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쿠싱증후군을 요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있을까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쿠싱증후군을 요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있을까요?
  • 김태석 동탄 누리동물병원 대표원장ㅣ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6.0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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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 동탄 누리동물병원 대표원장
김태석 동탄 누리동물병원 대표원장

오전 9시 출근 후 병원정리와 함께 진료준비를 하던 중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보호자는 병원 근처가 아닌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사는데 반려견의 질병에 관해 문의할 게 있어 연락했다고 말했다.

반려견은 9세의 중성화가 안 된 암컷으로 최근 식욕부진, 침울 등의 이상증상을 보여 근처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백혈구 수치 상승, 만성염증 증가로 쿠싱증후군(부신피질기능항진증, 일명 쿠싱)이 의심돼 진단검사를 권유받았다고 했다. 걱정한 보호자는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몇 년 전 수의사특공대 채널에 필자가 쿠싱에 대해 인터뷰했던 영상을 보고 검사에 대한 문의 차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통화가 길지 않아 정확하지 않지만 보호자의 주된 의문점은 요검사만으로 쿠싱증후군 진단이 가능한지였다. 따라서 우선 보호자에게 반려견을 데리고 병원을 방문해 상태확인 및 병력청취를 한 다음 자세한 내용을 설명 듣는 게 좋다고 답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여러 원인에 의해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돼 과량의 호르몬이 분비되며 모든 조직에 염증과 이상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쿠싱증후군이다. 대표적인 원인은 뇌하수체와 부신 자체에 발생한 종양이다. 이것만 봐도 이 질병은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지난 칼럼에서도 다뤘듯이 이 질병의 진단은 먼저 쿠싱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들이 뚜렷한지 판단하고 혈액, 요, 방사선검사 등 사전검사에서 충분히 의심될 때 쿠싱증후군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밀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정밀검사는 보통 ACTH자극시험과 저용량덱사메타손억제시험(LDDST)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두 검사의 결과와 증상 사전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질병여부를 판단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환자의 상황에 따라 검사결과의 특이도, 민감도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결과해석이 모호해서 결정이 힘들거나 부신종양이 의심될 때는 고용량덱사메타손억제시험(HDDST)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기존의 진단검사를 1~2개월 이내에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부신종양이 의심되면 복부초음파나 복부CT촬영 등을 진행, 종양의 부신 침습정도를 평가해 외과적으로 수술을 할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명확하게 쿠싱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고 오진의 확률이 현저히 감소한다. 진단 후에 주치의 안내에 따라 치료약 처방과 용량 결정 과정을 거쳐 투약과 정기검진을 진행하면 환자는 점차 안정될 것이고 극심했던 증상들은 하나둘 사라질 것이다.

앞서 보호자가 문의한 내용인 요검사만으로 진단이 가능한지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정밀검사 전 쿠싱증후군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 중 ‘요 코르티솔·크레아티닌 비율검사(UCCR test)’에 대해 설명을 듣고 오해한 것이 틀림없다. 이 검사는 쿠싱증후군일 확률이 충분히 있는지 의심해보는 검사로만 쓰이고 진단검사로는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쿠싱증후군은 내분비계통의 종양성 질병이며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너무 증가해 모든 조직과 장기를 염증상태로 몰아넣고 대사과정에 혼란을 야기해 자의 몸 상태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쿠싱증후군이 의심될 때는 주치의와 의논하며 신속히 또 신중을 기해 진단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호자가 질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진단과정이나 치료과정에서 보호자의 오해·오판에 의한 검사, 치료포기 등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자가 병을 명확히 이해해 형성된 주치의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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