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등이 물결치듯 꿀렁꿀렁…고양이 ‘지각과민증후군’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등이 물결치듯 꿀렁꿀렁…고양이 ‘지각과민증후군’
  • 신성우 화성 병점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정리·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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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우 피어프리 중점진료 동탄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

고양이는 예민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동물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감각기관이 워낙 뛰어난 바람에 사소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피부도 그중 하나로 어떤 고양이는 피부민감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 문제가 된다. 이것을 ‘지각과민증후군’이라고 한다.

지각과민증후군의 주된 발병원인은 스트레스와 풍부하지 못한 환경이 라고 추정하고 있다. 과거 수의계에서도 실체가 있는 질병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견조차 분분했다.

지각과민증후군의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등이 물결치듯 꿀렁거리는 것이다. 아무런 자극이 없는데도 또는 보호자가 쓰다듬을 때도 그럴 수 있다. 아무리 가볍게 쓰다듬어도 자극이 불편해 자리를 피하고 해당 부위를 핥거나 보호자를 물려고 할 수 있다. 증상이 워낙 모호한 부분이 많아 증후군이라 호명된다.

또 ▲뒤에서 무엇이 자신을 괴롭히는 것처럼 갑자기 뛰어올라 꼬리 쪽으로 몸을 돌리거나 ▲꼬리를 쫓거나, 흔들거나, 깨물거나 ▲꼬리를 심하게 치거나 강박적으로 스크래치를 하고 ▲귓병이 없는데도 귀를 여러 번 털거나 ▲허리나 꼬리를 지나치게 핥으며 ▲헛것이 보이듯 허공이나 바닥을 빤히 바라보는 등의 증상이 있다. 증상은 1~2분 정도 나타났다 사라지며 증상이 나타나는 동안 동공이 확장되기도 한다.

단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지각과민증후군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따라서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벼룩 알레르기는 가려움증이 극심해 주로 꼬리나 뒷다리의 털이 빠질 정도로 심하게 핥는다.

골관절염도 마찬가지로 허리, 뒷다리, 꼬리 등 아픈 곳을 오래 핥는다. 또 증상 발현 직후 발작하면 뇌신경계질환도 의심해야 한다. 꼬리신경과민증에 걸리면 가려움증이나 통증으로 인한 자극들이 누적되면서 더욱 예민해지고 이로 인해 자신의 꼬리를 물고 공격하기도 한다.

이처럼 비슷한 증상이 많아 반려묘가 지각과민증후군에 걸린 것으로 오해하는 보호자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각과민증후군은 다양한 검사를 통해 수의사가 의심질병을 차례로 배제한 후 소견을 내리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고양이가 이상행동을 보인다면 꼭 영상으로 남겨 수의사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

지각과민증후군은 강박증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강박증에 관련한 유전적소인도 의심할 수 있는데 강박증 호발 품종으로는 버만, 샴, 러시안블루, 아비시니안 등이 있다. 반려묘가 가벼운 지각과민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무료함과 스트레스, 불안을 줄여야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환경 풍부화를 위해 창가에 해먹이나 캣타워를 설치하거나 매일 2~3회 15분씩 사냥놀이를 해주고 놀이나 식사는 규칙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좋다.

상태나 정도에 따라 수의사의 약물처방도 가능하다. 증상이 경미하다면 영양제만 써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자해행동을 보이거나 경련을 일으킬 만큼 심한 경우에는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주는 약물을 평생에 걸쳐 먹어야 한다. 수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보호자의 적절한 관리가 뒷받침된다면 지각과민증후군을 앓고 있는 반려묘도 얼마든지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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