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또래보다 유난히 작은 반려견, 간문맥전신단락 의심하세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또래보다 유난히 작은 반려견, 간문맥전신단락 의심하세요!
  • 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대표원장ㅣ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11.2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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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이제 막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보호자들은 가끔 우스갯소리로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필자 또한 작은 몸집의 강아지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반려견이 같은 견종보다 몸집이 유난히 작다면 질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오늘은 소형견에게 다발하는 간문맥전신단락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위장관·췌장·비장에서 나온 혈액은 간문맥을 타고 간으로 들어간다. 간으로 들어가면 해독작용을 거친 뒤 깨끗해진 상태로 간정맥과 후대정맥을 타고 심장으로 들어간다. 심장으로 들어간 혈액은 다시 전신으로 퍼지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간문맥과 후대정맥을 잇는 기형혈관이 존재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위장관 물질들이 간에서 해독작용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들어오면 전신으로 독소가 퍼지게 된다. 이 기형혈관을 간문맥전신단락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형혈관은 왜 생길까? 간경화처럼 심각한 간질환에 걸리면서 후천성 간문맥전신단락이 생길 수도 있지만 주된 원인은 선천성이다. 강아지가 어미 개의 배 속에 있을 때 태아는 탯줄을 통해 영양분이 든 혈액을 받는다. 이 혈액은 어미의 간에서 이미 해독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태아의 간에 들를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 혈액이 간을 우회해서 바로 심장으로 들어가게 하는 정맥관이 존재한다. 출생 뒤에는 혈액이 간을 거쳐 지나갈 수 있게 정맥관이 자연적으로 닫혀야 한다. 그런데 이 혈관이 계속 열려 있다면 기형혈관, 즉 선천성 간문맥전신단락이 된다.

간문맥전신단락이 있으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일단 앞서 언급했듯 성장에 관련된 문제가 나타난다. 간으로 영양분을 실은 혈액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아 간이 제대로 클 수 없는데 간은 영양소를 저장·가공해서 전신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기에 간이 작으면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 성장부진 외에도 신경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강아지가 섭취한 단백질이 분해되면 암모니아라는 독성물질이 생기는데 암모니아가 간에서 해독되지 못한 채로 전신에 퍼지다가 뇌혈관에 들어가면 발작, 서클링(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증상), 헤드프레싱(머리를 벽에 대고 누르는 증상) 등 신경증상이 나타난다.

간문맥전신단락은 수술로 단락혈관을 폐쇄해 치료한다. 단 혈관을 갑자기 막으면 혈액이 흐르는 방향이 바뀌면서 문맥고혈압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시에는 아밀로이드 링이나 셀로판밴드를 사용해 혈관을 서서히 닫아준다.

간문맥전신단락은 간성뇌증의 대표 원인으로 꼽힌다. 간성뇌증이란 간기능장애로 발작이 일어나는 병이다. 간문맥전신단락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성장부진이 발작보다 먼저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 집 강아지가 또래보다 작다면 동물병원을 찾아 검사받아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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