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소화기종양 진단은 사형선고? 꼭 그렇지 않아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소화기종양 진단은 사형선고? 꼭 그렇지 않아요!
  • 김희은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중증내과질환센터 부원장ㅣ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9.2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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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은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중증내과질환센터 부원장

동물병원에서 가장 많이 보는 진료를 꼽으라면 피부 진료와 구토·설사 진료다. 구토·설사 진료 시에는 정말 다양한 질환이 진단된다. 그중 보호자들이 가장 받고 싶지 않은 진단명은 아마 종양일 것이다.

소화기종양은 다양한 형태로 진단된다. 소화기의 벽이 전체적으로 또는 국소적으로 두꺼워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종양덩어리로 위와 장이 막히거나 소화기의 벽이 천공된 경우도 있다.

보호자에게 이러한 소견에 대해 전달할 때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미리 눈물을 닦아줄 티슈를 준비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진료실로 들어간다.

보호자들이 가장 먼저 궁금해하는 부분은 이 두 가지다.

“치료될 수 있나요?” “우리 강아지 (또는) 고양이가 얼마나 살 수 있나요?”

필자는 수많은 소화기종양 진료를 봐왔지만 늘 대답은 똑같다.

“모릅니다.”

이는 경험이 없어서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다. 소화기종양은 종류가 너무나도 다양하고 종류에 따라 예후와 치료법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지속적인 소화기출혈로 계속 빈혈이 생긴 노령견이 있었다. 위 내에서 종괴가 여러 개 확인됐다. 강아지의 최종 진단명은 형질세포종(양성종양). 강아지는 노령이지만 수술 후 2년 동안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계속되는 구토로 체중이 심하게 줄고 쇠약해진 노령견 이야기다. 이 강아지도 위에 커다란 종괴가 있었다. 최종 진단명은 평활근종(양성종양). 하지만 역시 수술 후 잘 지내고 있다.

소화기종양은 림포마, 소화기선암종 등 악성종양의 진단비율이 더 높지만 조직검사나 최소 세침검사 전에는 종양의 악성 및 양성여부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전이여부 등에 따라 의심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종양의 진단에는 조직검사가 필수적이다.

물론 조직검사를 위한 수술적 절제는 그 위험도가 있기에 복합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어차피 완치가 안 될까 봐 검사를 포기하는 것’은 소중한 기회를 포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검사를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소화기의 종괴라고 해서 모두가 다 나쁜 종양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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