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추락하는 고양이는 날개가 없다!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추락하는 고양이는 날개가 없다!
  • 신성우 화성 병점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ㅣ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7.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성우 화성 병점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
신성우 화성 병점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

퇴근하고 보니 냉장고에 올라가 있는 고양이. 고양이는 높은 곳을 참 좋아한다. 왜 그럴까? 야생고양이는 쥐·토끼 등을 잡아먹는 포식자이자 코요테·올빼미·독수리 등에게 잡아먹히는 피식자다. 높은 곳에 올라가 있으면 먹잇감을 잘 볼 수 있고 포식자를 피하는 데도 유리하다. 반려묘도 이런 습성을 물려받아 냉장고나 캣타워처럼 높은 곳을 좋아한다.

창틀 역시 고양이가 좋아하는 높은 곳이다. 창틀에선 일광욕도 할 수 있고 바깥세상 구경도 할 수 있으니 명당이 따로 없다. 그런데 요즘처럼 무더운 날 행여나 창문을 열어놨다간 창틀에 있는 고양이에게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호기심이 많은 어린 고양이라면 창틀에서 놀다가 발을 헛디디거나 새·나비 등에 이끌려 추락할 수도 있다.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큰 상처 없이 잘 착지한다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고양이는 추락할 때 본능적으로 정위반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위반사란 네 다리가 하늘을 향한 채 떨어질 때 재빨리 몸을 돌려 자세를 바로잡는 것을 말한다. 몸을 다 돌린 다음엔 날다람쥐처럼 네 다리를 뻗어 공기저항을 최대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추락하는 고양이에겐 날개가 없다. 아무리 고양이가 탁월한 균형감각과 착지능력을 지녔다고 할지라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다치기 쉽다. 작은 부상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쇼크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발생하는 여러 부상을 통칭해 ‘고소추락증후군’이라고 한다. 턱·치아·다리·골반·척추 등이 부러질 수 있고 폐가 손상돼 폐출혈이 생길 수도 있다. 복강장기나 척추가 손상될 수도 있으며 이때 쇼크나 마비가 따라올 수 있다. 높은 데서 떨어진 고양이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더라도 속으로는 장기가 손상됐을 수 있다. 따라서 꼭 동물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고소추락증후군은 100% 예방할 수 있다. 방법은 방묘창을 설치하는 것이다. 방충망은 약해서 고양이가 쉽게 뜯어낼 수 있다. 여름엔 창문을 열어두는 집이 많은데 고양이를 키운다면 방묘창 없이 창문을 여는 건 금물이다. 우리 집은 창문 위치가 높으니 괜찮을 거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고양이는 창문 주변에 가구만 있다면 얼마든지 창틀로 뛰어오를 수 있다. 만약에 창문을 열고 청소해야 할 땐 꼭 고양이를 다른 방에 둬야 한다.

고소추락증후군이 창틀에서 떨어질 때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선반이나 캣타워에서 떨어질 때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일은 비만고양이에게 잘 나타난다. 아무래도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만은 만병의 근원일 뿐 아니라 사고도 부르기 때문에 체중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이 있다. 호기심 많고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특성을 잘 이해해서 혹시 모를 고소추락증후군이 발생하지 않게 주의하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