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임상적치관확장술(CLP)’, 살리냐 죽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임상적치관확장술(CLP)’, 살리냐 죽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11.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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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길을 걷다 보면 많은 치과병원을 발견하게 됩니다. 언뜻 보면 다 똑같은 치과로 판단되지만 사실 치과에도 다양한 진료과가 있습니다. 치과에는 11개 전문의 과목이 존재하는데 이번 2021년에는 진료과목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내 치아가 아플 때 어느 진료과목을 찾아야 하는지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아래 앞니가 깨져서 시리고 아파요.”

60대 남성환자가 치과에 방문했다. 환자는 치아를 사용할 때 불편감은 없으나 아래 앞니가 깨져 시리고 미관상 좋지 않다고 했다.

검사결과 환자는 심하게 이를 가는 습관이 있었다. 또 치아를 꽉 무는 습관도 함께 갖고 있었다. 소위 ‘구강악습관’을 갖고 있던 것이다. 오랜 시간 이를 갈고 치아를 꽉 물고 지내다 보니 결국 치아는 마모되고 깨져서 치아 내부신경이 노출된 상황이 온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자는 평소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는데 치아를 가리다 보니 앞니로 씹는 습관이 생긴 것도 문제였다.

이런 구강악습관은 앞니를 급속도로 망가뜨리며 턱관절 및 관련 근육을 비정상적으로 발달시킨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턱관절 및 근육질환을 치료하는 ‘구강내과전문의’ ▲치아의 맞물림을 전공한 ‘보철과전문의’ ▲치아를 길게 만들고 잇몸을 만들어줄 수 있는 ‘치주과전문의’ ▲신경치료전문의 등 적어도 4개의 전문의가 협진을 해야 한다.

치료에 앞서 환자에게 희망사항을 물어봤다. 환자는 아래 앞니가 예쁘게, 입을 다물었을 때 아래 앞니가 절반 정도 보이길 강력히 원했다. 얼마나 이게 스트레스였으면 치아가 망가졌겠는가. 십분 이해하는 대목이었다.

방문 당시 환자 치아상태
방문 당시 환자 치아상태

머리를 맞대 치료방법을 고심한 결과 이 환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치료방법은 2가지였다.

하나는 환자의 습관에 맞춰(앞니로 씹는 습관) 양쪽 어금니 높이를 모두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자연스럽게 아래 앞니를 길게 보이도록 해준다. 이때 중요한 것은 치아의 씹는 면(교합면)을 올리는 것이다. 따라서 양쪽 작은 어금니와 큰 어금니 등 12~16개 정도의 치아에 보철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즉 거의 모든 치아를 치료하는 ‘전구강재건술(Full mouth rehabilitation)’이 필요한 것이다.

전구강재건술은 거의 모든 치아를 한번에 치료하기 때문에 가장 탁월한 심미적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전구강재건술은 턱관절 관련 근육에 부담을 주고 신경치료가 필요한 치아가 많이 생길 수 있다. 또 건강한 치아를 깎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다른 방법은 현재 어금니 높이를 조정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아래 앞니의 뼈와 잇몸을 잘라내 해당 치아를 길게 만들어야 한다. 이 치료방법은 씹는 높이를 변화시키지 않기 때문에 환자 적응이 쉽고 치료기간이 짧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치료비용도 저렴하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이 치료법에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아래 앞니 치아를 잡는 뼈와 잇몸이 충분해야 하고 치아를 길게 하는 수술(임상적치관확장술 : Clinical Crown Lengthening Procedure, 이하 CLP)을 정교하게 해야 한다.

큰 고민 끝에 CLP수술을 결정했다. 검사 도중 구강내과전문의가 전구강재건술을 진행하면 환자의 턱관절 및 관련 근육에 무리가 갈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CLP수술전후
CLP수술 전(위)과 후.

이제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본격적인 CLP수술에 앞서 치아의 시린 증상을 없애기 위해 보존과전문의가 신경치료를 진행했다. 이후 치주과전문의 집도하에 아래 치아를 길게 하는 CLP수술을 진행했다.

치주과전문의의 세심한 CLP수술 덕분에 치아를 잡고 있는 잇몸과 뼈가 잘 제거됐다. 또 잇몸이 새로운 높이에 잘 맞춰져 바로 보철치료를 진행했다. 이때 CLP수술이 세심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대부분 비(非)치주과전문의들은 치아를 잡고 있는 건강한 잇몸의 윗부분을 잘라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치주과전문의가 새롭게 만들어준 잇몸이 오른쪽 송곳니부터 왼쪽 송곳니까지 일직선으로 예쁘게 형성됐다. 이후 보철과전문의가 아래 앞니 부분 6개 치아를 균일하게 삭제하고 양쪽 어금니의 높이와 조화롭게 보철물을 완성했다.

기나긴 치료 끝에 환자 본인이 원하던 것처럼 양쪽 어금니로 씹어도 아래 앞니의 절반이 보이기 시작했고 더이상 사람들을 만날 때 앞니로 씹을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아직 모든 치료가 끝난 것은 아니다. 환자의 저작근육 적응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에 구강내과전문의 추천으로 근육에 보톡스치료를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환자에게는 평소 안 좋은 구강습관을 갖고 있는 만큼 주기적인 보톡스치료가 필요하다고 상기시켰다.

치료 후 환자 치아상태
치료 후 환자 치아상태

치과를 가면 간호사가 동그랗게 구멍 난 녹색의료수건을 얼굴에 덮는다. 환자는 시야가 가려진 채 소리만 듣기 때문에 어떤 치료가 이뤄지는지 잘 모른다. 거기에 ‘드르륵’ 거리는 치과의료기기 소리는 어떤가. 치과의사로서 하고 싶은 말은 진정한 치과의사는 그 불안감을 자세한 설명으로 사전에 차단, 묵묵히 치료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최적의 치료계획을 세우고 후회하지 않을 최선의 진료를 시행하도록 매번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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