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비타민 부족으로도 신경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비타민 부족으로도 신경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요.
  • 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 겸 영상의학 센터장 l 정리‧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1.08.04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영상의학 센터장
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영상의학 센터장

수 십 년 전만 해도 개와 고양이에게 영양소 결핍은 중요한 문제였다. 현재는 대부분의 보호자가 영양성분이 제대로 갖춰져 상품화된 사료를 급여하고 있어 영양소 불균형, 결핍과 관련한 질병은 드문 편이다. 하지만 비타민 B1, 즉 티아민 결핍은 현재까지도 문제가 될 때가 있다.

티아민은 다양한 곡물, 효모, 육류에 존재하며 섭취 시 주로 공장과 회장에서 흡수된다. 대부분 적혈구를 통해 운반되고 나머지는 혈장 단백질에 결합하거나 결합하지 않은 상태로 여러 조직으로 운반된 후 에너지를 얻기 위한 탄수화물 대사과정 중 보조인자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대사과정에서 티아민이 결핍되면 비정상 대사과정으로 인한 산증이 발생하거나 신경조직과 같은 고에너지가 필요한 조직에 에너지 대사 문제가 생겨 신경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티아민 결핍은 왜 발생할까? 티아민이 부족한 식이가 티아민 결핍증의 가장 큰 요인으로 생각되는데 보호자가 직접 만든 음식이나 채식, 날음식이 예가 될 수 있다. 음식을 익히는 과정에서 육류에 포함된 티아민이 파괴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한 파괴율은 73~100%까지 이른다. 날음식의 경우 다수의 생선에는 티아민분해효소가 있어 날생선을 지속해서 급여하게 되면 이 또한 티아민 결핍을 일으킬 수 있다. 고탄수화물 식이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탄수화물 대사과정에서 티아민이 많이 필요해 결과적으로 티아민이 부족하게 될 수 있다.

티아민이 부족한 식이가 이러한 티아민 결핍증에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되지만 티아민 흡수를 저해하거나 지나치게 배출시키는 질병 혹은 약물에 의해서도 티아민 결핍이 발생할 수 있다. 티아민은 주로 신장으로 배출되는데 만성 신질환이 있으면 티아민 배출이 저해된다. 혈중 티아민 고농도 상태가 지속하면 소장, 심장, 간, 뇌에 있는 티아민 운반인자가 하향 조절돼 결국은 티아민 결핍상태에 이를 수 있다. 이뇨제와 같은 티아민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약물에 의해서도 티아민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

티아민 결핍증은 여러 가지 임상증상을 보이는데 심하지 않다면 증상은 위장관계 증상과 같은 비특이적인 형태로 나타나지만 진행된다면 일반적으로 뇌신경증상(뇌줄기 핵의 기능장애)이 나타난다. 동공이 커지거나 급성의 시각 소실, 안구 진탕, 운동 실조, 방향 감각 상실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게는 부전마비, 발작이 발생하거나 혼수상태까지 이를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빠르면 한 달 이내에도 진행될 수 있으며 교정되지 않는다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고양이는 개보다 약 3배 더 많은 비타민이 필요해 티아민 결핍에 더 취약한 편이다.

티아민 결핍증의 진단에는 병력 청취, 혈액 검사, 특이적 증상확인, MRI 검사 및 확정 진단을 위한 혈중 티아민 농도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티아민 농도를 동물병원에서 일반적인 장비로 검사할 수 없기 때문에 MRI 영상검사에서 나타나는 특이적 병변 확인 및 치료에 대한 반응으로 잠정진단 내린다. 따라서 MRI 영상검사가 중요한데 티아민 결핍에서는 MRI에서 특이적인 병변이 나타나며 주로 뇌줄기 다양한 핵에서 대칭성의 고신호 병변이 나타난다. 해당 영역들은 티아민 결핍에 가장 취약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티아민 결핍증으로 잠정진단된 고양이 뇌 MRI 영상 : 양측 가쪽 무릎핵(lateral geniculate nuclei)에서 T2W/FLAIR 고신호의 대칭성 병변(붉은 화살표)이 확인된다.

하지만 MRI 영상검사에서 정상이라고 하더라도 티아민 결핍을 배제할 수는 없으며 특이적인 병변이 나타났다고 해서 티아민 결핍증으로 바로 진단할 수도 없다. 따라서 임상증상, 혈액 검사결과, 병력 및 치료에 대한 반응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잠정적인 진단을 내리게 된다.

치료는 초기 비타민제를 장관 외로 고용량으로 투여하고 증상 완화 정도에 따라 점차 용량을 낮춰 경구로 투여하게 된다. 치료에 대한 반응은 빠른 편이며 심각한 증상도 예후는 좋은 편이다. 대부분은 치료 후 증상이 완전히 회복되며 티아민 상태는 증상, MRI 재검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그러나 치료 후에도 경미한 운동실조는 남을 수 있다.

티아민 결핍이 현재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신경증상이 나타난 환자, 특히 고양이에서는 여전히 고려해야 하는 감별진단이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사료는 대부분 영양균형이 잘 맞춰져 있어 반려묘, 반려견의 건강상태에 알맞은 사료를 급여하는 것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 단 건사료는 오랜 기간 보관 시 티아민이 파괴될 수 있는데 지용성 비타민만큼은 아니지만 비타민B 중에서는 취약한 편이다. 통조림사료는 방부제 역할을 하는 아황산염 또는 이산화황에 의해 티아민이 파괴될 수도 있다. 사료가 장기간 보관되지 않도록 급여량에 알맞은 양을 구매해 사료마다 안내된 알맞은 보관법에 따라 보관하고 영양소 파괴를 예방하기 위해 실온 보관이더라도 고온다습한 환경을 피할 것을 추천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