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치과계의 경찰관 ‘영상치의학전문의’, 숨어있는 질환 잡는다
[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치과계의 경찰관 ‘영상치의학전문의’, 숨어있는 질환 잡는다
  •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9.0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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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길을 걷다 보면 많은 치과병원을 발견하게 됩니다. 언뜻 보면 다 똑같은 치과로 판단되지만 사실 치과에도 다양한 진료과가 있습니다. 치과에는 11개 전문의 과목이 존재하는데 이번 2021년에는 진료과목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내 치아가 아플 때 어느 진료과목을 찾아야 하는지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번에 살펴볼 진료과목은 ‘영상치의학전문의’입니다. <편집자 주>

“육안으로 봤을 때 큰 문제가 없는데 꼭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겉으론 괜찮은데 잇몸에서 피가 나고 아파요.”

이런 질문을 받은 치과의사의 대답은 한결같다.

“자세한 내용은 방사선사진을 촬영한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치과치료에서 방사선사진은 꼭 필요한 존재다. 과장을 보태서 방사선사진 없이는 거의 모든 진료가 불가능하다. 물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치과질환도 많다. 가령 잇몸이나 점막 등에 생기는 연조직질환의 경우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연조직질환이 악화하면 뼈의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방사선사진이 필요하다.

재미있는 것은 치과방사선사진은 필수적이지만 의사에 따라 판독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방사선사진은 둥근 머리를 평면사진으로 옮기면서 왜곡된 부분이 발생해 수많은 경험과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둥근 지구본을 평면지도로 옮기는 과정에서 왜곡되고 중첩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영상치의학전문의는 평면방사선사진을 보면서 왜곡된 부분을 반대로 추적하는 분석을 해야 한다. 즉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 학문이 바로 영상치의학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치과의사의 경우 치과방사선사진을 통해 치주질환의 진행, 충치의 존재유무 등 치아주변의 뼈에 대해서만 판독한다. 하지만 고도로 훈련된 영상치의학전문의는 똑같은 한 장의 치과방사선사진을 놓고도 치주질환뿐 아니라 얼굴뼈의 종양, 턱관절질환, 골다공증, 골경화증, 갑상선항진증 등을 판독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치과의사들의 진료 대부분이 치주질환이기 때문에 치주질환을 제외하고 다른 질환을 판독할 기회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부족함을 채워 치과진단을 더욱 정밀하고 정확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도와주는 전문가가 바로 ‘영상치의학’이다.

문제는 치과에서 영상치의학전문의를 고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치과방사선 판독료는 몇 천원 수준이기 때문에 영상치의학과는 비인기진료과목이다. 즉 지원하는 전문의가 매우 적다는 뜻이다. 이에 대학병원에서도 한 명의 영상치의학전문의가 하루에도 몇천장의 방사선사진을 판독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으로 치과방사선 영상의 이상소견을 알려주는 진단보조 소프트웨어가 개발됐다. 물론 우리나라 실정법의 한계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소프트웨어가 상용화된다면 정확한 진단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스마트병원’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 단어를 사용하는데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해 진단의 정확성을 올려주는 것이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완벽해야 한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이 환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진단보조 소프트웨어가 상용화돼 정확한 치료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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