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강아지와 고양이도 치매에 걸리나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강아지와 고양이도 치매에 걸리나요?
  • 윤하식 영등포 여의도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8.07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하식 영등포 여의도동물병원 원장
윤하식 영등포 여의도동물병원 원장

이전에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10년만 살아도 장수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수의학이 발전한 지금은 10살에 생을 마감하게 되면 이른 나이에 마감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됐다.

최근 강아지와 고양이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령성 질병들도 증가하고 있다. 사람도 수명이 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질병이 있다. 바로 ‘치매’이다. 치매란 후천적으로 기억이나 판단력 등의 인지기능이 저하되면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질병을 말한다. 그렇다면 강아지와 고양이도 치매가 있을까? 사람도 동물이고 강아지와 고양이도 동물이기에 오장육부의 작동 원리가 같고 따라서 치매도 있다.

본원을 방문한 15살의 슈나우저는 15년이라는 세월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건강한 삶을 살고 있었다. 관절염 탓에 걸음걸이는 예전만 못하였고 호르몬질병도 앓고 있었지만 약물반응이 좋아서 매일 산책하며 지낼 정도로 삶의 질은 좋은 편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슈나우저의 행동에 이상한 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밤마다 소리를 지르며 화내는 모습을 보였다. 보호자는 슈나우저의 관절염이 다시 악화하면서 통증 때문에 소리를 지른다고 생각하였고 통증을 감소시켜주기 위해 동물병원을 방문한 것이었다.

진료실에서 다리를 만져보거나 움직여보니 소리를 지르거나 아파하는 반응이 전혀 없었다. 필자는 통증반응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느꼈고 최근 이전과 다른 행동들은 없었는지 물었다. 보호자는 반려견이 최근 산책 중에 냄새를 맡는 시간이 길고 지나치게 냄새를 맡으려고 하고 산책하다가 갑자기 서서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치매의 증상과 일치했다. 보호자는 관절염 때문에 아파서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했기에 이전에 수의사에게 얘기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필자는 바로 인지기능장애 테스트를 진행했고 인지기능장애(치매)로 진단됐다.

인지기능장애(치매)는 원인에 따라 3가지로 분류되는데 사람에서 가장 흔한 유형인 알츠하이머 치매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치매와 유사하다. 사람에서도 그렇듯이 알츠하이머 치매는 초기진단을 얼마나 빨리하는가가 앞으로 예상되는 치료효과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초기진단의 속도가 빠를수록 치료효과도 높아진다. 하지만 초기 치매의 행동변화는 매우 미세하고 다른 질병의 증상이나 노화에 의한 반응으로 생각되기 쉽기에 초기 발견이 매우 어렵다.

치매의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잠이 많아지고 ▲우울한 모습이 증가하며 ▲활동성도 감소하고 ▲놀이행동도 줄어들게 되며 ▲미세한 수면 패턴의 변화와 ▲불안감의 미약한 증가 등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강아지나 고양이의 보호자가 알아차리기 어렵고 단순한 노령성 변화라고 생각하기도 쉽지만, 이 시기에 발견해야 치매 치료의 효과를 아주 잘 볼 수 있다.

치매 초기가 지나 중기로 넘어가면서 나타나는 증상은 보호자가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성격이 변하거나 배변실수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벽이나 바닥을 보고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 등 이상한 행동들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말기가 되면 한쪽으로만 계속 돌거나 밤마다 이유 없이 계속 짖거나 사료를 끊임없이 계속 먹으려고 하는 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증상을 발견하기는 쉽지만 이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효과는 낮아 보호자와 수의사 모두 안타까움만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강아지나 고양이의 나이가 10살이 넘은 시점에서부터는 조그마한 행동변화라도 수의사와 상의해보는 것이 치매 초기진단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삶의 질을 높게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