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진료비 할인?…속지마세요, 엄연히 불법입니다
[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진료비 할인?…속지마세요, 엄연히 불법입니다
  •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3.0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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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대표원장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대표원장

“진료비 70%는 국가에서 부담하는 게 아닌가요? 그럼 좀 깎아주세요.”

어떤 한 환자 분이 진료 후 원무과에서 이런 호통을 쳤다. 할인을 해주고 싶지만 현행법상 불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는 국민건강보험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은 복잡하게 운영된다. 우선 아픈 국민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다. 이때 국민은 본인이 받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비용 중 일부만 의료기관에 지불한다. 나머지 70~99%의 진료비는 의료기관이 국민을 대신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야 한다.

진료비 청구를 받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보험공단)은 국민건강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해당 진료 내용을 검토·위탁한다. 심평원은 해당진료가 통계적 평균에 맞는지 확인하고 보험공단에 알려주며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한다.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복잡한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니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국민들은 본인이 받은 진료내역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여기서 환자는 자기 건강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권리가 침해된다. 물론 심평원 홈페이지에서 얼마든지 본인의 진료내역을 확인할 수 있지만 어려운 의학적 용어 때문에 한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삼평원은 방대한 데이터를 결국 통계적 방법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어 환자 개개인의 상황 차이보다는 단지 통계적 평균에 맞는 진료, 심평원 진료지침에 맞는 진료만 강조하게 된다. 그 결과 우리나라 의료는 의학교과서와 최신 논문을 공부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신기술을 사용한 진료를 하면 의료기관은 진료비를 삭감당하기 일쑤다. 결국 의료기관은 심평원의 진료지침에 따라야 하는 평균적인 의료, 소위 ‘심평원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모순적이게도 이러한 상황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했다. 대표적인 예가 심평원 출신 강사와 청구대행사 등이다. 이들은 전국의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진료하면 삭감되지 않습니다”라며 심평원 지침 및 삭감사례를 강의하고 공단 청구업무를 대행해주며 강의료와 수수료를 받는다.

이때 보험공단은 진료와 진료비 청구는 의료기관이 하고 해당 청구 내역점검은 심평원이 하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또 의료비가 발생한 시점에 이미 지급됐어야 하는 의료비를 지급하지 않고 보류하기 때문에 이자수익만 내고 있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의료기관, 특히 대부분의 동네 의료기관은 진료인력만 있지 행정인력이 따로 없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돈을 청구하는 데 추가인력을 고용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진료내역의 청구가 누락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또 이것을 악이용한 의료기관도 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심평원 지침에만 맞게 청구하면 된다는 심보로 진료하지 않은 내역도 만들어내 허위청구를 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의료기관에서는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을 마치 선심쓰듯 깍아주거나 면제하는 일이 생긴다. 허위진료를 청구해 국가가 부담하는 의료비만 받아먹겠다는 심보다. 이러한 행위를 허위청구, 부당청구 등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행위는 불법적인 환자 유인행위로 엄연히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며 국민 세금을 갉아먹는 나쁜 행위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이러한 의료기관들은 환자들에게 할인해주는 좋은 병원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든다.

의료서비스를 받은 국민이 자기가 내야 하는 의료비를 의료기관에 먼저 지불하고 환자 스스로 진료내용과 해당 영수증 등을 의료기관에서 받아 공단에 직접 제출하고 공단은 환자가 이미 지불한 의료비의 일부를 다시 돌려줄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만일 어떤 병원에서 환자가 당연히 내야 하는 진료비를 깎아주거나 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병원이 친절해서가 아니다. 환자의 건강보험을 악용해 하지도 않은 진료를 청구해 국민 세금을 더 많이 받아 챙기려는 속셈일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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