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 쓰러짐에 대처하는 보호자의 자세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 쓰러짐에 대처하는 보호자의 자세
  • 양세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내과 과장 l 정리·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1.09.15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세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내과 과장
양세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내과 과장

“반려동물이 갑자기 쓰러졌어요!”

반려동물이 갑자기 몸이 뻣뻣해지면서 옆으로 ‘쿵’ 쓰러지는 경우가 있다. 이 증상을 처음 본 보호자는 매우 놀라고 주로 반려동물이 경련을 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강아지나 고양이가 쓰러지게 되는 원인에는 흔히 생각하는 경련(seizure)도 있지만 심장의 비정상적인 박동에 의한 실신·기절(syncope·faint)도 있다. 실신은 심장 박동에 문제가 생기면서 일시적으로 뇌로 산소공급이 되지 않아 나타나는 증상이다.

경련과 실신의 증상은 매우 비슷하다. 동물병원에 왔을 때는 대부분 증상이 이미 멈춘 다음으로 이 두 가지를 구분하기 위해 수의사는 보호자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동영상을 남겨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러한 증상을 처음 목격한 보호자는 너무 놀라서 영상을 찍지 못할 때가 많고 경황이 없어서 당시의 증상 또한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이 칼럼을 읽게 된다면 혹시라도 나중에 반려동물이 이러한 증상을 보일 때 침착하게 그 상황을 영상으로 찍거나 증상을 잘 기억해두길 바란다.

경련은 정신없이 자전거를 타거나 수영을 하는 것처럼 네 다리를 휘젓거나, 껌을 씹는 것처럼 턱을 딱딱 움직이거나, 침을 과도하게 흘리는 증상이 흔히 나타난다. 그리고 경련 전후에 매우 불안해하거나 흥분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장 문제로 나타나는 실신은 마치 죽은 것처럼 움직임이 없거나 네다리가 뻣뻣해지면서 머리와 목이 뒤로 휘어진다. 또 실신은 경련보다 시간이 1분미만 정도로 짧은 편이고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흥분을 하다가 심장박동이 너무 빨라져서 실신이 생기는 일은 있으나 실신 직후에는 보통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반려동물이 쓰러지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물리지 않을 수 있다면 잇몸의 색이 일반적인 분홍색인지 창백하거나 파란색인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또 증상이 몇 분 동안 지속되는지, 어떠한 특정 행동(외출했던 가족의 귀가, 공놀이 등) 이후에 증상이 나타나는지,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또 동물이 쓰러져 있을 때 이름을 부르거나 쓰다듬어 반응이 어떤지를 보는 것은 증상이 나타날 때 의식이 있는 상태인지를 알 수 있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무의식중에도 눈은 뜨고 있을 수 있어 눈맞춤만으로 의식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증상을 잘 기록했다면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에게 자세하게 상황을 설명하면 된다. 증상이 실신에 가깝다면 흉부방사선, 심전도, 심장초음파 등의 검사를 통해 심장의 상태를 먼저 파악하게 된다. 심장에 특별한 이상이 없고 증상이 경련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된다면 경련이 뇌질환에 의한 것인지 대사성 원인에 의한 것인지 감별하기 위한 기본적인 혈액검사와 복부초음파 등의 검사를 진행한다. 최종적으로 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MRI 검사가 필요하다. 간혹 증상이 나타날 때만 심전도에 이상이 발생하고 평상시에는 심전도가 정상적일 때도 있어 24시간 심전도를 기록할 수 있는 홀터 장치를 부착하고 생활하는 상위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보호자가 해줘야 할 중요한 일은 증상이 나타날 때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기록해서 수의사에게 자세히 전달해주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