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치아교정도 신중하게 ①자가결찰브라켓의 대명사, 일본 토미(Tomy)사 ‘클리피(Clippy)’
[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치아교정도 신중하게 ①자가결찰브라켓의 대명사, 일본 토미(Tomy)사 ‘클리피(Clippy)’
  •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대표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9.0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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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대표원장

꽤 오랫동안 차례로 임플란트 회사들을 소개하면서 제품의 면면을 낱낱이 파헤쳤다. 이제는 치아교정 차례. 치아교정은 가지런한 치아를 얻기 위해 시행하는 치료다. 오늘 칼럼을 시작으로 치아교정 회사를 차례로 소개함으로써 교정 제품의 이모저모를 짚어보고자 한다. 

임플란트에도 다양한 부품이 들어가는 것처럼 치아교정 역시 브라켓이라고 부르는 작은 장치를 반드시 붙여야 한다. 브라켓을 치아에 붙이고 해당 치아가 반원 모양의 철사를 잘 따라가서 배열될 수 있도록 철사와 묶어줘야만 치아가 움직일 수 있다. 

과거에는 브라켓과 반원모양의 철사가 빠지지 않도록 가느다란 또 다른 철사를 브라켓에 칭칭 감아 고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입술이나 혀에 많은 상처가 나고 철사를 따라 움직이는 힘을 조절하지 못해 교정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브라켓에 철사를 감아 고정한 모습(출처= https://www.magonlinelibrary.com/doi/pdf/10.12968/ortu.2021.14.1.44)

가느다란 철사가 입술이나 혀를 찌르는 것을 막기 위해 작은 고무링을 연결하기도 했지만 철사를 따라 움직여야 하는 치아 이동을 막는 마찰력이 너무 커져서 교정기간이 길어지는 단점은 여전했다. 

이러한 기존 브라켓의 한계 속에서 브라켓에 철사를 잡아줄 수 있는 뚜껑이 있는 자가결찰브라켓(self- ligation bracket)이 개발됐다. 자가결찰브라켓은 브라켓에 철사를 잡아줄 수 있는 뚜껑을 만들어서 철사를 넣거나 교체할 때는 뚜껑을 열고 철사를 잡아줘야 할 때는 뚜껑을 다시 닫으면 되는 방식을 통해 철사를 잡아준다. 

자가결찰브라켓(출처=일본 토미사 홈페이지 및 카탈로그)

이러한 방식은 철사를 따라 이동하는 치아 이동력이 마찰력에 의해 감소하는 것을 상당부분 방지해 치아의 이동을 좀 더 빠르게 해준다. 제조사는 이러한 점 덕분에 치아 교정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제품을 홍보한다.

물론 자가결찰브라켓의 이물감이 적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임상가 입장에선 교정기간이  단축된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치아 교정기간을 결정하는 것은 브라켓과 철사의 마찰력 외에도 정말 다양한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클리피 씨 보고 오셨죠? 클리피 씨 같은 교정장치로 싸게 해드릴게요

자가결찰브라켓 중 가장 유명한 제품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미국 옴코(Ormco)사의 데이몬(Damon)이라는 브라켓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토미(Tomy)사의 클리피(Clippy) 라는 제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클리피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클리피 제품은 ▲클리피 씨(Clippy- c) ▲클리피 엠(Clippy-M) ▲클리피 엘(Clippy-L) 등의 다양한 서브제품이 있는데 그중 클리피 씨가 가장 유명하다. 

일본 클리피 씨 교정장치가 인기를 얻자 국내외 제조업체들은 비슷한 방식의 자가결찰 브라켓을 모방해서 제작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카피 제품은 휴비트(이하 휴비트)의 와우(wow) 브라켓과 휴비트를 인수한 오스템 올소돈틱스(이하 오스템)의 마제스티(Majesty) 브라켓이다. 

휴비트의 경우 몇 년 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사건은 이랬다. 서울에 있는 A치과에서 환자들에게 클리피씨를 사용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교묘하게 일본제품과 국산제품을 혼동하게 유도, 저렴한 국산 브라켓을 사용하다가 환자들에게 고소·고발당한 것이다.

이때 휴비트는 그전까지 A치과와 온갖 협약을 체결했다고 크게 광고하다 문제가 터지고 나니 개개인의 치과 사용까지 회사에서 책임질 순 없는 노릇이라고 선을 긋는 등 태도를 돌변해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도 한 번 더 문제 된 적이 있다. 

이러한 휴비트를 인수한 오스템 역시 클리피 씨를 모방한 마제스티 제품을 ‘개발’했다. 정말 치과의사가 봐도 구분해내기 쉽지 않을 정도로 똑같이 생겼다. 

클리피 씨 교정을 저렴하게 해준다고 홍보한 후 이를 교정장치로 사용하는 행위는 환자에게 사전에 고지를 했든 안 했든 의사의 양심을 저버리는 사기에 가까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똑같은 제품을 만들고 “클리피 씨 대신 사용하시면 됩니다”라고 영업하는 영업사원과 제조회사 역시 긍정적으로만 바로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휴비트나 오스템, 나아가 일본 토미사의 말조차 100% 신뢰할 수 없다. 결국 의사가 책임감을 갖고 의료기기를 선택하고 환자에게 관련 정보를 숨기거나 누락시키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환자 또한 너무 저렴한 가격만 앞세워 마케팅하는 병원은 의심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선택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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