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변비탈출 대작전…때로는 수술도 필요하다고?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변비탈출 대작전…때로는 수술도 필요하다고?
  • 이영선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외과원장ㅣ정리·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1.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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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선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외과원장

변비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 고통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고양이는 태생적으로 물을 잘 먹지 않는 습성을 지녔기 때문에 변비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변비증상은 화장실에서 변을 보려고 오래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단단하고 푸석한 변이 소량만 나오거나 아예 변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변을 보고 있다고 해도 변의 양과 질이 떨어진다면 변비를 의심해야 한다. 심한 경우 식사량이 줄고 토하기도 한다. 복부팽만이나 배에 단단한 변이 만져지는 때도 있다. 변비를 한 번 앓았다면 재발이 흔하다. 변비가 의심되면 복부방사선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변비가 심한 고양이의 방사선사진

변비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환경적요인(운동부족, 화장실·모래문제, 환경변화) ▲배변자세나 배변에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항문기형, 골절, 항문주변염증) ▲대장외부에서의 압박(종양, 골반골절로 인한 뼈변형) ▲대장내부에서의 폐색(이물, 종양, 탈장) ▲신경·근질환(특발성 거대결장, 척수질환) ▲약물영향 ▲대사·내분비문제 ▲비만 등이 있다.

변비는 그 자체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히 치료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거나 꾸준한 내과관리가 필요한 질환이 원인이기도 하며 외과적인 수술이 필요하기도 하다.

변비치료의 방향은 크게 홈케어, 내과치료, 외과치료로 나눌 수 있다. 변을 보지만 변비가 의심되는 정도이거나 변비 초기라면 집에서 환경·식이관리를 해줄 수 있다. 배변하기 가장 편안한 화장실과 모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주식으로 식이섬유가 많은 처방사료나 습식같이 수분이 많이 함유된 식이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또 유산균을 먹이고 물을 많이 먹을 수 있게 하자. 이러한 홈케어는 내과·외과치료를 받고 난 환묘들에게도 해당한다.

거의 변을 못 보고 구토, 식욕저하까지 동반됐다면 반드시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약물복용만으로 해결될 수도 있지만 변이 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면 관장을 해야 한다. 단 집에서 사람 관장약을 먹이거나 직접 배를 압박해 관장을 시도하는 것은 금물이다.

집에서 관장하면 제대로 변이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골반강이 좁아져 있거나 장종양이 있는 등 원인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관장은 위험하다. 상태에 따라 다양한 변비약을 조합해 먹이고 때로는 수액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장의 운동성이 떨어져 있어 장운동성을 증진하는 약물을 처방하기도 한다. 변비에 대한 해결과 함께 원인에 대한 파악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변비로 인해 수술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는 거대결장이나 골반뼈 이상으로 변비가 발생했을 때이다. 거대결장이란 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장이 지나치게 팽창되고 늘어진 상태를 말한다. 정상 장보다 직경이 넓고 장의 기능을 상실해 이 부분에서 항상 변이 정체하게 된다. 고양이 변비의 주된 원인이 명확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 거대결장이다. 거대결장 역시 내과치료와 홈케어로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매우 심하고 지속적인 관장이 필요하다면 기능을 상실한 장을 절제하는 ‘결장절제술’을 실시한다.

골반뼈 이상에 따른 변비란 무엇일까? 선천적으로 골반이 틀어져 있거나 사고의 후유증으로 골반이 골절되면서 골반강이 좁아진 환묘들이 있다. 변은 골반강을 통과해야 항문을 통해 나올 수 있는데 출구로 가는 길이 좁다면 배변을 원활하게 할 수 없다. 이 경우 골반강을 넓혀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래전에 골절된 뼈가 이상한 형태로 붙어 버린 경우가 많아 수술이 매우 까다롭다.

또 골반강이 정상에 비해 좁다고 무조건 변비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신경이상이나 거대결장처럼 다른 질병이 함께 발생한 경우도 많아 수의사와 신중히 상담해야 한다. 이밖에도 항문기형, 탈장, 종양 등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고양이는 변비가 있다고 스스로 좋은 음식을 찾아 먹거나 약을 챙겨 먹거나 혼자 동물병원에 갈 수 없다. 행복하고 건강한 묘생을 위해 항상 배변활동을 주시하고 이상이 감지되면 초기에 관리와 치료를 시작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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