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머리카락을 감는 것만으로도 염색까지 된다는 ‘모다모다’ 샴푸의 인기가 상상초월이다. 하지만 그 인기만큼이나 피부부작용사례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어 샴푸의 안전성에 관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순히 머리카락을 감는 화장품인데 왜 피부질환문제까지 나오는 걸까?
모다모다샴푸가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바로 샴푸의 성분 중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 때문이다. 이는 산화형 염료로 반응성이 뛰어나 별도의 산화제 없이 공기 중에서 산화되고 다른 물질과 반응해 색을 내는 성분이다.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성분은 염료 목적으로 사용되는데도 모다모다샴푸 생산업체 측은 염색약의 유해성분이 없는 순수폴리페놀의 갈변효과로 인해 염색된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앞서 얘기했다시피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은 염색을 목적으로 염모제에 사용되는데 이미 EU에서는 안전성문제로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화장품법으로 금지되진 않았지만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성분 중 하나다.
이 성분의 유해성은 EU SCCS보고서에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 성분은 세포 내 과산화수소를 생성하고 유전독성을 함유하고 있으며 강력한 알레르기유발물질이자 약한 정도의 피부와 눈, 호흡기 자극물질이라고 발표됐다. 이 때문에 배합금지조치를 했던 것.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화장품법상 딱히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업체측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모다모다샴푸를 사용했던 사람들의 손톱변색과 습진 등 부작용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어 다시 한번 엄밀한 검증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모다모다샴푸는 탈모완화기능성샴푸로 허가받았지만 염색이 목적인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이 함유돼 있다. 이전에는 염모제, 탈색, 탈색제 등의 경우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아야 했지만 얼마 전부터 기능성화장품으로 전환됐다. 따라서 모다모다샴푸가 염모제로 허가받으려면 원료, 제제의 기준, 시험방법 등을 기반으로 한 염모효력평가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일단 염색이 되기 위한 조건은 P-페닐렌디아민(p-Phenylenediamine)과 T(Trapper)라는 두 성분이 만나 ‘커플링’이 돼야 가능하다. 하지만 업체측은 모다모다샴푸에는 염모원료인 P-페닐렌디아민이 없고 T만 존재하기 때문에 염모제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모다모다의 염색원리는 T의 역할로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과 검은깨추출물, 블랙체인지콤플렉스 등 폴리페놀이 섞여 갈변을 도와 염색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염모제로서의 기준을 갖추지 못했으니 염모제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현재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성분은 안전성과 효능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염모제에 사용할 수 있는 성분으로 식약처에 등록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업체측에서는 염색이 아니라 폴리페놀의 갈변효과라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은 이미 유럽에서 염모제성분으로 사용된 바 있고 이 성분의 메커니즘이 염모제라는 것을 전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성분에 대한 독성시험결과가 없기 때문에 염모제로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보니 사실상 염모제역할을 하는데도 탈모완화기능성샴푸로 허가받은 것이다. 즉 염색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성분을 넣은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업체측은 T 단독으로는 발색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은 색이 없지만 산소와 반응해 검은색을 띠게 된다. 산소차단을 위해 특수용기로 제작했다고는 하지만 샴푸하는 동안 공기와의 접촉은 피할 수 없다. 결국 머리를 감는 동안 염색될 수밖에 없다.
위키피디아에서 ‘1,2,4-Trihydroxybenzene’을 검색해 보면 ‘색이 없고 물에 녹지 않는다. 이것이 공기와 반응하면 검은색 물질이 된다’고 설명해 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만일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을 염료 외에 다른 목적으로 허가받은 것이라면 그 기능에 대한 근거가 명확해야 하는데 업체측에서는 안전한 성분이라고만 되풀이해 주장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에 대한 업체의 입장문을 보면 ”모다모다샴푸의 성분 중 상당수가 물에 녹지 않는 폴리페놀류성분으로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의 도움을 받아 수용성 폴리페놀로서 갈변을 도와준다”고 돼 있다.
물론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이 폴리페놀류성분을 수용성 폴리페놀로 바꾼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화학반응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수용성이라면 샴푸과정 중 물에 씻겨 나가 모발에 남을 수 없다. 따라서 착색효과는 불가능하다. 결국 수용성이 아닌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성분을 모발에 침투시켜 염색효과를 기대했으리라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 업체측에서는 ”산소접촉으로 분자구조가 무너져 원래 구조가 사라지는 특성이 있어 물과 만나 무해한 성분으로 변화돼 EWG 1등급 그린성분으로 분류됐다“며 소비자를 안심시키고 있다.
하지만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은 이미 EWG에서도 3등급으로 조정됐으며 현재 EWG 등급 자체가 비과학적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실망스런 해명이 아닐 수 없다.
모다모다샴푸는 올해 8월 첫 출시됐다. 경이로운 판매고를 올린 것은 대단하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샴푸가 왜 피부질환을 일으키는지 그 원인을 처음부터 다시 짚어봐야 한다.
염모제성분으로 인해 생긴 효과를 폴리페놀의 갈변효과라고 주장하면서 손톱변색은 부작용이 아니라는 업체의 해명을 과연 믿어야 할까. 머리를 감을 때마다 손 보호제를 착용해야 한다면 직접 또는 미용실에서 하는 염색과 뭐가 다른지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