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의 숨은 병 찾는 ‘건강검진 Q&A’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의 숨은 병 찾는 ‘건강검진 Q&A’
  • 박지희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대표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9.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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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희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대표원장<br>
박지희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대표원장

고양이는 아픈 곳을 잘 숨긴다고들 한다. 절반은 맞는 얘기다. 고양이는 우리와 산책하지 못하고 함께 사는 가족이 아니고선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사료를 부어 주자마자 다 먹지 않고 정기적으로 미용실에 가거나 유치원에 가지 않는다. 고양이는 작은 개가 아니다. 고양이가 아프다고 티를 내도 보호자가 눈치채기까지 강아지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따라서 정기검진은 고양이의 건강관리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소중한 고양이의 건강검진을 앞두고 보호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몇몇 사항들을 속 시원히 풀어주고자 한다.

■건강한데 건강검진 받아야 할까?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보호자들은 대개 성적표를 받는다는 생각으로 긴장할 때가 많다. 성적표가 아닌 계획표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다음 사례를 보자.

▲사례 1=체중이 계속 늘어 다이어트사료를 먹이는데도 살이 너무 안 빠져서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11살 고양이. 알고 보니 다발성관절염을 앓고 있었다. 통증으로 활동량이 줄어들자 근육량은 줄고 체중은 는 것이었다. 앞으로 해야 할 관리사항으로 통증을 줄이는 가정 내 재활치료 및 환경교정, 균형 잡힌 식단제공 및 필수영양소 섭취를 권고했다.

▲사례 2=식욕과 컨디션은 항상 좋지만 한 달에 2~3번 정도 사료를 알 그대로 토하는 2살 고양이. 고양이는 원래 구토를 잘한다고들 해서 별문제가 없을 줄 알았단다. 검진결과는 위의 일부가 흉강으로 빠져나가는 횡격막 탈장. 모르고 그냥 뒀다면 장, 간 등 복강장기가 모두 흉강으로 빠져나가는 응급상황을 맞을 뻔했다.

이밖에도 초기 단계의 심근비대증, 비활성화 상태의 백혈병바이러스, 선천성다낭성신장병 등과 같은 질환을 건강검진으로 발견, 조기대응해 건강을 지킨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피검사만 하면 안 되나요?

혈액 한 방울로 모든 질병 유무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양이의 건강상태를 대략적으로나마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본정보(MDB, minimum database)가 필요하다.

혈액검사(혈청화학검사, 전혈구검사), 소변검사, 방사선검사, 초음파검사가 기본정보를 제공하는 검사들이다. 이 검사결과들을 통해 개별장기의 이상 여부와 영양상태, 질병의 경중 여부 등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정보만을 제공하는 스크리닝검사이기 때문에 종합검진의 의미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려면 연령별 또는 특정품종별로 권장되는 검진항목을 추가해 검사하는 것을 권장한다.

■나이에 따라 검사항목 달라지나요?

사람나이 38살에 해당하는 고양이나이 5살쯤 되면 몸에 서서히 세월의 흔적이 만들어진다. 나쁜 생활습관이 굳어지고 치석도 쌓이며 선천적인 질병이 있다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나이다.

따라서 5세 이후 건강검진의 첫 번째 목표는 질병의 조기진단이다. 나아가서는 질병이 되기 전에 무엇을 관리할 것인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약한 곳이 있다면 초기에 찾아내고 제대로 관리해 건강하게 오래 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기본정보 외에 개별장기의 상태와 기능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심장평가(NT-proBNP, 심장초음파), 신장평가(SDMA, 단백뇨검사), 췌장평가(fPLI, fTLI), 전염성질환검사(FeLV/FIV, 호흡기바이러스, 심장사상충 등)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람 나이 70세에 이르는 고양이나이 10세 이상이 되면 크고 작은 2~3개의 복합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한 가지 질병만을 치료하다가 다른 질병을 악화시키는 결과가 빚어지기도 한다. 고양이가 10세 이상이면 앓고 있는 모든 질병의 연관성을 고려해 균형 잡힌 관리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심근비대증(HCM)을 진단받은 12살 고양이의 경우를 보자. 알고 보니 이 고양이는 갑상선기능항진증도 앓고 있었으며 갑상선호르몬중독으로 심근이 비대해져 심장기능 저하가 유발된 것이었다. 이뿐 아니라 만성신부전증 2기에 해당했는데도 과잉된 갑상선호르몬으로 신장기능이 일시적으로 항진돼 신장수치는 정상이었다. 이 고양이에게 가장 중요한 중심 질병은 갑상선기능항진증이었던 것. 노령고양이의 종합검진에는 호르몬질환이나 종양과 같은 노령성질환에 대한 정밀검사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한다.

고양이의 나이 외에도 기저질환, 기왕력, 생활환경, 품종을 고려해 건강검진에 포함하는 항목은 달라질 수 있다. 종합검진을 받을 때는 먼저 수의사와 면밀하게 상담해 검진 방향을 정하자.

■건강검진 전 보호자가 준비할 것이 있나요?

고양이의 건강검진을 앞두고 있다면 검진 1주일 전부터 준비해보자.

첫째, 최근 3개월간 고양이에게 ▲식사량 ▲음수량 ▲배변/배뇨 횟수 ▲수면시간 ▲활동패턴 등의 항목에 변화가 있는지 돌아본다.

둘째,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몸 구석구석을 만져본다. 긴장을 잘하는 고양이는 동물병원에서 몸을 잔뜩 웅크리거나 사나워질 수 있다. 작은 몽우리가 잡히거나 통증을 호소하는 곳이 있는지 집에서 확인하고 오면 매우 도움이 된다.

셋째, 현재 급여하는 사료와 간식의 이름과 복용하는 영양제를 적어두자.

넷째, 이전 병력과 예방접종·구충이력도 확인한다.

최근 들어 건강검진을 받는 고양이가 많이 늘었다. 고양이가 아프지 않기를, 오래오래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현상일 것이다. 고양이와 나누는 행복한 일상은 선물과도 같다. 내 고양이는 이 세상에 단 하나다. 내 고양이에게 딱 맞는 건강관리방법을 찾기 위해 수준 높은 종합검진을 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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