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노란 콧물을 흘리는 노령견, 알고 보니 치아문제 탓?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노란 콧물을 흘리는 노령견, 알고 보니 치아문제 탓?
  • 김태석 동탄 누리동물병원 대표원장 | 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4.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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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 동탄 누리동물병원 대표원장
김태석 동탄 누리동물병원 대표원장

예로부터 치아건강은 오복 중 하나로 그 중요성이 강조됐다. 치아건강은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최근 반려동물의 의료접근성 개선과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 덕에 반려동물의 수명이 점차 늘고 있다. 반려견 입양 붐이 일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노령동물의 수명은 기껏해야 12년 정도였지만 현재 태어난 반려동물은 20년 가까이 살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다른 질병관리와 함께 치과치료의 필요성이 커지고 관심도 증가 추세다.

필자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치아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늘어난 수명만큼 잘 먹고 잘살아 가려면 우선 잘 씹을 수 있는 치아가 필요하다. 먹고 싶어도 치아가 안 좋아져서 먹을 수 없는 게 늘어난다면 그것만큼 속상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매일 양치와 치실질을 꼼꼼히 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은 스스로 치아관리를 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은 그렇지 못하다. 진료 중에 보호자에게 반려동물 치아관리에 대해 설명하면 상당수 보호자가 반려동물이 입에 손도 못 대게 한다며 손사래를 친다. 게다가 반려동물에게 양치질을 해주더라도 안쪽 치아까지 꼼꼼하게 해주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렇더라도 보호자는 반려동물의 치아건강 유지를 위해 꾸준히 양치질을 해주고 더불어 주기적인 스케일링으로 치아에 쌓인 치석을 제거해 줘야 한다. 스케일링할 때 치아표면 연마처치로 치석 재생성을 방지하면 시술효과를 극대화하고 지속할 수 있다.

필자는 스케일링과 치아표면 연마치료 중간에 잇몸을 비롯한 치주상태를 평가해 이상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할 땐 보호자와 상담한다. 치주염, 치아파절, 고양이 치아흡수증 등이 의심되면 치과방사선촬영으로 정확하게 진단해야 적절한 처방이나 발치수술 등 올바른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발치는 반려동물의 치과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많이 고려된다. 최근 필자의 동물병원을 찾은 노령견들도 발치로 치과문제에서 벗어났다. 한 노령견이 콧물을 심하게 흘려 병원에 방문했는데 알고 보니 치주조직에 생긴 염증이 콧구멍으로 번진 탓이었다. 다른 노령견은 스케일링을 받다가 치아가 깨진 것이 발견됐다. 치주농양과 치아파절은 반드시 발치가 필요하며 진단 시 신속히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고양이는 치아흡수증이 흔한데 이 병에 걸렸을 때도 차과방사선검사상 문제가 있는 치아는 바로 발치해야 한다.

(좌) 치아파절 후 치은(잇몸)이 손상부를 보호하기 위해 증식한 모습 (중) 치아가 두 조각으로 깨진 모습 (우) 치은과 증식으로 염증이 생겨 치아가 녹은 모습
(좌) 치아파절 후 치은(잇몸)이 손상부를 보호하기 위해 증식한 모습 (중) 치아가 두 조각으로 깨진 모습 (우) 치은과 증식으로 염증이 생겨 치아가 녹은 모습.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던 일이 잘 해결되는 것을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다고 표현한다. 최근 한 강아지에게 스케일링을 하다가 썩은 치아를 발견하고 빼준 적이 있는데 노령견인데도 발치 후 컨디션이 좋아졌다. 앓던 이가 빠지면서 아프지 않으니 잘 먹고 예민함도 줄어서 전보다 더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다.

반려동물은 아프면 예민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가장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이 괴로운 시간으로 변하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이런 심각한 합병증을 막기 위해 보호자는

1. 강아지가 너무 딱딱하거나 질긴 간식·뼈를 매일 장시간 먹는 것을 제한하고

2. 매일 1분 이상 양치와 액상치약 도포를 해주고

3. 1년에 1회 치과검사와 스케일링을 챙겨주고 잇몸과 치주의 문제를 확인했을 땐 초기에 신속히 치료해야 한다. 그래야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합병증과 수술을 피해 갈 수 있다.

치아 한 개라도 치석이나 치주염이 생기면 다른 치아까지 번져 전체 치아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것이 정기적인 검사와 스케일링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일 것이다.

사람도 반려동물도 모두 삶의 질에 치아건강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 치아관리에 소홀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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