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행동치료는 정신건강문제 해결의 열쇠”
“인지행동치료는 정신건강문제 해결의 열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6.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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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제10차 세계인지행동치료학술대회’ 막 올라
인지행동치료 세계적 석학들 한자리에서 초청강연
디지털치료제 등 인지행동치료 최신지견도 조명
인지행동치료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주디스 벡 박사가 ‘인지행동치료의 도전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신종감염병의 출현과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로 불안·우울감을 호소하는 국민이 많아졌다. 하지만 아예 증상을 방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다 효과를 보지 못해 한층 더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시행된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마음의 어려움으로 도움을 찾는 사람은 10% 정도에 불과하고 특히 전문가를 찾기까지는 평균 80주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음이 괴로울 때 도움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막상 도움받고 싶어도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누구를 찾아가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그 어느 때보다 정신건강분야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이유다.

마침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유수의 정신건강 석학들이 서울 중심부에 모여 대규모 학술의 장을 펼친다.

이달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는 ‘제10차 세계인지행동치료학술대회(10th World Congress of Cognitive Behavioural Therapies, WCCBT 2023)’가 개최된다.

인지행동치료(Cognitive & Behavioral Therapies, CBT)는 주요우울장애를 비롯해 각종 공포증,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 심리적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놓인 환경을 새롭게 지각하고 재해석하면서 인지(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전문적인 심리치료방법을 말한다.

세계인지행동치료학술대회는 전 세계 다양한 국가의 수련생,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인지행동치료분야의 최대 학술행사로 주요 도시에서 3년에 한 번 개최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후 국민 정신건강 증진이 세계적 화두가 된 만큼 우리나라에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세계인지행동치료학회 공동조직위원장 최기홍 교수(고려대학교 심리학부)는 “대내적으로는 국내의 정신건강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의 하나로 인지행동치료의 보급과 활용을 견인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대외적으로는 정신건강분야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각인시키려는 목적으로 한국에서의 개회를 결정하게 됐다”며 “학문적목적과 전문가 교육이라는 목적을 넘어 주요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정신건강문제를 해결하는 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디스 벡 박사가 질의응답 시간에 한 청중의 물음에 답변하고 있다. 그의 강연은 자리를 빼곡히 채울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세계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학술대회 프로그램 역시 매우 풍성하게 구성됐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는 ‘Global CBT Dissemination, Accessibility, and New Technology’, 즉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지행동치료를 포괄적으로 보급하고 더욱 효과적이고 공평한 보급을 위해 인지행동치료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세계 내로라하는 해외 석학들이 ‘우울장애’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의 정신질환과 사회적 이슈를 포함한 17개 분야에서 초청강연을 펼친다.

첫째 날에는 수용전념치료의 창시자인 미국 네바다대 심리학과 스티븐 헤이즈(Steven Hayes) 교수가 ‘과정기반치료의 한 형태로서의 수용전념치료’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수용전념치료는 수용과 마음챙김 과정, 전념(적극적 참여)과 행동변화과정을 통해 심리적 수용과 유연성을 증진시키는 대표적인 인지행동치료법이다. 그는 해당 강연에서 효과적인 치료는 변화의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과정기반치료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수용전념치료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벡 인지행동치료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주디스 벡(Judith Beck) 박사의 강연도 단연 주목받았다. 그는 인지행동치료의 창시자인 아론 벡의 딸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벡 인지행동치료연구소장을 맡아 인지행동치료의 발전을 이끄는 데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주디스 벡 박사는 첫째 날 ‘인지행동치료의 도전과제’를 주제로 강연, 인지행동치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두루 조명하며 인지행동치료의 발전방향 등에 대한 의미있는 화두를 던져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밖에 사회불안장애분야의 대가 데이비드 클라크(David Clark), 정서도식치료전문가 로버트 리히(Robert Leahy), 스키마치료 임상연구의 대가 아놀드 안츠(Arnould Arntz) 등 각 분야의 권위자들이 생생한 강연을 펼치며 현장에 유용한 지식을 전달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인지행동치료분야 디지털치료제 개발기업 및 정신질환 치료 약물을 연구·개발하는 다수의 제약사가 부스로 참여해 전문가들과 활발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다가오는 학술대회 셋째 날은 특히 더 주목할 만하다. 디지털 헬스케어시대 속 인지행동치료의 첨단바람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인지행동치료 심포지엄(DIGITAL CBT SYMPOSIUM)’이 진행되는 것.

해당 심포지엄에서는 인지행동치료에 디지털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디지털치료제가 소개될 예정이다. 특히 토마스 인셀(Tomas Insel), 아담 개즐리(Adam Gawwaley) 등 디지털치료제분야를 선도하는 해외연구자 및 전문가들이 디지털치료제 개발과 효과성 검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웰트와 로완 등 해당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개발과정 및 현황 등을 공유함으로써 심포지엄에 힘을 싣는다. 

세계인지행동치료학회 조직위원 김향숙 교수(서강대학교 심리학과)는 “최근 디지털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심리치료에 대한 디지털치료제 개발과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인지행동치료는 디지털치료의 가장 핵심적인 기법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인지행동치료 심포지엄이 CBT전문가와 개발자·기업, 나아가 타 분야 전문가와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되고 국민 정신건강증진뿐 아니라 상업적인 성공으로도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우리나라를 홍보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돼 해외 참석자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학회를 통해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국민인식을 높이고 누구나 필요한 상황에서 늦지 않게 도움받길 바란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특히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국내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인지행동치료학회 공동조직위원장 정경미 교수(연세대학교 심리학과)는 “인지행동치료가 다양한 정신장애는 물론 일상에서 겪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도 매우 효과적임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들은 이미 많이 보고됐다”며 “영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인지행동치료 기반의 IATP(Improved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y)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을 펼쳤고 이를 통해 정신건강질환 유병률은 낮아지고 삶의 만족도는 올라가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최기홍 공동조직위원장은 “해외 사례를 본보기 삼아 우리나라도 효과가 밝혀진 근거기반의 인지행동치료를 적극 수용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적극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이번 학술대회가 인지행동치료의 인식 증진과 보급에 활력을 불어넣는 디딤돌이 됐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제10차 세계인지행동치료학술대회는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한국임상심리학회를 주축으로 한국심리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 한국정신간호학회, 국립정신건강센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등이 협력하며 서울관광재단, 방송통신정책연구원, 한국관광공사가 지원하고 보건산업진흥원, 다수의 기업이 후원했다. 

전면 대면으로 개최된 자리인 만큼 53개국에서 2600여명의 인지행동치료 연구자, 치료자 및 수련생과 학생들이 참여하며 총 1000여편의 초청강연과 연구논문, 심포지엄, 포스터가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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