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거듭한 위암치료법…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조기발견”
“발전 거듭한 위암치료법…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조기발견”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2.2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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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듣는 질환 A to Z] 위암-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박도중 교수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습니다. 문제는 정보 창구가 다양해지면서 무분별한 건강정보들이 국민 인식을 흐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SCIE급 논문 작성 건수, 수상경력, 학회활동 실적 등을 토대로 명의를 선정, 다학제진료 사례를 통해 각 질환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는 ‘명의에게 듣는 질환 A to Z’ 기획기사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위암은 한국인의 대표 다빈도암으로 꾸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수술기법에 관한 학계의 관심은 단연 뜨겁습니다. 장기간 생존하는 환자들이 늘면서 이제 수술 후 삶의 질까지 고려한 수술법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박도중 교수는 복강경·로봇수술을 통한 최소침습수술, 근위부 위절제 후 이중통로문합술, 유문보존위절제술 등 다양한 위암수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며 임상현장에 도움이 되는 수술기법을 꾸준히 제시해왔습니다. 그를 만나 위암수술과 수술 후 관리에 대해 자세히 들었습니다. <편집자 주> 

박도중 교수는 “위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발견”이라며 “설령 발견이 늦더라도 여러 진료과가 힘을 합치는 다학제진료를 통해 얼마든지 치료방향을 찾을 수 있어 희망을 놓지 않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신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위암은 갑상선암, 폐암, 대장암에 이어 국내 암 발생률 4위를 차지했다. 순위는 다소 내려갔지만 위암은 짜게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과 연관이 깊은 데다 위내시경검사를 통한 조기발견율이 높아 늘 예의주시되는 암이다.    

- 위암도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젊은층에서 발생률이 높은 미만형위암은 예후가 좋지 않다고.

위암의 여러 유형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은 위선암이다. 위선암도 형태에 따라 미만형과 장형으로 나뉘는데 미만형이 바로 젊은층에서 주로 발견되는 위암으로 알려졌다.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졌지만 젊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생각한다. 국가검진으로 시행되는 위내시경검사는 40세 이후부터로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조기발견 기회가 적다. 

나이보다도 위암 예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암이 진행된 정도를 뜻하는 병기이다. 위암은 ▲얼마나 위벽을 침범했는지(T병기) ▲주변 림프절로 얼마나 전이됐는지(M병기) ▲간, 폐 등 다른 장기로 원격전이가 있는지(M) 등 크게 세 가지 병기로 나뉘며 이를 조합해 1~4기로 구분한다. 

- 수술 전 항암치료를 시행하는 선행항암치료가 최신 치료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위암에서는 어떠한가. 

조기위암은 일반적으로 내시경으로 절제하는 내시경점막하절제술을 시행한다. 조기위암보다는 더 진행된 상태이지만 원격전이가 없다면 수술을 시행한다.  

위암 역시 선행항암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 원격전이가 있거나 암이 주변으로 진행돼 수술로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항암치료를 먼저 진행한다. 위암에서도 효과가 좋은 항암제가 여럿 개발돼 4기 위암환자도 선행항암치료로 생존율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선행항암치료 시행과정에서는 여러 진료과가 협업하는 다학제진료가 뒷받침돼야 한다. 위장관외과, 병리과, 종양내과, 소화기내과, 핵의학과 등 관련 있는 과들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의 상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면서 항암치료와 수술시점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학제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공유하면서 앞으로의 치료방향을 설명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 올해 상부 조기위암환자의 복강경수술기법에 관해 의미있는 연구성과를 거뒀다고.  

상부 조기위암환자의 복강경수술 시 위전절제술보다 근위부 위절제 후 이중통로문합술을 시행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예후가 좋다는 것을 규명했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등 10개 기관이 진행한 다기관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했다.

아무리 조기위암이라도 위암이 상부에 발견됐을 때는 일반적으로 전절제를 시행한다. 중하부에 남은 위를 식도에 바로 이어주면 역류가 너무 심해 환자가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소장을 먼저 이은 후 남은 위를 이어 음식물이 내려가는 통로를 이중으로 만드는 이중통로문합술이 도입되면서 이 방법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만 전절제술보다 얼마나 좋은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위의 상부 3분의 1에 조기위암이 있는 환자 138명을 복강경 근위부 위절제 후 이중통로문합술군(68명)과 복강경 위전절제술군(69명)으로 나눠 여러 임상지표를 비교분석, 이중통로문합술이 상부 조기위암환자에게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수술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현재 한국 가이드라인에서도 이 수술을 하나의 치료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 

- 이중통로문합술을 통해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

위암환자들은 수술 후 비타민B12가 결핍돼 평생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분석결과 수술 후 평균 비타민B보충량수치가 전절제술군(2.5mg)보다 이중통로문합술군(0.4mg)에서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중통로문합술을 받으면 평생 비타민B12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다. 

삶의 질 평가에서도 신체기능점수(85.2점 vs 79.9점)와 사회적 기능점수(89.5점 vs 82.4점)가 이중통로문합술군에서 더 높게 나타나 수술 후에도 활력 있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위를 다 절제하지 않고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도 훨씬 덜 불안해한다. 

- 이밖에 환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수술법이 있다면.

요즘은 위암에서도 복강경·로봇수술을 통한 최소침습수술이 주류 수술로 자리매김했다. 보통 조기위암은 구멍을 5개 정도 뚫고 수술을 진행하는데 개인적으로는 3개 또는 1개로 구멍 개수를 더 최소화해 수술하고 있다. 유문보존위절제술도 시행하고 있다. 위 아래에는 음식이 빨리 넘어가게 조절해주는 괄약근인 유문이 존재하는데 이를 보존해 음식이 역류하지 않고 잘 내려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술법들은 통증뿐 아니라 오심 같은 불편한 증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빠른 회복을 돕는다. 

- 위암수술 후 관리도 매우 중요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외래진료를 통해 재발여부를 체크하는 것이다. 또 위암수술 후에는 여러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덤핑증후군이다. 음식물이 정상적으로 소화되지 못하고 소장으로 급격히 이동해 오심, 구토, 어지럼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사전에 덤핑증후군 예방법을 안내해주고 있다. 영양상담을 통한 식단 안내도 필수다. 지방, 단백질, 칼슘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들이 잘 흡수되지 않거나 조기포만감 때문에 잘 못 먹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 수술 후 관리에 발맞춰 환자들이 해야 하는 노력은.

▲짜고 ▲맵고 ▲탄 음식 먹지 않기 ▲과식하지 않기 등 크게 4가지를 당부한다. 또 먹는 양과 속도도 중요해서 ‘최대한 꼭꼭 씹어서 천천히 드시라’고 강조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고루 섭취하고 헬리코박터균이 확인되면 제균치료를 권한다. 술·담배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간혹 한잔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여지를 두는 환자들이 있는데 결국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세 잔이 되기 때문에 아예 금주하라고 얘기한다. 

가장 좋은 것은 음식을 통해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에도 관심이 간다면 딱 한 가지 정도만 먹는 것을 추천한다. 한꺼번에 여러 종류를 많이 섭취하면 간에 부담을 준다. 또 궁금한 점이 생겨도 인터넷에 의존하지 말고 나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담당의사와 상담할 것을 당부한다. 

- 40세 전에 위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가족이나 친척 중 위암 병력이 있거나 ▲술·담배를 하는 경우 ▲이전에 위수술을 받은 병력이 있는 경우 ▲위 용종, 만성위축성위염, 장상피화생을 진단받은 경우 등은 30대부터 1년마다 검사받을 것을 권한다. 이러한 위험요인이 오랫동안 위에 영향을 주면서 위암 발생률을 높이기 때문에 꾸준한 추적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 이밖에 위암 예방을 위해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무리한 다이어트는 위 건강에 좋지 않다. 균형 잡힌 영양소가 위에 공급되지 않으면 위암을 예방해주는 요소들이 부족해져 나쁜 인자들에 취약해진다. 기본적인 영양소는 고루 섭취해야 한다. 운동은 유산소운동뿐 아니라 약간의 근력운동이 더해져야 비만 예방에 좋다. 비만 역시 암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발견이다. 우리나라는 검진제도가 잘 돼 있어 위내시경검사를 통한 조기발견율이 높다. 다만 위에도 언급했듯이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국가검진연령 전에라도 위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 위암치료법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결국 치료가 잘 돼 좋은 결과를 내려면 조기발견이 선행돼야 한다.  

※ 박도중 교수는?

박도중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박도중 교수는 위암의 복강경·로봇수술의 대가이면서도 비만대사수술에도 임상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다. 또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수술법의 안전성과 효과 규명을 위해 연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위 절제술을 한 위암환자에게 우르소데옥시콜산(담즙 분비를 촉진하고 간세포를 보호하는 약물)을 투여, 담석 형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증명하기도 했다. 또 그는 현재 서울대병원 대외협력실장으로서 병원 홍보활동에도 힘을 싣고 있다.  

진료철학은 항상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자는 것. 진료시간이 한정돼 있지만 최대한 환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인다.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해 어떻게든 되게끔 노력한다.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최선을 다하게 돼 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환자도 의사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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