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이빨이 스르르...‘치아흡수성병변’ 아시나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이빨이 스르르...‘치아흡수성병변’ 아시나요?
  • 이동국 대구죽전동물메디컬센터(죽전동물병원)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1.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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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대구죽전동물메디컬센터(죽전동물병원) 대표원장
이동국 대구죽전동물메디컬센터(죽전동물병원) 대표원장

구강건강은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양이는 구강질환에 너무나도 취약하다. 대표적인 고양이 구강질환은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던 구내염과 이번에 소개할 ‘치아흡수성병변’이다. 한 논문에 따르면 고양이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크고 작은 치아흡수성병변을 앓는다고 한다. 실제로 치아흡수성병변으로 동물병원을 찾는 고양이를 자주 만난다.

치아흡수성병변은 고양이파치세포흡수성병변(Feline Odontoclastic Resorption Lesion)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파치세포를 달리 말하면 상아질파괴세포다. 상아질파괴세포는 젖니의 뿌리를 흡수해서 영구치가 성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는 바람에 영구치를 공격해서 녹인다. 잇몸 위쪽 치관이 녹거나 잇몸 안쪽 치근이 녹아서 주변 치조골에 흡수되기도 한다. 상아질파괴세포는 왜 활성화된 것일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칼슘부족, 치석, 비타민D 과다섭취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치아흡수성병변은 상당한 통증을 부른다. 치아가 녹으면서 신경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환자는 얼굴을 앞발로 문지르거나 바닥에 비빈다. 사료를 먹다가 흘리고 턱을 덜덜 떨기도 한다. 침을 흘리기도 한다. 식사량이 줄면서 살이 빠진다.

치아흡수성병변은 진행 정도에 따라 1~5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치아의 가장 바깥쪽만 손상된 상태다. 5단계는 녹은 치관을 치은조직이 덮어 치관이 보이지 않는 상태다. 보호자가 치아흡수성병변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치아흡수성병변은 보통 파수꾼치아(아래턱 송곳니 바로 뒤에 있는 작은 어금니)에 제일 먼저 생긴다. 파수꾼치아의 잇몸 쪽 부분(잇몸과 닿는 부분)이 깨진 것처럼 보이거나 빨갛게 자라난 잇몸으로 덮였다면 치아흡수성병변을 의심해야 한다. 그런데 치아가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치아뿌리가 녹아 있을 때도 많다. 그래서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치과방사선촬영을 해봐야 한다.

치아흡수성병변 치료법은 발치다. 예전에는 수복치료를 하기도 했으나 장기간 치료성공률이 너무 떨어져서 발치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발치 뒤에도 치아뿌리까지 완전히 뽑았는지 확인하고자 치과방사선촬영을 해야 한다. 남아 있는 치아뿌리는 통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발치가 잘 이루어졌다면 환자는 예전처럼 밥을 잘 먹는다. 저번 칼럼에서도 언급했듯 고양이는 이가 없어도 잇몸으로 얼마든지 산다.

고양이는 치아흡수성병변이 잘 발생하고 재발률이 높으니 정기적으로 치과검진을 챙겨주고 특히 치과방사선촬영을 하는 게 좋다. 고양이는 아파도 참는 습성이 있는 만큼 치아흡수성병변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해야 삶의 질 하락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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