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눈 밑 뾰루지가 곪아 터졌는데 구강질환?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눈 밑 뾰루지가 곪아 터졌는데 구강질환?
  • 이동국 대구죽전동물메디컬센터(죽전동물병원)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11.0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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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대구죽전동물메디컬센터(죽전동물병원) 대표원장
이동국 대구죽전동물메디컬센터(죽전동물병원) 대표원장

피부질환의 탈을 쓴 치과질환이 있다. 눈 밑이 발갛게 붓더니 고름이 터져 나와 꼭 뾰루지가 곪아 터진 것 같은데 근본원인은 구강에 탈이 난 것이다. 오늘의 주제인 ‘치근단농양’이다. 치근단농양은 말 그대로 치근단(치아뿌리 끝)에 농양(고름집)이 생긴 병이다. 강아지에게 흔한 질환이니 유심히 읽어보기 바란다.

치근단농양은 심한 치주염이나 치아골절 등에 따른 치수(치아의 신경)의 염증/괴사가 치근단에 영향을 끼쳐서 일어난다. 주로 위턱 제4전구치(송곳니 뒤 네 번째 이빨인 작은어금니)의 뿌리 끝에 발생한다. 이 부분이 눈과 가깝다. 이런 까닭에 고름이 차오르면 눈 밑이 부어오르는 것이다. 만일 얼굴에 염증이 생겨 가라앉지 않는다면 치근단농양을 의심하고 치과 엑스레이를 찍어 보는 것이 좋다.

고름은 계속해서 차오르다가 결국 눈 밑 피부 밖으로 터져 나온다. 심할 땐 눈에서 고름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만약 고름이 비강으로 터지면 누런 콧물이 흘러 감기에 걸린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신경이 괴사한 치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통증을 일으킨다. 병변이 피부로 나타날 정도라면 치근단 주위는 염증반응이 꽤 진행한 상태다. 따라서 한시바삐 병든 치아를 뽑아내고 치근단 주위 염증은 물론 염증을 일으키는 감염원까지 제거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고름이 배출됐던 통로를 깨끗이 세척하고 소독해야 한다. 잘 치료하면 눈 밑에 난 구멍은 머지않아 아문다.

치근단농양 방치는 절대 금물이다. 악화하면 치조골이 녹아 어느 날 갑자기 턱뼈가 부러질 수 있고 구강세균이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면서 치명적인 패혈증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이 치근단농양도 예방이 최선이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한 번 양치질을 해줘야 한다. 양치질로 치태를 잘 제거하지 못하면 치석이 생겨 치은염 더 나아가서 치주염을 유발한다. 미국수의치과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3살 이상 반려견의 80%가 치주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심한 치주염은 위에 언급했듯 치근단농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양치질만으론 치주염 예방에 한계가 있으니 되도록 1년에 한 번 스케일링을 해주는 것이 좋다. 치아관리가 잘 안되면 수의사와 상담에 적절한 스케일링 주기를 정하도록 한다.

너무 딱딱한 음식이나 껌은 주지 않도록 한다. 위에서 치근단농양이 제4전구치의 뿌리 끝에 잘 발생한다고 얘기했다. 제4전구치가 씹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에 음식이나 껌을 씹다가 부러지는 바람에 치근단농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려동물도 치아건강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 잘 관리해서 오래도록 치아를 잘 쓰도록 세심히 신경 써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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