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돌연사 주범 ‘심근비대증’ Q&A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돌연사 주범 ‘심근비대증’ Q&A
  • 박지희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7.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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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희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대표원장
박지희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대표원장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한 번쯤 듣는 그 질병, 심근비대증(HCM, hypertrophic cardiomyopathy). 유럽수의심장학회에 따르면 건강한 고양이의 15%가 숨겨진 심근비대증 환자라고 한다. 10마리 중 1~2마리가 해당한다는 얘기다. 어느 날 갑자기 고양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심장병. 생각보다 흔한 이 심근비대증은 무엇일까? 보호자가 진료실에서 수의사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7가지에 대해 답해보고자 한다.

■심근비대증이 무엇인가요?

심장은 전체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박동 한 번으로 전신으로 혈액을 순환시켜야 하는 심장근육(심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심근비대증은 고양이의 좌심실을 구성하는 심근이 과도하게 두꺼워지는 병이다. 그 결과 좌심실의 안쪽 공간이 너무 좁아지고 심근이 충분히 늘어나지 못한다. 심장이 한 번에 내보낼 수 있는 혈량이 줄어드니 더 빨리 뛰어 이를 보상하려 한다. 자연히 심근의 산소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악순환 속에서 심근의 손상이 점차 심해지며 심장기능의 저하로 이어진다.

■심근비대증은 왜 생기나요?

심근비대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특정 품종에게 호발한다는 점에서 유전자적인 요인이 관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발품종은 ▲메인쿤 ▲스핑크스 ▲랙돌 ▲브리티쉬 숏헤어 ▲페르시안 ▲샤트룩스 등이다. 또 갑상선기능항진증, 고혈압과 같은 원발질환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심근비대증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심근비대증을 확진하는 방법은 심장초음파 검사가 유일하다. 고양이의 심장은 매우 작고 매우 빨리 뛴다. 따라서 숙련된 영상의와 일정 사양 이상 초음파기기의 조합이 필수다.

심장초음파 외에 심근과 관련된 검사로 심장바이오마커인 NT-proBNP, Troponin1 검사가 있다. 이 검사들은 혈액을 이용해 심근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경색 소견이 있는지를 쉽고 빠르게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심근비대증 초기이거나 심근비대증 외의 다른 심장병(제한성 심근병증, 선천성 심장병)이 있을 땐 바이오마커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

■심근비대증에 걸리면 어떤 증상을 보이나요?

심근비대증 초기에는 ▲구토 ▲체중저하 등과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을 보이며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심근비대증이 상당히 진행되면 혈액이 전진하지 못하고 좌심방과 폐로 역류하게 된다. 이 단계를 심부전이라 한다. 고양이는 ▲움직임이 적음(운동불내성) ▲빈호흡(가쁜 호흡) ▲개구호흡(입을 벌리고 하는 호흡) ▲기침 ▲기력저하 등을 보이게 된다. ▲혈전 발생률이 높은 편인데 이때는 ▲사지마비 ▲사지냉감 ▲극심한 통증 호소 ▲저체온증 등을 보인다. 상기 증상은 매우 위중한 상태를 뜻하기 때문에 즉시 동물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심근비대증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심근비대증으로 진단받았다면 ACVIM(미국수의내과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단계를 나눌 수 있다. 심장의 기능이 비교적 정상적인 B단계에서는 주기적인 검진이 가장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혈전을 예방하는 약물이나 심박동수를 조절하는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다. 진단받은 시점에 심부전(폐수종, 흉수)이 있다면 C단계에 해당한다. 심부전 약물 치료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고 심부전이 반복된다면 D단계로 볼 수 있다. 심장구조 변화에 따라 저하되는 기능에 맞춰 알맞은 약물을 복용해 합병증(폐수종, 혈전, 부정맥)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 심장병 관리의 목표는 통증을 줄이고 건강을 영위하며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심근비대증은 완치가 되나요?

일부 선천적인 심장병은 수술로 완치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심장병처럼 심근비대증 역시 내과적 치료로 평생 관리하는 질병이다. 문제는 틀림없이 심근비대증으로 확진 받았으나 심부전이 해소되고 심근의 두께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를 일시적 심근비대증(TMT)이라고 한다. 진단 시점에 폐수종이 발생한 확률이 심근비대증 환자는 29%인데 일시적 심근비대증 환자는 79%로 오히려 더 높다. 일반 심근비대증 환자의 발병나이가 평균 8살인데 비해 일시적 심근비대증 환자의 평균 발병연령은 1.7살이다. 즉 고양이가 어린 나이에 폐수종을 동반한 심근비대증이 생겼어도 보호자는 희망을 버리지 말고 치료해 볼 가치가 있다.

■심근비대증으로 진단받았는데, 심장전문 동물병원에 꼭 가야 하나요?

간혹 이런 질문을 받는다. 수의사마다 기준이 다를 것이다. 전적으로 필자의 관점이라는 것을 먼저 밝힌다. 무증상의 고양이가 심근비대증 B단계로 진단받았는데 내심 진단의 신뢰성이 염려된다면 세컨드 오피니언(다른 동물병원을 찾아 진단받아보거나 의견을 듣는 것)을 받아보는 것은 언제나 옳다. C단계 이상으로 진단받고 환자의 상태도 개선되고 있다면 현재의 진단과 치료방향을 신뢰하는 것이 더 도움 된다.

고양이가 심장병으로 갑자기 죽는다는 건 상상만 해도 두렵다. 시간 맞춰 약을 먹이고 매일 수면호흡수를 재고 갑자기 응급진료를 받는 행위는 고양이 중심으로 바뀌어 가는 사람의 일상도 버겁기 마련이다. 그 사이 지갑도 가벼워진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보호자는 고양이의 생명에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생명존중을 실천하는 보호자 앞에서 수의사 역시 사명감이 더해진다.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보호자와 주치의가 한마음으로 세심하게 관리해가는 것이 심장병 고양이와 행복하게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비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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