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최후의 수단’ 안락사, 결정은 보호자의 몫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최후의 수단’ 안락사, 결정은 보호자의 몫
  • 신성우 화성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 l 정리·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1.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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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우 피어프리 중점 진료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
신성우 피어프리 중점 진료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

누가 필자에게 수의사로 지내면서 제일 어려울 때가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내가 한 생명의 생사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한다. 필자는 특히 뇌수막염, 뇌수두증 등에 따른 발작을 컨트롤할 때가 많았는데 보통 발작이 진정되지 않으면 입원을 하게 된다. 여러 프로토콜을 적용해도 발작이 멈추지 않으면 마취제를 써야 할 때가 온다. 마취제는 발작을 멈춰주긴 하지만 간에 부담을 많이 주고 호흡을 억압해 무호흡을 부르기도 한다. 그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발작을 멈추기 위해서는 마취제를 써야 한다. 왜냐면 발작 자체가 반려동물에게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마취제를 정맥으로 주입하면 넣었을 때만 일시적으로 발작을 안 하게 되는 대신 발작후유증 또는 약물에 의한 진정작용으로 보호자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그저 발작을 하지 않고만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그 정신없는 순간에도 환자가 밥을 받아먹는다. 그것도 발작하기 전보다도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자기 몸도 가누기 어려울 텐데 말이다. 관용어로 ‘곡기를 끊다’라는 말이 있다. 곡기를 끊으면 오래 살지 못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환자는 밥을 잘 먹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하다는 식사를 잘 하는데 이 환자를 안락사시키기가 참 어렵다.

웬만한 수의사라면 안락사를 권장하기가 어렵다. 한 생명의 목숨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호자가 안락사를 선택했을 때 환자의 심장박동이 느려지는 동안 들리는 보호자의 울음소리엔 많은 감정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사랑, 미안, 걱정 그리고 후회…

이토록 사랑했던 반려동물을 보내지 말 걸 하고 후회하는 보호자가 꽤 많다. 이에 수의사인 입장에서 “안락사시켜야 할 거 같습니다”라고 말하기가 참 어렵다. 물론 누가 봐도 안락사시켰을 때 그 환자의 현재 삶보다 안락해 보여서 결정을 하는 때도 있겠지만… 앞에서 말한 강아지처럼 밥을 잘 먹는다면 어느 누구도 쉽게 결정할 수 없다.

필자가 안락사를 결정할 수 없기에 보호자가 안락사를 결정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라고 보통 표를 보여준다.

https://peacefulpathwaysforpets.com/making-the-decision/quality-of-life-assessment

필자의 동물병원에 안락사 문제로 상담 내원했을 때 이 안락사 표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통증, 식욕, 탈수, 운동성, 컨디션 등 반려동물의 ‘Quality of Life’를 판단하는 지표들이 들어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안락사를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위 표를 참고해 반려동물의 삶에 대한 평가를 꼭 해보길 바란다. 위 표에서 35점을 넘는다면 반려동물의 삶은 아직은 살아갈 만하고 목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 된다.

반려동물에게 맞는 결정, 보호자가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위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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