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면서 대한민국도 강아지를 많이 키우던 시대에서 점차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고양이에 대한 배려가 굉장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는 사람들도 고양이에 대한 습성을 잘 모른 채로 키우는 일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현재의 동물병원을 개원하기 전에 고양이병원을 심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사실 고양이는 고양이만 있는 곳에 가는 게 좋다. 워낙 후각이 예민한 반려동물에겐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다른 냄새들이 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고양이병원으로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그에 대한 배려를 최대한 하려고 했다. 필자가 생각한 배려를 보며 보호자가 동물병원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공간의 분리다. 강아지의 발톱, 항문낭 냄새 등이 퍼져있는 공간에서 고양이는 당연히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양이대기실과 고양이진료실을 강아지와 분리를 해서 동선을 짰다. 또 후각과 청각이 예민한 반려동물을 배려하기 위해 고양이대기실, 고양이진료실의 벽은 방음 및 흡음이 되는 자재를 몇 겹으로 배치를 했다. 물론 모든 소리를 다 차단할 수는 없겠지만 필자가 생각한 고양이에 대한 배려 중 하나다.
둘째로 펠리웨이(Feliway)라고 하는 고양이 페로몬을 동물병원 전역에 배치해두었다. 펠리웨이(Feliway)는 고양이의 얼굴 페로몬의 유사체를 사용해 스트레스, 스트레스에 의한 이상행동(과도한 스크래치, 오줌 스프레이, 숨기, 활동성 감소, 식욕감퇴 등)이 나타날 때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얼굴 페로몬은 다른 말로 고양이에게 ‘행복 메시지’라고 하는데 이로 하여금 안전한 느낌을 들게 할 수 있다. 얼굴 페로몬 유사체를 사용하면 고양이들이 차분해지며, 고양이와 이동할 때, 동물병원에서 등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고양이가 덜 스트레스를 받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은 필자에게도 도전이다. 아마 동물병원에 가보면 문진 및 진료를 한 후에 강아지, 고양이를 뒤로 데려가는 걸 자주 봤을 것이다. 아니, 거의 99%의 보호자는 이를 경험했을 것이다. 또 안에서는 처음 들어보는 비명, 굉음 등이 들리기 시작한다. 사람으로 빗대어 보게 되면 엄마가 어딘가를 데려갔는데 갑자기 엄마가 없는 다른 공간으로 데려가서 싫어하는, 아파하는, 무서워하는 행동을 하는 것과 같다. 말 못 하는 반려동물에겐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동물병원을 싫어하고 무서워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아마 동물병원을 가게 되면 반려동물이 흥분할 수 있어 뒤로 데려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반려동물은 보호자와 같이 있을 때 진료를 잘 받는다. 필자도 이전에 반려동물을 뒤로 데려가는 동물병원에 있어서 경험해보지 못했었지만, 실제로 진료실 내에서 보호자와 같이 진료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반려동물이 너무 진료를 잘 받고 순종적이었다. 아마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위에 말한 사례처럼 모든 반려동물이 그렇지 않지만, 생각보다 많은 반려동물이 이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보호자도 많이 만족하는 것 같다. 그래서 본원에 오게 되면 “어? 뭐지? 왜 이리 잘하지?” 등의 반응이 많다. 그런데 이건 누가 잘해서 누가 뛰어나서가 아니고 반려동물에 대해 배려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본원의 벽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반려동물에게도 감정이 있습니다. 몸뿐만이 아닌 마음까지 치료하는 병원이 되겠습니다.” 이 문구에 부끄럽지 않게 피어프리 강의 및 핸들링, 터치 등 많이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보호자가 동물병원에 만족하고 갈 때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