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플랫폼 직접 이용해보니] 빠른 진료 좋은데…처방 오남용 어쩌나
[비대면진료플랫폼 직접 이용해보니] 빠른 진료 좋은데…처방 오남용 어쩌나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04.2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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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가 안전한 미래의료수단이 되려면 국민들이 믿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에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정부, 의료계, 플랫폼서비스업계 모두가 합심해 제도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가 허용되면서 비대면진료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거나 거동불편자들은 앱을 통해 유선으로 진료 및 약 처방을 받을 수 있어 편리함을 더하고 있다. 문제는 별다른 검증과정 없이 비대면으로 약이 처방돼 오남용우려가 있다는 것. 기자들이 직접 앱을 통해 약을 처방받아봤다.

■진료부터 약 처방까지 단 1분

앱을 통한 진행과정은 매우 간단했다. 먼저 증상입력 후 상담의사를 선택하니 의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어 증상진단과 처방약에 대한 간단한 설명 후 약 처방이 완료됐다. 이 과정에 약 1분 정도 소요됐다.

증상입력란에 ‘시험기간인데 너무 긴장된다’고 증상을 단 한 줄만 적었는데도 진료과정에서 기저질환이 있는지, 이전에 약을 복용한 적이 있는지,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약이 있는지 등에 대한 확인이 모두 생략된 채 약이 처방됐다. 복약지도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흡연, 중증여드름약 복용여부 확인 X

이어 다른 기자가 사후피임약 처방을 요구했다. 이에 담당의사는 과거 사후피임약을 복용했던 적이 있는지, 생리주기는 어떻게 되는지, 성관계는 정확히 언제 했는지 등에 대해 물었다. 복약지도 역시 자세히 이뤄졌다. 사후피임약은 일반피임약보다 용량이 높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두통, 메슥거림, 소화불량, 구토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약 복용 후 3시간 이내에 구토하면 약이 흡수되지 않고 위에 머물다가 그대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꼭 병원에 방문해 약을 다시 처방받아야 한다고 당부했으며 약 복용 후 예정일에 생리를 하지 않으면 반드시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하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례에서는 의사 상담과 복약지도는 무난하게 이뤄졌지만 병용금기약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헤스티아여성의원 추성일 대표원장은 “사후피임약을 처방할 때는 과거 복용여부, 생리주기, 성관계 날짜 등을 반드시 확인한다”며 “단 흡연여부와 중증여드름약 복용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또 사후피임약의 특성에 따른 문제도 있다. 사후피임약은 대부분 제대로 피임을 못했을 때 급히 처방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처럼 비대면진료를 통해 처방받는다면 성관계 후 여성에게 사후피임약을 강요하거나 비대면으로 처방받게 하는 등 악용의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항우울제 처방불가…임시처방만 가능

세 번째로는 ‘최근 항상 가라앉는 기분이 들고 모든 일에 무기력하다’는 증상을 호소하면서 항우울제 처방을 요청했다. 이에 의사는 약물복용여부, 증상호소시기, 숙면여부, 갑상선질환 여부 등을 확인했다. 또 복약지도를 통해 비대면진료로 처방되지 않는 약이 많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고 적합한 약을 처방 받으려면 병원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앱에서는 공식적으로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지 않은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 오남용우려의약품에 한해서만 비대면진료 후 처방·배송이 가능하다고 알리고 있었다.

■기저질환·병용금기여부 제대로 확인 X

마지막으로 ‘복부비만인데 미용목적으로 다이어트를 원한다’는 내용으로 삭센다 처방을 요구했다. 의사는 전에 삭센다를 사용한 적이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체중감량을 원하는지를 확인했다. 복약지도는 투여횟수 및 간단한 부작용설명에 그쳤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는 “삭센다는 중추신경계약물로 항우울제 복용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삭센다 처방을 원할 경우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며 “특히 심혈관계질환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데 생략된 부분이 많고 식욕억제제 처방이 너무 쉽게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고 일갈했다.

이처럼 매칭되는 의사에 따라 진료 및 처방이 채 1분도 걸리지 않는 경우부터 필수확인사항이 누락되는 경우도 있었고 비교적 정상적인 진료도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신신경용제, 중추신경계약물, 사후피임약 등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약을 자세한 검진이나 복약지도 없이 처방하는 것은 분명 개선해야 하며 자칫 과잉진료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진료가 일반국민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편리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병원과 약국, 플랫폼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비대면진료플랫폼이 안전한 미래의료수단이 되려면 국민들이 믿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에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정부, 의료계, 플랫폼서비스업계 모두가 합심해 제도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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