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우리집 노령묘가 갑자기 회춘한 것 같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 의심해야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우리집 노령묘가 갑자기 회춘한 것 같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 의심해야
  •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10.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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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10살이 넘은 노령묘가 갑자기 회춘한 것처럼 잘 먹고 잘 뛰고 하는 일이 있다. 건강한 모습인 것 같아 질병을 놓치기 쉬운데 이때 가장 의심해 볼 수 있는 질환은 대표적인 고양이 호르몬질환인 ‘갑상선기능항진증’이다.

갑상선호르몬은 목 주변에 양쪽으로 있는 내분비기관인 갑상선으로부터 분비되며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갑상선호르몬이 지나치게 분비되면 대사율이 높아지면서 활동성이 늘고 식욕과 음수량이 모두 늘어나지만 체중은 감소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과하면 독이 되기 마련이다. 높아진 신진대사율로 인해 결국 많은 장기에 무리가 간다. 특히 심장이 계속 빠르게 뛰고 무리하면서 심장이 두꺼워지는 대표적인 고양이 심장병인 비대성심근병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으로 진행될 수 있다. 실제로 고령의 비대성심근병증 환자에게서는 유전적인 요인이 아니라 갑상선기능항진증에 의해 질병이 유발되기도 한다.

또 고혈압도 동반돼 콩팥, 뇌, 눈을 비롯한 추가적인 다른 장기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 이밖에도 성격이 공격적 혹은 예민하게 변하거나 구토, 설사와 같은 소화기 증상을 동반하는 일도 많다. 또 잦은 음수와 배뇨와 함께 피모가 거칠어지고 근육량이 감소하는 것도 보호자가 알아차릴 수 있는 증상들이다.

집에서 반려묘의 갑상선기능항진증을 확인하는 방법은 고양이 목 양쪽의 갑상선을 손으로 만져서 비대해졌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면 갑상선의 크기가 아주 크지 않은 이상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그러니 반려묘가 증상이 없고 건강할 때 갑상선을 자주 만져봐서 평상시의 느낌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갑상선기능항진증의 확진은 동물병원에서 갑상선호르몬을 측정해야만 한다. 이는 다른 검사에 비해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므로 노령묘의 정기 건강검진 항목에 해당 검사를 추가하는 것을 항상 추천한다.

혹 갑상선의 비대라 하면 갑상선암은 아닐까 걱정할 수도 있다. 다행히도 갑상선의 비대가 악성종양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치료에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크게 내과적, 외과적, 방사선치료 등으로 나눈다. 내과적인 치료로는 갑상선호르몬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이다. 그동안 높은 신진대사율에 적응해왔던 상황에서 오히려 정상적인 수치로 떨어지게 되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약물을 복용할 때는 신장수치, 간수치, 혈압을 비롯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수다. 외과적치료로는 수술적절제가 있는데 악성종양이 아닐 확률이 높고 대부분 발생 시기가 8살 이상인 점을 고려했을 때 진단 시에는 이미 노령인 환자가 많아서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방사선치료는 요오드를 대사하는 갑상선의 특징을 이용해 방사성동위원소를 함유한 요오드를 주입해 갑상선을 파괴하는 원리다. 국내에서는 대학병원 이외에는 실시하는 곳이 많지 않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방법이 있는데 식이요법으로써 요오드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다. 단독치료로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으나 다른 치료와 함께하는 병용치료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초기증상인 밥을 많이 먹고, 건강하고, 살이 빠지는 증상으로 동물병원에 오는 환자는 많지 않다. 많은 환자가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로 식욕이 저하되거나 심장병까지 진행돼 내원할 때가 많다. 따라서 노령의 고양이가 갑자기 밥을 잘 먹거나, 활발하게 뛰어다니는데 살이 빠지고 피모가 거칠어진다면 동물병원을 방문해 호르몬검사를 받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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