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외이염 안 낫던 이유…귀 안의 혹 ‘이도 폴립’ 때문?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외이염 안 낫던 이유…귀 안의 혹 ‘이도 폴립’ 때문?
  • 이영선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외과원장ㅣ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2.0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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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선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외과원장

오랫동안 외이염을 앓고 있던 고양이가 동물병원에 방문했다. 약도 빠짐없이 먹이고 외용제도 꼬박꼬박 넣어줬으나 귓병은 쉽게 낫지 않았고 장기간의 치료로 보호자도 환자도 많이 지친 상태였다. 검이경검사를 한 결과 귀 안에서 혹이 발견됐다. 큰 혹이 이도를 가득 채우고 있다 보니 통풍이 원활하지 않아 세균과 곰팡이 감염이 계속되고 넣어주는 약물도 충분히 흡수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귀 안의 혹, 일명 이도 폴립(polyp)은 중이나 유스타키오관의 상피세포에서 자라나는 양성의 결절을 의미한다. 고양이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지만 강아지 역시 이도 폴립이 발생할 수 있다.

중이에서 시작된 결절이 커지면 외이도를 가득 채워 심각한 외이염을 유발한다. 크기가 큰 폴립은 귀 입구를 막고 있는 것이 보이지만 크기가 작아 수평이도에 위치한다면 육안검사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대부분 검이경을 통해 확인되지만 동반된 외이염으로 인해 귀 안에 삼출물(고름)이 많다면 초기 진단이 어려울 때도 있다. 귀 안의 삼출물을 최대한 세정하고 반복적인 검이경검사를 해야 한다.

이도 폴립이 발견됐다면 폴립을 좀 더 정밀하게 확인하고 고실 안쪽으로의 염증을 확인하기 위해 귀 내시경과 CT검사가 필요하다. 대부분 양성 결절이지만 드물게 악성종양이 있어 제거 후 조직검사도 추천된다.

이도 폴립으로 진단되면 수술적 제거를 통해 치료한다. 단순 견인을 통해 제거한다면 완전 제거가 되지 않아 재발률이 매우 높다. 좀 더 확실한 제거를 위해 기시부의 상피를 제거할 수 있는 복측고실절골술(ventral bulla osteotomy)을 실시하는데 호너증후군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단순 견인법에 비해 좀 더 확실한 제거는 가능하지만 귀 구조물이 남아있는 한 이 방법 역시 재발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두 방법의 대안으로는 귀 내시경을 통한 폴립제거수술이 추천된다. 내시경을 통해 충분한 시야를 확보하고 좁은 귀 안으로도 진입이 가능한 내시경 전용 포셉을 넣어 폴립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 수술법은 최대한 폴립을 제거해 재발률을 줄이면서도 비침습적인 치료를 통해 합병증은 낮추고 회복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고실 내까지 염증이 심하게 발생하거나 종양이 의심되면 좀 더 적극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귀 폴립뿐 아니라 고양이의 연령, 전신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당한 치료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막고 있던 혹이 사라지면 이도 내 환경이 개선되고 약물에 대한 반응도 좋아져 외이염 치료에도 탄력이 붙는다. 만성외이염을 앓고 있던 고양이도 내시경을 통한 이도 폴립 제거 후 외이염이 빠르게 호전돼 최근 약물치료를 모두 중단했다. 폴립은 재발될 수 있기에 치료 후에도 주기적인 검이경검사는 필수다. 만성외이염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동물병원에 방문해 귀 안을 막고 있는 혹은 없는지 꼭 확인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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