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겨울철 피부질환, 무심코 지나치면 안 돼요
[좌담] 겨울철 피부질환, 무심코 지나치면 안 돼요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12.22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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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건조증·동창·동상·망상청피반이 대표적 피부질환
‘갑자기’ 건조해지는 경우 없어...무심한 보습관리 탓
‘동창’과 ‘동상’ 헷갈려선 안 돼...증상강도 따라 구분
(왼쪽부터) 한정선 헬스경향 기자,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김현조 순천향대병원 피부과 외래교수(CNP차앤박피부과 천안불당점 원장).

어느새 매서운 겨울이 찾아 왔다. 지금처럼 기온이 떨어지는 날씨에는 얼굴을 비롯해 몸 구석구석 피어나는 하얀 각질과 간지러움, 홍조 등으로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온 때문에 ‘일시적으로 일어난 현상이겠지’라며 무심코 넘어갈 경우 더욱 악화되는 피부질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김현조 피부과전문의(CN차앤박피부과 천안불당점 원장)와의 좌담을 통해 겨울철 피부질환에 대해 살펴봤다.

한정선 기자 : 겨울에 많이 생기는 피부질환의 종류와 증상은.

허창훈 교수 : 겨울에는 특히 기온과 습도가 낮아 한랭에 의한 손상 및 피부건조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한랭에 의한 손상에는 저체온증 같은 전신적 형태와 동상 같은 국소적 형태가 있다. 신경조직과 지방조직이 한랭에 보다 민감해 이상감각이 생기거나 신경계 이상, 지방염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건조해진 피부는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살갗이 하얗게 일어나며 도자기의 균열처럼 갈라지는데 특히 노년층과 정강이 부위에 많이 발생한다.   

한정선 기자 : 혼동하기 쉬운 대표적인 겨울철 피부질환은 어떤 것들이 있나. 

허창훈 교수 : 대표적으로 ‘동창’‘동상’을 들 수 있다. 둘 다 한랭에 의한 피부손상인데 동창은 약하고 동상은 좀 더 심한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영하의 기온이 아니어도 동창이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손가락과 발가락 등 말단부위에 잘 발생한다. 가려움과 통증이 생기고 겨울마다 반복될 수도 있다.  

동상은 심한 영하의 기온에서 혈액공급까지 원활하지 못해 나타나는 응급상황으로 볼 수 있다. 너무 심하면 통증조차 없지만 가온할 경우 피부증상이 다시 나타난다. 증상이 약하면 붉어짐과 불쾌감으로 그칠 수 있지만 심한 경우 괴사와 물집으로 인해 괴사조직제거술이나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동창은 동상보다 심한 상태이지만 영하의 기온이 아니어도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손발가락 등 말단부위에 잘 생긴다(출처=피부과학 7판). 

한정선 기자 : 겨울에 건조함 때문에 발생하는 피부질환은.

허창훈 교수 : 겨울철 영하의 기온과 낮아진 습도는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다. 단순히 피부건조에 그칠 수도 있지만 진물이 나는 습진 병변이 지속되면 건성습진으로 진행될 수 있다. 건성습진은 본래 피부표면의 지질감소로 피부장벽이 손상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심하게 건조한 피부를 긁거나 마찰 때문에 나타날 수도 있다. 다른 습진과 달리 붉은 홍반은 발생하지만 진물까지 발생하는 경우는 적고 특히 정강이, 팔꿈치, 옆구리, 손등에 많이 발생한다. 노년층에서 가려움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정선 기자 : 겨울철 피부질환으로 탈모나 두피각질, 머리비듬이 증가한다는데 사실인가. 

허창훈 교수 : 겨울에 발생하는 탈모는 휴지기 탈모로 우리가 알고 있는 대머리와는 다른 질환이다. 쉽게 얘기하면 동물의 털갈이와 비슷한 증상이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대부분 치료하지 않아도 회복된다. 

두피각질이나 머리비듬은 지루피부염이 있을 때 많이 생기는데 지루피부염 역시 계절에 따른 온∙습도 변화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겨울과 초봄의 낮은 습도와 추운날씨가 증상을 악화시키며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완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한정선 기자 : 겨울철 피부질환이 생겼을 때 스스로 할 수 있는 응급처치법은.

허창훈 교수 : 동창이나 동상의 경우 빨리 가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부위는 물론 몸 전체를 따뜻하게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빨리 회복된다. 이때 적절한 혈류를 유지하기 위해 금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동상이라면 37~42도의 온수에 피부가 말랑말랑해지고 홍조가 생길 때까지 30~60분간 담그는 ‘급속재가온법’을 시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문지르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 물집이 생겼다면 감염방지를 위해 터뜨리지 말고 소독해야 하며 괴사조직제거술이나 절단은 마지막에 선택하는 치료법이다. 

피부건조증은 뜨거운 물에서 세정력이 강한 비누를 사용하거나 때를 많이 밀면 더욱 악화된다. 따라서 때를 밀지 말고 목욕시간과 횟수를 줄이며 순한 비누와 약산성 세정제를 사용하고 뜨거운 물을 피하는 것이 좋다. 목욕 후 물기가 마르기 전 보습제를 바르고 증상이 심한 경우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처방이 필요할 수 있다. 

한정선 기자 : 겨울철 피부질환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김현조 전문의 : 겨울이면 갑자기 잠을 못 잘 정도로 가려움증이 심하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한다. 차고 건조한 외부환경과 실내난방기구가 피부보습력을 더욱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춥고 건조해지는 겨울에는 피부수분도 증발돼 건조해진다. 피부가려움증을 호소하는 환자 대다수는 ‘갑자기’ 발생했다고 하지만 사실 여름부터 서서히 진행됐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망상청피반은 전기난로 등 온열기구를 자주 사용하는 겨울철에 발생하기 쉽다. 허벅지 등에 얼룩덜룩한 그물모양의 병변이 나타나나는 것이 특징이다(출처=피부과학 7판).

한정선 기자 : 겨울철 피부질환의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어떻게 되나.

김현조 전문의 : 겨울철 피부질환은 피부건조증, 한랭에 의한 동상과 동창, 장시간의 난방기구사용으로 발생하는 망상청피반 등을 들 수 있다. 피부건조증은 기존 아토피피부염, 건선, 지루성피부염을 악화시키는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피부색소침착과 흉터를 유발한다. 또 평소 고지혈증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피부가 더욱 건조해지기 쉬워 보습에 신경 써야 한다. 

망상청피반은 피부에 그물모양의 청자색 병변이 나타나는데 엉덩이, 몸통, 넓적다리에 발생한다. 예컨대 책상 밑에 전기난로를 장시간 켜고 근무할 경우 표재성 혈관손상이 발생, 얼룩덜룩한 그물모양의 병변이 허벅지 내측 부위에 나타난다. 또 전기장판을 고온으로 장기간 사용할 경우 등, 가슴, 엉덩이에도 발생할 수 있다. 증상 초기엔 부드러운 마사지, 미세순환혈류개선제로 치료 가능하지만 증상이 반복되면 반영구적인 색소침착이 남을 수 있다. 

한정선 기자 : 겨울철 피부질환의 치료법은.

김현조 전문의 : 피부건조증치료를 위해서는 충분한 보습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충분한 양의 보습제를 자주 바르고 약 19~22도의 실내온도와 30~40% 실내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잘 때는 보습제를 바를 수 없기 때문에 수면공간의 습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보습제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피부과에서 가려움증을 완화시키는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연고를 처방받아야 한다. 

한정선 기자 : 의료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겨울철 피부질환은 어떤 것들이 있나.

김현조 전문의 : ▲피부건조증 ▲동창 ▲동상 ▲망상청피반 등 대부분의 겨울철 피부질환은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들 질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발생하는 과색소침착, 흉터 등은 의료보험혜택이 되지 않는 비급여항목이기 때문에 예방과 적절한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한정선 기자 : 겨울철 피부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은.

김현조 전문의 : 피부보습유지를 위한 생활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목욕 시 때를 밀면 피부장벽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약산성 세정제를 이용한 샤워를 권장하며 샤워 후 5분 내에 충분한 양의 보습제를 도포해야 한다. 꼭 씻은 후 보습제를 발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피부건조증환자의 경우 굳이 씻지 않아도 보습제를 자주 덧발라주는 것이 좋다.

음주와 흡연을 줄이고 규칙적이면서 적당한 강도의 유산소운동 및 딸기, 사과, 귤 등 비타민을 다량 함유한 과일과 비타민제를 복용하면 피부보습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 이밖에 내복, 장갑, 모자, 두터운 양말 등으로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동상, 동창 및 망상청피반 예방에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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