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출혈이나 심한 빈혈이 발생하면 가장 필요한 치료가 바로 ‘수혈’이다. 반려동물에게도 수혈이 필요할까 생각할 수 있지만 수혈은 피가 부족한 응급상황에 없어서는 안 되는 치료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반려동물의 혈액형과 수혈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수혈할 때 중요한 부분은 혈액형이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혈액형도 사람처럼 적혈구 표면의 항원에 따라 혈액형을 분류한다. 우선 강아지의 혈액형을 알아보자. 강아지 혈액형은 개 적혈구 항원(Dog Erythrocyte Antigen, 이하 DEA)에 숫자를 붙여서 표현한다. 강아지의 주요 혈액형은 DEA1형과 DEA3~8형으로 특이하게 한 마리가 복수의 항원을 가질 수 있어 혈액형이 여러 개로 나타나기도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강아지 혈액형은 총 13개로 구분되며 앞으로 더 많은 혈액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처럼 강아지는 혈액형이 다양해 모든 혈액형에 대해 검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혈액형을 정확히 검사하려면 실험실로 보내 분석해야 한다). 따라서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을 때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는 DEA1형에 대해서만 검사한다. DEA1형은 DEA1.1형, DEA1.2형, DEA1-형으로 나뉜다. 이 세 가지 혈액형은 혈액형 간이키트검사로 바로 알아낼 수 있다.
DEA1-형은 사람 O형처럼 유니버설 블러드다. 항원이 없어서 수혈할 때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모든 강아지에게 수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DEA1.1형, DEA1.2형은 수혈할 때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심하다. 그래서 DEA1-형은 DEA1-형에게, DEA1.1형은 DEA1.1형과 DEA1-형에게, DEA1.2형은 DEA1.2형과 DEA1-형에게 수혈받을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강아지는 다른 혈액형에 대한 자연발생항체가 없어 생애최초로 단 한 번만 혈액형이 달라도 수혈받을 수 있다. 단 첫 수혈 뒤엔 해당 혈액형에 대한 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두 번째 수혈부터는 꼭 혈액형이 일치해야 한다.
고양이 혈액형을 알아보자. 고양이의 혈액형은 세 가지로 A형, B형, AB형으로 나뉘며 같은 혈액형끼리만 수혈받을 수 있다. 예외적으로 AB형이 적혈구만 필요할 때는 AB형뿐 아니라 A형에게도 수혈받을 수 있다.
반려동물 혈액형을 꼭 알아둬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혈액형이 희귀하면 제때 수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서 미리 반려동물 혈액형이 같은 보호자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수혈이 필요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 희귀혈액형은 강아지는 DEA1.2형, DEA1-형이고 고양이는 B형, AB형이다. 반려동물의 혈액형이 희귀하다면 같은 처지인 보호자끼리 상부상조할 수 있게 수혈을 약속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