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빨간코는 죄가 없다, 단지 자외선차단제를 잘못 선택했을 뿐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빨간코는 죄가 없다, 단지 자외선차단제를 잘못 선택했을 뿐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11.1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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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예전에 만화나 드라마에서 술주정뱅이를 표현할 때 코를 빨갛게 하곤 했다. 이후 우연히 코가 빨간 사람만 봐도 ‘술을 얼마나 먹었기에’라는 선입견부터 갖게 된다. 하지만 빨간코는 술 때문만이 아니다. 이는 ‘주사’라는 피부질환의 하나로 코, 뺨 등 얼굴 중앙부를 중심으로 나타나며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한 만성염증질환이다. 

주사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데 특히 혈관조절기능이상과 국소염증반응이 조절되지 않아 발생한다. 자극요인은 음주뿐 아니라 자외선 노출, 고온과 저온 노출, 맵거나 뜨거운 음식, 과격한 운동, 스트레스 등으로 알려져 있다. 주사는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재발이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생활 속 관리가 중요한데 특히 자극이 적은 화장품 선택은 필수다. 

주사를 악화시키는 요인인 자외선은 피부자극을 통해 피부염증을 유발시켜 피부건강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자외선차단제 선택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미국의학협회(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는 시중에 사용되는 자외선차단제의 성분이 권장기준치 이상으로 혈류에 빠르게 흡수된다고 밝힌 바 있어 혈관기능과 염증반응조절에 취약한 염증피부질환자는 자외선자단제 선택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외선차단제는 크게 유기자차무기자차성분으로 나뉘는데 유기자차의 경우 자외선을 흡수해 열로 환원하는 원리를 이용해 ‘화학적 차단제’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성분은 ‘아보벤존’과 ‘옥티녹세이트’를 들 수 있다. 이 성분은 피부상태에 따라 눈시림은 물론 피부자극의 원인이 되기도 해 피부가 예민하거나 피부질환이 있는 경우 권장하지 않는다. 

또 무기자차는 자외선을 산란시키는 방식으로 피부에 방어막을 형성해 자외선을 튕겨내는 원리다. 주요성분으로는 ‘티타늄디옥사이드’와 ‘징크옥사이드’가 있는데 금속성분이다 보니 땀이나 물에 잘 씻기지 않고 하얗게 보이는 ‘백탁현상’이라는 단점이 있다. 또 발림성도 빡빡해 유기자차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자외선차단제에 비하면 사용감도 떨어진다.

하지만 주사로 인한 피부염증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라면 유기자차는 배제하고 무기자차성분의 자외선차단제를 선택해야 한다. 유기자차성분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대로 피부에 흡수돼 자외선과 화학작용을 하기 때문에 반응과정에서 피부를 더욱 민감하게 자극하기 때문이다. 

2011년 Axelstad, M 등이 ‘독성학과 응용약리학(Toxicology and applied pharmacology)’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자외선차단제성분 중 유기자차에 해당하는 옥티녹세이트 노출이 쥐의 번식 및 신경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6년 Darbre, P.D가 ‘임상 내분비 및 대사질환 모범진료 및 연구(best practice and research in clinical endocrinology and metabolism)’라는 논문에서 옥티녹세이트가 에스트로겐을 모방해 내분비를 교란시켜 갑상선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안전한화장품캠페인단체‘에서도 자외선차단제성분 중 옥티녹세이트의 독성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옥티녹세이트성분을 함유한 자외선차단제는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의 국제주사학회(National Rosacea Society) 역시 유기자차성분을 피하고 티타늄디옥사이드와 징크옥사이드를 포함한 무기자차 자외선차단제 중 SPF15 이상의 UVA와 UVB 동시차단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는 주사로 인한 염증피부질환자의 자외선으로 인한 악화요인과 피부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현재 옥티녹세이트성분은 ‘에칠헥실메톡시신아메이트’ ‘옥틸메톡시신나메이트’ 등으로 표기된다. 

혹시 지금 주사로 고생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사용하고 있는 자외선차단제성분을 확인해 보시라. 빨간코는 죄가 없다. 단지 당신이 선택한 화장품이 잘못됐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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