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심한 구토·설사 후 갑자기 기력 뚝, 저혈량성 쇼크일 수도!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심한 구토·설사 후 갑자기 기력 뚝, 저혈량성 쇼크일 수도!
  •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 | 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10.1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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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며칠 전 구토 이후 기력저하로 온 환자가 있었다. 아침까지 괜찮았는데 보호자가 퇴근하고 왔더니 구토와 설사 흔적이 여러 군데 있고 그 주변에 반려견이 쓰러져 있어 바로 데려왔다고 했다. 크게 아픈 적도 없었는데 하루 만에 반려견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너무도 당황해했다.

검사결과 위 안에 이물질이 있었고 그로 인해 구토가 반복적으로 생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반려견의 상태는 단순히 위 이물만 꺼내면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청진하고 있는 귀를 의심할 만큼 심박수가 매우 느렸다. 정확히 1분에 30~40회 정도밖에 뛰지 않았다. 참고로 정상 소형견의 평균 심박수는 사람보다 조금 빠른 1분에 100~130 정도이다. 혈액검사결과 혈중 칼륨수치가 매우 높은 것이 확인됐고 방광에 소변이 전혀 없는 것이 확인됐다.

우리 몸에서 수치가 조금만 올라도 생명에 위협이 되는 전해질 중 하나가 칼륨이다. 정상범위가 3.5~5.5mEq/L 정도이며 7mEq/L만 넘어도 기력이 떨어진다. 더 심해지면 부정맥에 의해 심정지까지 생길 수 있는 응급상황으로 이어진다. 강아지뿐 아니라 사람도 정상보다 1.5~2배 정도만 상승해도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수치는 칼륨 말고는 없을 듯싶다.

물론 위험한 만큼 가벼운 이유로 쉽게 정상범위 밖으로 오르고 내리지는 않는다. 칼륨을 조절하는 기관들이 많으며 몸의 칼륨수치를 정상화하기 위해 기관들은 지속해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칼륨조절의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은 신장이다. 신장은 몸의 나트륨을 재흡수하고 소변을 통해 칼륨을 배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소변이 하루만 정상적으로 생성되지 않더라도 고칼륨혈증으로 인해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환자의 경우에도 이물로 장이 폐색돼 음식과 물의 흡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복적인 구토·설사로 인한 체액소실에 따른 저혈량성 쇼크로 신장 기능이 갑작스레 정지하며 소변이 생성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쇼크라는 말을 평상시에도 많이 쓴다. 보통 무섭거나 화가 나는 기분을 표현하는 말이지만 의학적으로 쇼크라는 말은 매우 심각한 상태를 이야기한다. 심각한 순환장애로 혈압이 떨어지고 조직에 산소량이 감소해 모든 장기를 손상할 수 있는 응급상황이다.

쇼크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흔한 원인은 심한 출혈, 탈수 등의 이유로 갑작스레 혈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게다가 나이가 많은 소형견은 점액종성 이첨판 변성의 심장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심장박출량이 떨어져 있다면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쇼크는 갑작스레 생기는데 사람이라면 응급실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겠지만 반려견은 스스로 자기상태를 이야기할 수 없다 보니 시간이 지연돼 질병이 진행될 때가 많다.

쇼크상태에서도 초기에 빠른 수액처치로 몸의 관류량을 늘려주면 빠르게 회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위의 경우처럼 급성 신장손상 또는 간손상, 췌장염 등의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결국 다발성장기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다. 사람도 응급실 사망원인 1위가 저혈량성쇼크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사람에게도 상황이 이러한데 병원방문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는 반려견, 반려묘의 사망률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처음에 소개했던 환자 또한 고칼륨혈증의 응급처치와 수액처치 이후 소변이 조금씩 생성되며 치료를 이어 나가고 있지만 심한 신장손상이 후유증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반려견, 반려묘는 사람보다 구토나 설사가 잦고 하루 정도 지나면 스스로 회복하는 것이 대부분이긴 하다. 따라서 구토할 때마다 우리 아이가 쇼크가 오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것은 심한 기우라 생각한다. 단 ‘이렇게 많이 구토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거나 ‘이렇게 설사를 많이 해도 괜찮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또 구토나 설사 이후 급격하게 기력이 약화한다면 동물병원에서 빠르게 혈압을 포함한 신체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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