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엉덩이를 바닥에 질질’ 똥꼬스키 탄다면? 항문낭염 신호!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엉덩이를 바닥에 질질’ 똥꼬스키 탄다면? 항문낭염 신호!
  • 김태석 동탄 누리동물병원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5.0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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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 동탄 누리동물병원 대표원장
김태석 동탄 누리동물병원 대표원장

필자가 키우는 노령 포메라니안이 최근 항문에서 냄새가 심해지고 아파했다. 항문낭을 짜니 고름과 혈액이 섞인 액체가 흘러나왔다. 나이가 들어 항문낭조직이 약해져 염증이 생긴 것이다. 우선 먹는 약을 처방했으나 좋아지지 않아 항문낭을 수술로 제거했다. 그 후 냄새도 없어지고 불편해하는 모습도 사라졌다. 가족도 반려견을 안을 때 냄새가 안 난다며 너무 좋아했다.

항문낭은 반려동물이 서로를 식별하는 냄새 나는 액체를 만드는 곳이다. 이 액체(항문낭액)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알리는 영역표시를 한다. 반려견들이 산책하다 만났을 때 서로 항문냄새를 맡는 것도 이를 통해 상대를 식별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또 항문낭액은 배변할 때 윤활제 역할을 해 거친 변이 부드럽게 나오도록 돕는다.

항문낭액은 야외배변 등을 통해 자주 배출해야 하나 실내생활과 실내배변으로 제때 분비되지 않아 쌓여 농축되면 세균에 의해 염증이 생긴다. 항문낭염 원인은 이밖에도 사료급식으로 부드러운 변을 봐서 항문낭액 분비가 줄어드는 것 또는 노화에 의한 항문 쪽 근육퇴행과 비만 등이 있다. 일부는 알레르기로 항문낭점막에 염증이 발생해 항문낭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항문낭염이 생기면 냄새가 심하고 염증, 출혈 등으로 항문주변을 핥고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끄는 행동(일명 똥꼬스키)이 반복된다. 심해지면 식욕저하 및 변비, 우울 등 전신의 건강악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항문낭염으로 배출액이 진득해지거나 냄새가 많이 나고 양이 늘면 가벼운 증상이라 주 2회 정도 배출하는 것으로 해결되기도 한다. 이때는 한동안 동물병원에 가서 배출처치를 해주는 것이 좋다.

염증이 더 심하면 항문낭세척과 약물치료를 시도한다. 그래도 회복되지 않고 반복되면 수술로 항문낭을 제거할 수 있다. 항문낭수술 후에 일부 환자는 길게는 한 달 정도까지 변실금으로 변을 흘리거나 화장실을 가리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수의사는 수술할 때 이를 미리 안내하고 보호자도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항문낭은 염증예방을 위해 보호자가 2주에 1회 목욕할 때 짜주는 것이 좋다. 그런데 너무 자주 세게 짜는 것도 항문낭염 발생의 원인이 되니 유의한다. 항문낭액 짜는 방법은 꼬리를 들어 올린 후 항문의 4시, 8시 방향을 엄지와 검지로 두툼하게 잡아 지그시 눌러 액체를 배출해주는 것이다.

집에서 관리하기 어렵다면 정기적인 접종, 구충 등으로 동물병원을 방문할 때 주치의에게 도움을 청해 관리하도록 한다. 항문낭관리가 여의찮고 동물병원에 가서 처치하는 것도 힘들 땐 예방적 제거술을 하기도 하나 적극적으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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