눈꺼풀도 위에서 아래도 닫힐 필요가 없겠다. 눈꺼풀도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위에서 아래도 닫히는 구조일 것이다. 만일 아래에서 위로 닫히는 구조라면 자기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 때는 눈을 뜨고 자야 할 것이다. 콧구멍 방향 또한 중력 때문에 땅을 향해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들어오는 것을 피해준다.

중력이 없다면 사람의 몸에는 특정 질환이 악화되거나 새롭게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미 NASA(미국항공우주국) 등에서는 우주정거장에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기거해야하는 우주인들을 통해 많은 연구를 진행해 왔다.

거창한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해변가에 사는 사람들과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신체기능과 건강상태는 서로 다르다. 이들은 산소량이나 기압과 함께 중력에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무중력상태에서의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골다공증과 근력의 약화다. 골격과 근육은 중력을 이겨내면서 강해진다. 그런데 만일 중력이 없다면 땅을 딛고 걷거나 물건을 들거나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골다공증은 심해지고 골격근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다.

또 중력이 없다면 몸속의 체액과 혈액 압력에 변화가 생긴다. 즉 항상 다리나 아래쪽으로 압력이 가해지는 체액이나 혈액이 뇌에 몰리면서 뇌출혈, 뇌압상승, 안압상승, 안구충혈, 두통 등의 질환 발병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당연히 얼굴의 부종도 심해질 것이다. 중력이 없는 상태라면 얼굴은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고 이것을 부종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역류성식도염은 중력이 존재하는 상태에서도 흔히 경험한다. 그런데 만일 중력까지 없다면 위산의 역류가 더욱더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트림이나 구토도 심해질 수 있다. 또 중력이 없다면 변비환자는 더욱더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반대로 무중력이 도움되는 질환이라면 기관지확장증이 있겠다. 기관지확장증환자들은 기관지 내벽의 섬모기능이 저하돼 가래 배출이 쉽지 않다. 때문에 머리는 방바닥에 대고 다리를 침대 맡에 올려 중력의 힘으로 가래를 배출시키는 방법까지 동원한다. 그런데 만일 무중력상태라면 서 있는 상태에서도 가래는 폐기관지 하부에 머물 이유가 없어서 보다 배출이 쉬워질 것이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중력의 영향을 받고 무의식적으로 이를 이겨내려는 행동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저녁에 다리가 부었을 때 다리를 높이 하고 쉬거나 손가락이 칼에 베 출혈이 심할 때 심장보다 높게 들어 올리거나 뇌출혈이 생겼을 때 상체를 비스듬하게 세워서 뇌의 압력을 낮추는 등의 처치다.

중력이 존재하는 곳에 살면서 갑자기 무중력 상태에서의 건강과 질환을 걱정하는 자체가 뜬금없어 보인다. 하지만 인간의 우주 식민지에 대한 욕구는 이제 상상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의 후손은 언젠가는 지구 중력의 1/6인 달이나 1/3인 화성에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광활한 우주공간을 떠돌면서 무중력상태에서 떠돌이 유영생활을 할지 그 누가 알겠는가. 중력을 이해하고 이겨내야 보다 건강해질 수 있다. 인간은 잠시(?) 지구의 중력에 적응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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