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치아를 지키기 위해 ‘어벤져스’가 모였다
[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치아를 지키기 위해 ‘어벤져스’가 모였다
  •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11.0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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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길을 걷다 보면 많은 치과병원을 발견하게 됩니다. 언뜻 보면 다 똑같은 치과로 판단되지만 사실 치과에도 다양한 진료과가 있습니다. 치과에는 11개 전문의 과목이 존재하는데 이번 2021년에는 진료과목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내 치아가 아플 때 어느 진료과목을 찾아야 하는지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신체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어렸을 때 저질렀던 실수는 만회되지만 나이 먹은 후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 것처럼 성인이 돼 빠진 치아는 기회조차 주지 않고 빈공간으로 남는다.

다행히 실수는 만회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행실에 신경을 쓴다. 치아 역시 마찬가지다. 치아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치료 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준비했다. 앞으로 4번에 걸쳐 실제 환자 진료케이스를 소개하려고 한다. 앞으로 소개할 환자들은 모두 치아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이에 한 진료과에서 오롯이 치료할 수 없어 여러 과가 협진을 통해 치료를 이어 나간다.

2021년 4월 한 환자가 고통에 찬 표정으로 병원을 방문했다. 오랜 시간 동안 치아관리를 못해 이제는 씹을 치아가 없다고 했다.

병원 방문 당시 환자 구강상태
병원 방문 당시 환자의 구강상태

실제로 환자의 위턱 치아는 거의 없었다. 또 심한 충치로 치아머리가 부서져 있는 상태였다. 아래턱 어금니도 이미 없고 작은 어금니 몇 개 정도만 살릴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다.

매 칼럼에서 강조하지만 자연치아를 무조건 삭제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이에 자연치아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우선 ‘치주과전문의’와 ‘보존과전문의’ 등과 협진을 진행했다.

치주과전문의는 치주질환(풍치)으로 인해 치아를 상실하는 것을 막고 치료하는 전문가다. 즉 치주과전문의는 뼈이식과 잇몸이식을 전문으로 하며 흔들리고 피나는 잇몸을 낫게 하는 전문가다. 반면 보존과전문의는 심한 충치로 인해 치아상실을 막는다. 보존과전문의는 미세현미경을 사용, 치아를 20~30배 확대해 0.1mm까지도 신경쓰는 섬세한 치료를 진행한다.

환자는 모든 치아를 발치한 후 8개의 임플란트를 식립했다. 또 아래턱에서 살릴 수 없는 치아를 발치한 후 7개의 임플란트를 했다. 이밖에도 5개 치아에서는 신경치료가 진행됐다.
환자는 모든 치아를 발치한 후 8개의 임플란트를 식립했다. 또 아래턱에서 살릴 수 없는 치아를 발치한 후 7개의 임플란트를 했다. 이밖에도 5개 치아에서는 신경치료가 진행됐다.

치주과전문의와 보존과전문의는 환자의 치아상태를 보더니 ‘희망없는(hopeless) 치아’로 분류했다. 희망없는 치아란 치료해도 3~5년 이상 사용하기 어려운 치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치아를 잡고 있는 뼈(치조골, 이틀뼈)가 치아뿌리를 절반도 못 잡고 있거나 치아의 심한 충치가 치아뿌리쪽까지 침범할 경우 이런 진단이 나온다.

암담하게도 해당 환자는 위턱의 경우 살릴 수 있는 치아가 한 개도 없다고 판단됐다. 하지만 아래턱의 경우 작은어금니 몇 개는 살릴 수 있었다.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살릴 수 없는 치아를 제거, 뼈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충치치료와 신경치료를 진행했다.

사실 신경치료는 매우 조심스러운 치료영역이다. 최근 들어 신경치료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그 중요성이 경감됐지만 신경치료는 신경치료전문의가 치료하더라도 3~5번 정도 방문이 필요하고 성공률(5년이상 사용할 확률)이 80%정도인 고난도치료다.

어금니가 없으면 왼쪽 사진처럼 아래턱이 고정될 위치가 없다. 환자의 턱관절과 근육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높이를 찾아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어금니가 없으면 왼쪽 사진처럼 아래턱이 고정될 위치가 없다. 이 경우 환자의 턱관절과 근육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높이를 찾아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문제는 해당환자는 양쪽 어금니가 모두 망가져 턱관절과 근육의 부조화까지 발생했따는 것이다. 오랫동안 치아가 망가져 근육과 관절이 잘못된 방향으로 씹는 것이 익숙해져 버린 탓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구강내과전문의에게 협진을 요청했다.

여기서 끝났으면 다행이겠지만 환자는 치아가 없어 ‘보철물’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보철과전문의가 환자의 턱관절이 적응할 수 있는 턱높이를 찾아내고 임시틀니를 통해 환자의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치료했다. 다행히 구강내과전문의와 보철과전문의 오랜 협진을 통해 환자는 올바른 턱을 갖게 됐으며 최종보철물을 통해 치료가 마무리됐다.

모든 치료가 끝난 환자 구강상태
모든 치료가 끝난 환자의 구강상태

해당환자는 2021년 4월 중순에 병원을 방문, 2021년 10월 하순경에 진료가 마무리됐다. 6개월 동안 치료가 지속된 것이다. 6개월이나 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6개월밖에 안 걸린 운이 좋은 케이스다.

사실 치과의사 입장에서 진료가 마무리됐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치료를 통해 안 좋았던 치아와 구강을 회복한 것이지, 진정한 진료의 목적은 겨우 회복한 구강건강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해당환자는 치석이나 음식물에 의한 치주질환이 아니라 심한 충치에 의해 치아를 상실한 것이었기 때문에 치아를 잡고 있는 뼈가 튼튼했다. 즉 향후 치주질환으로 망가질 가능성이 적은 것이다.

‘신속·정확’이란 단어는 매우 좋은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치과치료에서 신속·정확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정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치과의사라면 치료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삶의 질’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환자 분의 동의를 얻은 후 사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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