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이빨이 스르르 녹는 병이 있다?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이빨이 스르르 녹는 병이 있다?
  • 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대표원장 l 정리·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1.08.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대표원장 l 정리‧김보람 기자
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대표원장 l 정리‧김보람 기자

치아건강은 삶의 질을 좌우한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고양이는 유독 치과질환에 취약하다. 3살 이상 고양이 중 무려 80% 이상이 각종 치과질환을 앓는다고 한다. 고양이에게 흔한 치과질환은 치주질환(치은염·치주염), 구내염, 치아흡수성병변 등이다. 이번 시간에는 보호자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치아흡수성병변을 소개하겠다. 치아흡수성병변은 성묘 중 30% 정도가 앓고 있으며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률과 개수가 늘어나니 잘 알아두기 바란다.

치아흡수성병변이란 쉽게 말해 치아가 녹아내리는 병이다. 충치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두 질환은 엄연히 다르다. 충치는 충치균 때문에 치아표면이 부식되는 것이고 치아흡수성병변은 상아질파괴세포(파치세포)가 영구치를 공격해서 녹이는 것이다. 상아질파괴세포는 젖니의 뿌리를 흡수해서 영구치가 성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 영구치가 녹는다.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치아흡수성병변은 끔찍한 치통을 부른다. 치아가 녹으면서 신경이 있는 치수강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는 ▲음식섭취량이 줄면서 살이 빠지거나 ▲턱을 덜덜 떨거나 ▲침을 흘리거나 ▲얼굴을 앞발로 문지르거나 ▲몸서리를 친다.

치아흡수성병변은 일반적으로 아래턱 송곳니 바로 뒤에 있는 작은어금니, 일명 파수꾼치아에 제일 먼저 발생한다. 파수꾼치아 주변으로 핏기가 보인다든지, 파수꾼치아의 잇몸 쪽 부분(잇몸과 닿는 부분)이 깨진 것처럼 보인다면 치아흡수성병변을 의심할 수 있다. 평소에 고양이의 입속을 자주 살펴보고 이런 모습을 발견한다면 한시바삐 동물병원을 찾아 진단받아야 한다. 고양이의 구강에 문제가 생긴 줄도 모르고 단순히 밥을 잘 안 먹는다고 해서 강제급여를 했다가는 병을 키우는 수가 있다. 참고로 치아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데 뿌리가 녹아 있을 때도 많다. 따라서 치아흡수성병변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치과방사선촬영은 필수다.

치아흡수성병변 치료법은 발치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초기에 발견하면 레진으로 수복치료를 할 수 있는데 수복치료는 장기간 치료 성공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발치할 때는 치아뿌리까지 확실하게 뽑아야 한다. 남은 치아뿌리는 통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치를 마친 후에도 치과방사선촬영으로 완전히 발치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대로 발치하면 고양이는 치통에서 해방된다. 다시 예전처럼 밥도 잘 먹고 활기차게 살 수 있다.

안타깝게도 치아흡수성병변은 재발률이 높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아 치과검진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고양이는 아파도 참는 습성이 있으니 치아흡수성병변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서 치통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해주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