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중증건선 치료법의 눈부신 발전…완치까지 남은 숙제는
[특별기고] 중증건선 치료법의 눈부신 발전…완치까지 남은 숙제는
  • 김상석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12.21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상석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교수

“항상 겨울이 오면 피부가 붉어지고 각질이 심해지는 데다 손가락이 붓고 관절을 쑤시는 듯한 통증까지 심해져 너무 괴로웠는데 이제는 찬바람과 건조한 날씨가 두렵지 않아요. 통증도 거의 사라져 너무 개운하고요!” 

필자와 10년 넘게 치료해온 중증 건선환자 김 모씨가 전해준 이야기다.

그의 몸과 팔다리 주변에 나타난 판상 건선 병변은 10여 년간 계절과 컨디션 변화에 따라 악화와 호전을 반복했다. 그가 건선환자로서 주변의 시선과 편견까지 견디면서 보낸 그 고통의 세월을 아는 사람으로서 또 그와 치료 여정을 함께했던 전문의로서 그가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돼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필자도 덩달아 만족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최근 김 씨처럼 좋은 소식들을 전해주는 중증건선환자들이 늘어났다. 그동안 연구가 지속되면서 건선을 유발하는 면역학적 기전들이 발견되고 그에 따라 혁신적인 생물학적제제들이 개발돼 진료현장에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선은 피부 외에도 전신에 발생하는 만성염증성질환으로 면역체계가 다른 조직을 공격하면 관절, 심혈관 등에 동반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건선은 단순히 피부질환으로만 인식돼 환자들은 피부 병변 치료를 위해 외용제로 국소적 치료를 하다 중증으로 발전하면 광선치료나 약물치료로 전신적 증상을 조절해왔다. 동반질환은 증상에 따라 관절염 및 심혈관질환 치료제를 사용해왔다.

건선의 치료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평생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질환 특성상 치료효과를 장기간 유지하면서 병변을 개선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해 재발과 동반질환의 발생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까지의 치료요법들은 중증건선환자들의 삶의 질을 장기간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개선하기엔 부족했고 치료과정에서 여러 민간요법에 전전하거나 부작용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생물학적제제는 기존 치료법으로 호전되기 어려운 중증도 이상의 건선환자의 증상관리와 재발방지에 좋은 치료법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루킨-23을 억제하는 기전의 치료제를 투약한 환자 중 절반 가량에서 완전히 깨끗한 수준으로 피부가 개선되는 결과(PASI 100)가 나타난 데다 이 좋아진 피부상태가 약 5년간 유지되는 효능을 보이는 치료제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새로운 치료제는 피부에 나타나는 판상 건선 외에도 건선성관절염, 손발바닥 농포증 등 동반질환까지 치료할 수도 있다. 

이제 건선은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빨리 찾아 전문의와 함께 꾸준히 증상을 관리하면 완치에 가까운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질환이 됐다. 치료법의 발전과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은 단순히 환자들의 선택 기회가 늘어났다는 점을 넘어 신체적·심리적 그늘에 갇혀 있던 환자들에게 해방의 기쁨을 가져다 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건선분야 전문의로서 앞으로 완치에 이를 정도로 치료법이 발전할 뿐 아니라 건선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돼 김 씨처럼 많은 환자들이 일상생활의 기쁨을 맘껏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