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치과에서도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구강 내 장치로 수면의 질↑
[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치과에서도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구강 내 장치로 수면의 질↑
  •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12.1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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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길을 걷다 보면 많은 치과병원을 발견하게 됩니다. 언뜻 보면 다 똑같은 치과로 판단되지만 사실 치과에도 다양한 진료과가 있습니다. 치과에는 11개 전문의 과목이 존재하는데 이번 2021년에는 진료과목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내 치아가 아플 때 어느 진료과목을 찾아야 하는지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칼럼에서는 치과진료 전에 내과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해야 하는 질환인 골다공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오늘은 수면무호흡증 치료에서 치과전문의가 하는 중요한 역할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드르렁 드르…..컥……피휴우………드르렁 드르…..컥………피휴우…….

단체로 숙박할 때 하필 코골이가 심한 사람과 같이 방을 쓰게 된다면 큰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위의 경우처럼 수면 중 코골이가 심해 중간에 호흡까지 멈추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하는 질병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동안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는 증상이 1시간 내 5회 이상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정말 이러다 큰일이 나는 건 아닌지 걱정돼 주변 사람까지 잠을 깨게 만든다.

수면무호흡증은 어떤 악영향을 끼칠까

하지만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히 옆 사람의 잠을 방해하는 정도가 아니다. 수면 중에 호흡이 멈춘다는 것은 공기, 즉 산소가 몸으로 들어오는 과정이 순간적으로 막힌다는 것으로 자는 동안 노폐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신선한 산소가 공급되는 순환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피곤하다. 실제로 수면무호흡증환자의 오전 교통사고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다. 

수면무호흡증은 왜 생길까

사람은 평소에 항상 기도가 열려있고 식도는 닫혀 있다. 기도를 통해 공기가 폐 안으로 들어가고 폐에서는 공기 속의 산소를 뽑아내 온몸으로 신선한 산소를 내보낸다. 기도는 음식물이 꿀꺽 넘어가는 순간에만 아주 잠깐 닫힌다. 즉 우리는 식도가 열리면서 음식물이 폐가 아닌 위로 들어가는 아주 기가 막힌 공조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앉아 있거나 서 있을 때와는 달리 누워있을 때는 아래턱과 혀가 중력을 받아 아래로 떨어지고 이것에 의해 기도 면적이 매우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수면 중에 코골이가 많이 발생하고 특히 코골이가 심하면 수면무호흡증까지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코골이는 누구에게든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BMI가 높아 지방에 의해 원래부터 기도가 좁아져 있는 사람, 즉 비만인 경우 심하게 나타날 수 있고 수면무호흡증으로 악화될 위험도 훨씬 높다.

수면무호흡증은 어떻게 진단할까

수면무호흡증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라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수면다원검사는 환자의 코와 입, 뇌파 근육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수면상태에서 검사를 시행한다. 수면의 질, 코골이, 수면무호흡의 정도, 근육긴장도 등 다양한 검사를 시행하는데 집에서 자면서 검사를 할 수 있는 휴대용검사기도 있고 수면클리닉에서 하루밤을 자면서 검사를 받을 수도 있다.

수면다원검사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나 내과전문의 또는 수면전문클리닉에서 시행하며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환자의 부담금이 15만원 내외다.

지속적 기도 양압기 씨팹(CPAP). 출처=CAPA빅토리아 홈페이지

 

수면무호흡증의 치료는 어떻게 할까

잘 설계된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으로 정확히 진단되면 치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평소 잘 열려 있는 기도가 누웠을 때 중력에 의해 좁아지는 것이라 딱히 치료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이비인후과 전문의나 내과전문의 등은 BMI를 낮추는 방향, 즉 살을 빼는 것을 추천하지만 이 또한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부분이 지속적 기도 양압기(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CPAP, 이하 씨팹)를 이용한 치료법을 택한다. 이 장치는 수면 중에 기도를 계속 열어주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방지하고 수면의 질을 높여준다. 그런데 씨팹은(최근에는 정말 간소화됐지만) 장비가 복잡하고 인공호흡기를 달고 자는 것과 비슷해 환자의 불편함이 크다.

치과전문의는 무엇을 하는가

이때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아주 심하지 않다면 치과에서 간단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물론 씨팹은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환자의 협조가 어렵고 잠에 예민한 환자들에게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치과에서는 환자 개인별로 적합한 구강 내 장치를 만들어준다. 누웠을 때 아래턱이 중력방향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기만 해도 초‧중기의 수면무호흡증은 상당 부분 치료할 수 있다. 이를 ‘아래턱이 앞으로 나가는 장치(Mandibular Advancement Device: MAD)’라고 부른다.

디자인을 조금씩 변형시켜 특허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아류장치들도 많이 있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환자의 위턱과 아래턱에 최적화된 장치를 만들고 아래턱을 기존보다 앞으로 내밀 수 있도록 설계해 누웠을 때 아래턱이 앞으로 나가게 하는 것으로 동일하다. 

물론 이 장치도 구강 내에 끼고 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따라서 잠에 예민한 환자들의 협조도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씨팹보다는 훨씬 간단하고 들고 다니기 수월하며 적응하기도 쉽다. 필자가 관리하는 수면무호흡증환자들도 대부분 잘 적응하고 있으며 본인의 수면의 질과 가족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점을 가장 기뻐하고 있다.

사람의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구강과 얼굴 부분을 전공한 치과의사와 코, 귀, 인후 부분을 전공한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협업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지인 중 코골이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거나 아침에 일어나도 유독 피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수면클리닉 진료를 권유하자. 더불어 치과에서도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 치료 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알려주면 개인에게 적합한 치료방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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