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심각성 인식한 국민들…이제 국가가 나서야”
“당뇨병 심각성 인식한 국민들…이제 국가가 나서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1.1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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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당뇨병의 날 ‘당뇨병 2차 대란 위기관리를 위한 정책 포럼’ 개최
오늘 국회박물관에서는 세계 당뇨병의 날 기념식 및 당뇨병 2차대란 위기관리를 위한 정책포럼이 개최됐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국내 당뇨병 유병률이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최신 팩트시트(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2)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환자는 이미 약 600만명에 육박, 2050년에나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던 환자수를 30년이나 앞서 추월했다. 게다가 당뇨발병 고위험군인 전단계 당뇨병인구는 1500만명에 달한다. 즉 우리나라 국민의 40%가 넘는 2000만명이 당뇨병환자와 당뇨병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이다.

특히 과거 2000년대 초반 보릿고개 세대의 영양과잉으로 50~70대 당뇨병환자가 급증하던 시기를 일차 대란으로 본다면 비만,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젊은층부터 고령층까지 폭넓게 당뇨병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 상황을 이차 대란으로 인식하고 이제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침 이 목소리에 한층 힘을 실을 정책 토론의 장이 열렸다.

세계 당뇨병의 날인 오늘(14일) 국회박물관에서는 정춘숙 국회보건복지위원장실과 대한당뇨병학회,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주최로 ‘2022 세계당뇨병의 날 기념 당뇨병 2차대란 위기관리를 위한 정책 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정책 포럼은 당뇨병의 현주소와 국가적 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들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한당뇨병학회 백세현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올해 우리 학회가 발간한 당뇨병 팩트시트에서도 밝혔듯이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30세 이상 당뇨병환자는 600만명에 육박했다. 이는 10년 새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며 당뇨병 전단계 인구 또한 1500만명에 달한다”며 “이는 말 그대로 당뇨병 대란상황으로 우리 학회는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의료계와 정부 등 각계 전문가에게 이 위기 극복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방안을 논의하고자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어 “부디 이번 자리가 당뇨병의 국가적 관리를 위한 생산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도출할 수 있는 장으로 열매 맺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에 앞서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환영사를 발표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위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급속한 인구고령화 속에서 당뇨병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그야말로 당뇨병 대란을 목전에 두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당뇨병을 진단, 치료, 관리할 수 있는 정책적 제도와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자리는 빨라진 당뇨병 대란의 바람직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뜻깊은 포럼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1‧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1부에서는 세계 당뇨병의 날 기념식이 진행됐다.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이사장이 세계 당뇨병의 날이 지정된 이유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기념식에서는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이사장이 세계 당뇨병의 날 의의에 대해 소개했으며 대한당뇨병학회 배재현 언론-홍보간사가 올해 진행된 행사에 대해 보고했다.

나아가 당화혈색소를 6.5% 이하로 낮추기 위한 ‘6.5km 걷기 캠페인’에 대한 의미와 참여결과도 소개돼 기념식의 의미를 더했다. 또 철저한 관리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모범당뇨인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돼 많은 당뇨병환자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2부에서는 정책포럼이 진행, 당뇨병 이차대란 위기관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정책포럼은 백세현 회장이 좌장을 맡아 각 분야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패널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조선일보 김철중 기자가 ‘초고령사회 노인당뇨병 관리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먼저 조선일보 김철중 기자(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회장)가 ‘초고령사회 노인당뇨병 관리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철중 기자는 초고령사회에 특화된 일본 의료기관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전달하며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김철중 기자는 ”일본 의료기관의 입원환자 평균 나이는 80세로 그중 40%가 당뇨병환자“라며 ”당뇨병 해결이 일본 전체 의료의 해결이라 할 만큼 일본 역시 당뇨병이 중요한 의료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문진료가 활성화된 일본은 이것만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이 있을 정도“라며 ”특히 방문진료는 당뇨병처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만큼 시범사업을 시행 중인 우리나라가 참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철중 기자는 ”당뇨병은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라며 ”범국가적인 대처기구를 중심으로 이를 적극 관리해야 하며 초고령사회에는 의료 중심축이 병원에서 지역으로 향하는 지역사회 생활 밀착형으로 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당뇨병학회 권혁상 언론-홍보이사가 당뇨병 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민들의 당뇨병 인식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뒤이어 대한당뇨병학회 권혁상 언론-홍보이사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당뇨병 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당뇨병 현주소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약 9명은 당뇨병을 심각한 질환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지만 당화혈색소에 대한 인지도는 저조했다. 당뇨병을 심각한 질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86.7%, 867명) 10명 중 6명 이상은(64.4%, 약 558명)은 당화혈색소를 모른다고 응답한 것.

당화혈색소는 지난 2~3개월간의 평균적인 혈당수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당뇨병 진단·관리의 핵심지표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따라서 공복혈당만을 당뇨병의 진단기준으로 사용할 경우 숨어 있는 많은 당뇨병환자들을 놓칠 수 있다.

하지만 당뇨병이 아닌 환자도 자신의 공복혈당수치에 대한 경각심은 낮았다. 이번 인식조사에서 당뇨병 비진단자 2명 중 1명은(45.2%, 403명) 자신이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나 자신의 공복혈당 수치를 알고 있는 비율은 38.5%(343명)에 그쳤다.

권혁상 언론-홍보이사는 ”많은 국민이 당뇨병의 심각성엔 공감하고 있지만 조기진단과 치료를 위한 당화혈색소, 공복혈당 등 주요 지표에 대한 인식은 낮은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며 ”국내 당뇨병환자가 급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뇨병 전단계에 놓인 고위험군도 1500만명에 달한 만큼 당화혈색소와 공복혈당에 대한 국민인식을 높여 숨은 당뇨병환자를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당뇨병학회 문준성 총무이사가 ‘당뇨병환자와 고위험군의 국가적 관리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뒤이어 대한당뇨병학회 문준성 총무이사가 ‘당뇨병환자와 고위험군의 국가적 관리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특히 문준성 총무이사는 MZ세대, 즉 젊은 성인에서 당뇨병 유병률이 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국가적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더욱 강조했다.

문준성 총무이사는 ”특히 젊은 성인 당뇨병환자는 비만인구 증가와 비례한다는 점, 높은 가족력을 동반한다는 점, 합병증위험이 장기 누적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당뇨병학회 또한 30세 이상이면서 당뇨병 위험인자(복부비만, 가족력 등)가 있거나 40세 이상인 경우 제2형 선별검사를 받는 것에서 20세 이상이면서 당뇨병 위험인자가 있거나 35세 이상인 경우 선별검사를 받도록 진료지침 권고안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문준성 이사는 ”현 상황에서는 3T전략, 즉 ▲국가건강검진항목에 당화혈색소를 도입하고(TEST) ▲고위험군을 추적하고(TRACING) ▲민관 공동 대국민 캠페인과 올바른 정보 전달(TREATMENT)이 필요하며 고위험군 및 초기진단자의 조기관리를 통해 장기적 예후를 개선하고 사회적 비용 절감을 위한 과감한 정책 및 투자를 통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패널토론에서는 의료진과 언론인, 정부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당뇨병대란 위기 극복방안에 대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개진했다. 

주제발표 뒤에는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패널토론에는 대한당뇨병학회 배재현 언론-홍보간사(고려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대한내분비학회 김대중 보험이사(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동아일보 이진한 기자, 중앙일보헬스미디어 권선미 기자, 한국당뇨협회 임영배 총무이사,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곽순헌 과장, 질병관리청 만성질환예방과 김윤아 과장이 참여해 ‘빨라진 당뇨병대란 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본격적인 논의의 장을 펼쳤다.

임영배 총무이사는 꾸준한 혈당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릴 때부터 내 혈당을 알고 관리하는 환경을 가정 내에서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는 MZ세대의 당뇨병 유병률 급증에 대해 언급하면서 ”당뇨병에 대한 젊은층의 경각심을 높이려면 왜 이 연령에서 환자가 늘고 있는지, 공복혈당이나 당화혈색소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쉽게 홍보할 것인지, 또 당뇨병 위험요인이 없는 젊은층까지 어떻게 경각심을 높일 것인지 등 이제는 젊은층에 초점을 맞춘 구체적인 당뇨병 관리방안도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재현 언론-홍보간사는 ”당화혈색소는 당뇨병 관리에 있어 핵심지표인데도 아직 모르는 국민이 많다“며 ”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회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건강검진항목에 도입해 국민이 이에 대한 중요성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경각심이 약한 젊은층을 위해서도 고려해야 할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보험이사는 “당뇨병은 진단 후 교육을 통해 환자 스스로 꾸준히 관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대학병원에서 운영 중인 당뇨교육센터 내에도 경력을 제대로 갖춘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역사회 내에서도 제대로 교육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전국에 31개소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당뇨병환자 급증과 초고령사회를 대비해서는 당뇨병 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도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는 “제대로 된 당뇨병 교육시스템이 마련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혈당 측정방법 같은 것은 의료진이 개입해 충분히 알려줄 수 있다”며 “특히 당뇨병은 만성질환으로서 언제든 환자가 가깝게 찾아가려면 동네 병의원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만성질환예방과 김윤아 과장은 “오늘 자리를 통해 많은 국민이 당뇨병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어떤 지표가 중요하고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는 모르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지역사회 곳곳에 당뇨병 예방관리를 지원하는 교육상담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다양한 형태로 환자 및 보호자에게 당뇨병 관리 동기를 부여하며 누구나 이러한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기 위해 국가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질병관리청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지자체 등 관련된 모든 주체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곽순헌 과장은 “현재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과 방문건강관리사업을 시행 중”이라며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본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 개선점을 지속 보완하고 있으며 방문건강관리사업 역시 내년에 더욱 확대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당뇨병 교육센터와 관련 인프라 부족에 대한 지적을 귀담아 이 부분에 있어서도 추가 예산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책포럼을 주최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김길원 수석 부회장은 폐회사를 통해 “당뇨병 2차대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론인은 당뇨병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와 그 위험 시그널을 세상에 적극 알리고 국가는 이것에 귀 기울여 적극 답하는 상호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오늘 자리에 함께 한 모든 참석자는 세계 당뇨병의 날을 기념해 의미있는 논의의 장이 마련된 만큼 현 상황을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국민은 물론, 국가가 적극 나서 위기 극복방안을 찾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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