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견에게 흔한 췌장염 파헤치기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견에게 흔한 췌장염 파헤치기
  •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 l 정리‧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1.09.0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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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췌장염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어본 질병이자 잘 아는 질병이다. 필자의 동물병원에도 보호자들이 우리 반려견이 구토하는데 췌장염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췌장염검사를 해달라고 스스로 말할 때가 상당히 많다. 이처럼 췌장염은 흔한 질병이므로 오늘은 조금 더 깊숙하게 알아보려 한다.

췌장염을 지방이 많은 고기, 치즈 같은 음식을 먹어서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물론 고지방 음식은 췌장을 계속 활성화시켜 췌장염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꼭 그것 때문에 췌장염이 생기지는 않는다.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유지하는 내분비기능과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기능이 있다. 보통 췌장염은 외분비기능에서의 염증, 이상을 말한다. 지방, 탄수화물을 소화시키는 효소는 리파아제, 아밀라아제라고 한다. 이들은 순수한 상태로 분비되는데 반해 트립신 같은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효소는 전구물질(비활성상태)로 분비된다. 효소원(Zymogen)에 둘러싸여 저장되고 분비된다. 또 정상적으로는 소장에서 음식물을 만나야 활성화된 효소로 변한다. 췌장도 역시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 자가소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췌장염의 가장 기본은 위의 트립신이라는 단백 분해제가 조기활성화 된다는 것이다. 췌장염의 원인은 무언가 정확히 하나로 단정할 수가 없다. 어떤 이유로든 효소가 십이지장으로 가기 전에 활성화가 일어나면 췌장염이 생긴다. 그 원인은 혈류량이 부족해서 췌장으로의 관류량이 낮아지는 경우, 잦은 구토로 췌장관의 압력이 높아지는 경우, 실제로 어떠한 외부충격으로 효소원이 깨지는 경우 등이 있다. 여러 가지 약물도 효소원을 깨뜨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췌장염이 발생했다고 모두 바로 췌장과 췌장주변이 자가소화되는 것은 아니다. 췌장의 조기활성화를 막기 위해 트립신을 감싸 안아서 배설시킬 수 있는 방어장치들이 존재하는데 이런 방어기전에 의해 스스로 회복되는 경우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방어기전을 넘을 정도로 조기활성화된 소화효소가 많을 땐 소화효소에 의해 생겨난 염증으로 다시 소화효소가 분비되는 악순환이 생기기 때문에 췌장염이 심해지게 된다.

그럼 췌장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췌장염이 발생하면 췌장에 무조건 부종이 생긴다. 췌장의 부종 때문에 췌장으로 들어가는 혈류가 압박을 받고 이차적으로 허혈성 손상이 일어난다. 이에 췌장이 괴사되기 시작하고 출혈이 생기기 시작하면 전신 염증상태로 진행돼서 치사율이 40%까지 올라갈 수 있다. 따라서 췌장부종 상태에서도 허혈성 손상이 생기지 않게 혈류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췌장염이 있을 때 수액치료를 하는 것은 단순히 구토를 많이 해서 탈수가 생겼기에 탈수교정을 위해 하는 것이라기보다 췌장으로의 관류량을 늘려서 허혈성 손상, 이차적인 괴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일단 췌장이 괴사되기 시작하면 치료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초기 수액처치로 괴사성췌장염으로 진행되지 않게 하는 것이 췌장염 치료에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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