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쌀쌀해진 날씨 속 고개 드는 ‘고양이 허피스·칼리시바이러스’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쌀쌀해진 날씨 속 고개 드는 ‘고양이 허피스·칼리시바이러스’
  • 박다솜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진료과장ㅣ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10.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다솜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진료과장

쌀쌀한 가을,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병원에도 유난히 감기증상으로 방문하는 고양이들이 많다. 보통 면역력이 약한 어린 고양이가 많지만 건강하던 성인 고양이도 재채기, 콧물, 열감 같은 감기증상을 보이며 동물병원에 온다.

고양이가 이러한 증상을 보인다면 ‘허피스바이러스(FHV; feline herpesvirus)’에 새로 감염됐거나 어릴 때 감염된 이후 잠복상태였다가 스트레스 등의 요인으로 다시 활성화된 경우가 많다. 허피스바이러스는 상부호흡기와 결막에 염증을 유발한다. 증상은 대표적으로 재채기, 투명한 물 같은 콧물로 시작해 세균 감염이 동반되거나 만성화되면 누런 콧물이 나는 호흡기증상을 보인다. 또 눈 찡그림, 눈물과 눈곱, 눈 충혈 등 안과증상이 대부분 함께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결막염과 콧물을 보이는 허피스 바이러스 감염묘

이것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고양이 중에서 아래 왼쪽 사진처럼 혀나 입천장에 궤양이 발견될 수 있다. 이 경우 칼리시바이러스 감염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다. 고양이는 얼굴이 워낙 작아 구강도 작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우리 고양이가 식욕이 좀 떨어진 것 같다’거나 ‘침을 흘린다’고 말하기도 한다.

(왼쪽부터) 구강 내 혀궤양을 보이는 칼리시바이러스 감염묘와 전신성 발현이 의심되는 고양이의 안면부 피부궤양

고양이 ‘칼리시바이러스(FCV; feline calicivirus)’는 우리에게 익숙한 코로나 감염경로처럼 보통 감염된 고양이의 콧물, 눈물, 침 같은 분비물이나 비말을 통해 감염되며 전염성이 매우 높다. 폐렴을 포함한 전형적인 호흡기질환 외에도 앞서 언급한 구강궤양과 많은 고양이가 앓고 있는 구내염과 관련이 깊고 때로는 다발성관절염 같은 의외의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바이러스가 드물게 돌연변이를 거치면 치명적인 전신성 발현(VS-FCV; virulent systemic FCV)이 나타난다. 이는 전신혈관염을 유발해 얼굴과 사지가 붓기도 하고 피부와 점막이 괴사해 주로 귀, 얼굴, 발에 궤양이 발생하며 출혈로 코피나 혈변을 보이기도 한다. 또 다발성 장기 부전을 초래해 간, 폐, 췌장 등 주요 장기가 손상돼 사망률이 무려 60%에 달한다.

칼리시바이러스를 진단하는 데는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PCR검사가 효과적이다. 고양이 호흡기질환은 여러 병원체가 함께 감염된 복합적인 경우가 많다. PCR검사는 최근 이슈가 된 인플루엔자바이러스나 비교적 흔한 허피스바이러스, 마이코플라즈마(mycoplasma) 같은 다른 병원체를 확인하는 데도 용이해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급박한 상황이거나 검사가 불가한 경우 명확한 임상증상이 있다면 추정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호흡기 PCR검사 결과의 예시

안타깝게도 고양이에게 안전하면서도 칼리시바이러스를 완전히 사멸할 수 있는 직접적인 치료제는 아직 없다. 증상을 완화하면서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기 위한 보조적인 요법으로 치료한다. 수액치료, 산소공급, 영양소 보충과 경우에 따라 적절한 항생제와 소염제를 사용한다. 때로는 인터페론 치료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치료 후 잘 회복할 수도 있지만 보균묘로 남아 만성구내염 등이 계속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합백신을 2개월령에 시작해 스케줄대로 세 번 접종한 후 항체가 잘 생겼는지 확인하는 항체가검사를 꼭 받길 바란다. 검사결과에 따라 당장 몇 차례 접종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6개월에서 1년 후 보강접종을 시작할 수도 있다. 어릴 때 이후 보강접종은 필수며 정기적으로 항체가검사를 함께 받는 것이 좋다.

집에 반려묘가 있는데 새로 고양이를 입양하게 됐다면 서로의 건강을 위해 일단 격리 후 각각 동물병원에서 꼭 진료받아보길 바란다. 형 고양이는 항체가 충분한지 확인하고 동생 고양이는 칼리시바이러스를 포함해 원충, 회충, 귀진드기, 백혈병 바이러스 등 전파가 가능한 병원체의 보균묘가 아닌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고양이가 감기증상을 보인다면 단순 감기만이 아닐 수 있다. 빨리 수의사를 찾아 세심한 진찰과 적절한 치료를 받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