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은 전신을 순환하면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생명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밖에도 체온과 호르몬을 조절하고 몸에서 생긴 노폐물을 운반하면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혈액 안을 구성하는 성분을 살펴보면 크게 혈장과 혈구로 나눌 수 있다. 혈장은 혈액의 약 55%를 차지하는 액체성분이며 나머지를 혈구(백혈구·적혈구·혈소판)라고 부른다. 이번 시간에는 각각 혈구들의 종류와 역할을 알아보고 이들이 감소했을 때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 보호자와 수의사가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각 혈구의 기능을 알아보자. 먼저 적혈구는 산소를 폐로부터 신체와 조직으로 운반하는 기능을 한다. 이때 적혈구 안에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과 산소를 결합해서 이동하게 된다. 두 번째로 백혈구는 감염원을 탐식하고 파괴한다. 또 항체를 생산하기도 하며 외부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면역'을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혈소판은 혈관이 손상됐을 때 지나친 출혈을 막아주는 혈액응고의 역할을 한다. 이렇듯 다양한 혈구들의 활동을 통해서 생명이 유지된다. 이들은 '골수'라고 하는 뼈 안의 스펀지 같은 조직에서 조혈세포들로부터 생산되고 성숙돼 혈액으로 방출된다. 쉽게 말해서 '혈구생산공장'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위에서 소개한 모든 종류의 혈구들이 동시에 감소하는 증상을 '범혈구감소증'이라고 한다. 적혈구가 감소하면서 빈혈이 생기고 혈소판이 감소하면서 지혈장애와 출혈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 백혈구가 감소하면서 면역까지 저하돼 정도에 따라 생명이 매우 위급한 상황이 발생되기에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요구된다.
범혈구감소증 원인을 진단하기 위한 분류는 크게 조혈골수세포의 생산이 감소하는지, 증가하는지로 나뉜다. 패혈증이나 일부 자가면역매개성 질환, 종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산 감소에 대한 결과로 범혈구감소증이 나타나게 된다. 이렇듯 골수 안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골수검사를 통한 세포·조직검사가 필요하다. 보통 진정이나 마취하에 전완골·대퇴골·장골에서 골수를 채취하게 된다. 대부분 혈소판감소증을 가지고 있어 시술 후 출혈경향부터 빈혈악화의 가능성이 높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골수채취 이후 골수 안의 환경과 세포변화들을 살피게 되는데 골수형성저하(hypoplasia), 무형성(aplasia), 골수괴사, 골수섬유증, 골수황폐증(myelophthisis), 골수이형성, 종양세포의 유무 등을 관찰한다. 수의사는 골수검사에서 나타난 소견을 바탕으로 원발질환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진단을 위한 검사를 실행하거나 치료를 진행한다.
범혈구감소증의 치료는 주로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이뤄진다. 골수에서 혈액생산을 촉진하는 약을 처방하거나 혈액수혈을 통해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을 대체해 주고 항생제 처방을 통해 감염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
수의사는 문진 시 보호자에게 반려동물이 위 증상이 나타나기 전 골수생산저하를 유발하는 약물을 복용한 경력이 있는지(에스트로겐, 일부 항생제, 펜벤다졸 포함 구충제), 감염성 질환(진드기매개질환, 파보바이러스감염, 세균감염)을 진단받거나 치료한 경력이 있는지 등을 꼼꼼한 대화를 통해 확인한 후 빠른 감별진단을 하는 것이 좋겠다. 범혈구감소증은 원인에 따라서 예후가 매우 나쁘거나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로 극명히 나뉜다. 적극적으로 골수검사를 진행해서 정확한 진단을 하면 좋은 예후를 가지는 반려동물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