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길고양이 구조에 성공했다면? ‘건강검진’을 해야 할 때!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길고양이 구조에 성공했다면? ‘건강검진’을 해야 할 때!
  • 최정현 영등포 여의도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7.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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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현 영등포 여의도동물병원 원장 겸반려동물건강검진센터 센터장
최정현 영등포 여의도동물병원 원장
겸 반려동물건강검진센터 센터장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이라 하면 보편적으로 ‘개’를 떠올리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동물병원 환자의 30~40%가 고양이일 정도로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 이에 따라 길에서 위급한 상황에 부닥친 길냥이를 구조해오는 분들도 급증했다.

그 수가 아무리 증가해도 ‘구조’라는 단어에서 떠올려지듯 당시는 위급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먼저 고민해봐야 할 질문은 구조한 고양이를 키울 것인지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YES”라면 상황을 크게 두 가지로 키우는 고양이가 없는 상황과 없는 상황을 나눠 생각해야 한다. 먼저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 않을 때를 살펴보자. 흔히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길고양이를 구조할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동물병원에 있다 보면 키우는 고양이도 없고, 키워본 경험도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죽어가는 생명을 못 본 척할 수 없어 구조하는 사람도 제법 많다. 이때 구조돼 오는 고양이는 대부분 2개월령 전후의 새끼고양이인데 가볍게는 영양실조부터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는 등 건강하지 못한 개체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고양이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구조 직후 동물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고양이는 치료뿐만 아니라 개체의 상태에 따라 세심하게 관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동물병원에서 간단한 건강검진 후 당장 필요한 관리방법부터 이후 키우는 과정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 보호자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할 것이다.

그렇다면 집에 이미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면 어떨까? 이때는 더욱더 입양 전 건강검진이 중요하다. 요즘 아주 예민한 주제인 ‘전염병’이 바로 그 이유다. 전염병이라고 하면 굉장히 심각한 질병을 떠올리게 되지만 사실 가장 흔히 발견되는 것은 귀 진드기 감염증이나 곰팡이성 피부염과 같은 생명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질환이다. 물론 그 외에 심각한 바이러스성 질병이나 기생충 감염증을 앓고 있을 때도 있다. 구조 직후 건강검진을 미처 하지 못하고 키우던 고양이와 합사 후 뒤늦게 질병이 발견돼 기존의 고양이까지 전염되었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합사 전 건강검진에서 질병이 미리 확인되면 환자를 격리와 동시에 치료함으로써 전파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합사 후에 전파된 상황에서는 치료비용도 최소 2배 이상 지출될 뿐만 아니라 질병에 따라서 온 집안을 소독하거나, 소독할 수 없는 물건들은 폐기해야 하는 등 추가적인 비용도 늘어난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NO”라면 고양이의 새로운 보호자를 찾아야 할 것이다. 보통 임시 보호라는 형식으로 구조자가 고양이를 보호하거나, 동물병원에 위탁해 보호하면서 입양자를 찾는다. 앞서 설명한 직접 키우는 것만큼 이럴 때의 건강검진도 아주 중요한데 입양처를 찾는 글은 고양이에 관한 내용을 최대한 정확하고 상세하게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는 추정되는 연령이나 성별, 더 나아가서는 현재의 건강상태를 정확하게 기록해놓아야 입양 공고 글과 현재 고양이의 상태가 달라 입양이 파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구조 후 절차는 다음과 같다. ①구조 직후 동물병원에서 건강검진으로 고양이의 상태나 질환 여부 혹은 가능성을 판단한다. ②확인되지 않은 질병의 잠복기를 고려해 일주일가량 잘 지켜본다. ③고양이의 상태를 자세히 기록해 입양 홍보 글을 적는다. 이러한 절차 없이 서둘러 입양을 진행하면 고양이를 입양 보낸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고양이가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질병을 앓을 수 있다. 또 간단한 건강검진으로 확인되는 장애가 발견되면 입양을 보낸 사람도, 받은 사람도 몹시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특히 입양 초기에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면 파양까지 이어질 때도 많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입양과 파양 과정을 거치면서 고양이가 성장하고 그 결과 입양에 선호되지 않는 나이가 돼 천덕꾸러기가 될 때가 가끔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구조자가 선한 의도로 절망적인 상태의 길냥이를 구조한 후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동물병원을 통한 초기 건강검진을 통해 구조에서부터 가족으로 정착하기까지 크고 작은 어려움을 모두 예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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