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훈 교수의 의료기기 이야기] 약 없이도 우울증 치료한다 ‘경두개자기자극기’
[허창훈 교수의 의료기기 이야기] 약 없이도 우울증 치료한다 ‘경두개자기자극기’
  • 글·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2.07.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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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피부과전공의 시절부터 정신과(현 정신건강의학과)는 같은 층을 사용하는 이웃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과보다 더 친분이 생기고 애착이 가는 과이다. 오늘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에 사용하는 기기 중 하나인 경두개자기자극기를 소개한다.

1.4kg의 신경세포덩어리인 뇌는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산소와 포도당공급량의 20% 이상을 지원받으며 위기상황에서 최우선으로 공급받는 특혜를 누린다. 뇌가 모든 인체기관 중 으뜸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바로 생명을 유지하고 동물과 구별되는 ‘사람다움’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뇌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아직도 우리는 뇌에 대해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미국에서 10여년이 넘게 6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들여 뇌과학 프로젝트인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진행하는 이유도 뇌의 비밀만 풀면 치매 같은 불치병 정복뿐 아니라 인공지능, 컴퓨터 등 첨단산업의 비약적인 발전까지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뇌 활동이 전기적 신호를 통해 이뤄지고 뇌파를 측정한 뇌질환 진단을 당연하게 이해하는 필자조차 뇌에 전기를 직접 통하게 해 치료한다는 사실은 사형을 집행하는 전기의자나 공포영화에서의 고문용 장치들이 떠올라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경두개자기자극기의 원리. 코일로 만들어진 자기장이 두개골을 통과해 뇌에 전류를 형성해 치료한다(출처=신경피드백, 신경조절 기법 및 응용(2011년 발간) P 258).

하지만 이미 현대의학에서는 비약물적 치료법의 하나로 뇌에 전기를 가하는 방법이 오래전부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과거 전기충격요법으로 알려졌던 전기경련요법(Electroconvulsive Therapy, ECT)은 가장 오래된 방법으로 1938년 처음 시도됐다. 전신마취 후 짧은 시간동안 강한 전류를 흘려 인위적 경련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전신마취와 입원치료가 필요하고 경련에 대한 시각적 불편함으로 인해 이후 경두개 자기자극술(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이나 경두개직류전기자극술(Transcranial 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 tDCS) 같은 비침습 뇌자극술이 개발됐다.

이중 오랫동안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은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영국의 베이커 등에 의해 1985년에 처음으로 시도됐는데 두피외부에서 코일을 통해 형성된 자기장이 두개골을 통과해(경두개) 뇌조직으로 전달되고 발전기의 원리처럼 전기장으로 변화, 뇌에 자극을 준다.

자기자극을 주기 위한 기기는 2등급 의료기기로 정식명칭은 의료용전자기발생기다. 이 기기를 이용한 자기자극은 두개골이나 두피처럼 저항이 큰 물체에서도 세기가 약해지지 않고 두피에 직접 전류가 흐르지 않아 자극이나 통증이 적지만 비교적 장비가 커 이동이 어렵고 소음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로봇과 내비게이션 제어가 접목된 경두개자기자극기

경두개자기자극은 2008년 항우울제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우울증치료에 미국 FDA 승인을 받았으며 2013년 국내에서도 우울증치료법으로 정식 승인받았다. 단 아직 치료기전이 명확하지 않고 임상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도 있으며 적정치료횟수, 강도, 빈도, 위치, 지속시간 등 치료 파라미터에 대한 지속적인 추가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적응증을 넓히기 위해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정신분열증 등 다양한 질환에 임상시험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로봇과 내비게이션제어기술을 접목, 원하는 치료부위만 지정하면 환자의 머리움직임까지 따라가 그 부위만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기기도 개발됐다. 향후에는 전자약이나 디지털치료기술이라는 최신트렌드에 맞는 기술이 계속 접목되면서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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