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가 쫄쫄 굶는다? 지방간 경보!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가 쫄쫄 굶는다? 지방간 경보!
  • 신성우 화성 병점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1.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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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피어프리 중점 진료 병점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
신성우 피어프리 중점 진료 병점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

오늘은 고양이 지방간에 대해 말하려 한다. 필자는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는데 오늘 소개하려는 일화를 되새겨보며 고양이를 더 좋아하고 신비한 동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필자가 24시 동물병원에서 근무했을 때 지방간에 황달까지 앓고 있던 고양이를 맡은 적이 있었다. 검은 털에 눈이 노란 아주 착하고 예쁜 고양이였다. 보호자의 가족구성원은 아버지, 어머니, 누나였는데 누나가 이 고양이를 입양했고 이후 외국에 거주했다. 고양이의 예후가 안 좋을 것으로 보여서 필자는 보호자에게 누나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라고 했다. 누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고양이를 보러 오겠다고 했다. 고양이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숨 쉰 채로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는 2일을 더 버텨 누나의 얼굴을 보고 아는 척을 하는 것이었다. 고양이는 누나와 짧게 시간을 보낸 후에 누나가 잠시 밥 먹으러 간 사이 고양이별로 떠났다. 고양이에게 지방간은 굉장히 아프고 힘든 질병이다. 누나를 보려고 고통을 견딘 모습을 보고 진짜 고양이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지방간이란 간에 지방이 5% 이상 침착된 상태를 말한다. 동물병원에 식욕부진(3일 이상), 구토, 침흘림을 동반한 고양이가 내원하면 수의사는 지방간이 있는지 꼭 확인한다. 장기간 식욕부진을 동반한 고양이는 간에 지방이 축적되며 지방간이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고양이는 “강아지의 축소판, 작은 강아지”라는 말을 했는데 두 동물은 엄연히 다르다. 육식동물인 고양이는 개와 달리 몸에서 단백질이 많이 필요하다. 식욕이 부진하면 단백질 공급이 중단되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려고 하는데 지방처리능력이 부족하기에 간에 지방이 쌓인다. 잡식동물인 강아지보다 육식동물인 고양이에게 지방간 발병이 많은 이유다.

고양이 지방간 발병원인으로는 3일 이상 식욕절폐 상황, 무리한 다이어트(단백질 과다제한), 2주 이상 식욕부진 상태 지속 등이 있다. 지방간은 비만한 고양이에게 더 잘 생긴다. 특발성으로 발생할 때가 30% 정도이며 이 경우 생존율은 80% 정도로 높은 편이다. 다른 기저질환(간부전, 신부전, 췌장염 등)으로 식욕부진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지방간이 생긴 것이라면 생존율은 20% 정도로 낮아진다.

고양이 지방간은 꾸준한 음식공급이 정말 중요하다. 이때 기저질환이 있으면 동물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각종 처치를 버텨야 한다. 집에서 케어하기 힘든 부분이다 보니 동물병원에 입원하지만 이러면 고양이는 스트레스를 받고 식욕절폐가 심해진다. 필자의 경험상 무작정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두는 것보다 집에 가서 음식을 먹였을 때 살리는 확률이 더 놓았다.

하지만 이건 고양이마다 다르다. 수의학교과서에 따르면 꽤 오랜 기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입원해서 강제급여(비강-식도튜브), 전해질교정, 미네랄과 비타민공급으로 빠른 회복을 도와 자발적인 식욕이 돌아오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지방간이 생긴 고양이가 식욕을 되찾을 때까지 1달이나 입원했던 것도 본 적이 있다. 음식급여를 할 때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좋은 게 아니다. 영양재개증후군(Refeeding Syndrome)이 있는지 모니터링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간 초기에는 입원해서 계속 체크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일전 칼럼에서 고양이 음수량과 소변의 중요성을 말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평소 식사량을 꼭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밥을 줄 때 눈대중으로 주기보단 계량컵이나 종이컵을 써서 일정한 양을 급여하고 얼마나 먹는지 보기 바란다. 위에 말한 것처럼 고양이는 3일만 안 먹어도 간이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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