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위험 5배 높은 ‘심방세동’…냉각풍선절제술로 새로운 희망 찾아
뇌졸중위험 5배 높은 ‘심방세동’…냉각풍선절제술로 새로운 희망 찾아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4.02.2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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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동혁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동혁 교수는 “심방세동이 만성화되기 전에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며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심방세동 역시 진단과 동시에 시술에 들어가야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혁 교수는 “심방세동이 만성화되기 전에 빨리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며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심방세동 역시 진단과 동시에 시술에 들어가야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억번.

평생 뛰는 사람의 심장박동 횟수다. 10억번을 뛰는 심장의 끈기 탓인지 경쟁사회 속에서 우리는 심장과 함께 항상 뛰어다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은 반드시 적용된다.

‘둥! 둥!’ 거리며 리듬을 지켰던 심장이 어느 순간 고장이 났다. 심장은 매우 솔직한 기관이다. 누굴 좋아하는지, 스트레스를 받는지, 잠은 잘 잤는지, 거짓말은 했는지 등 남은 속일 수 있어도 심장은 속일 수 없다. 심방세동 역시 마찬가지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불규칙하게 떨리면서 나타나는 부정맥이다. 심장은 폐동맥을 통해 우심실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고 폐에서 산소를 얻은 혈액을 폐정맥을 통해 좌심방으로 받는다. 심방세동은 대부분 좌심실과 연결되는 폐정맥 안쪽에서 빠르고 불규칙한 전기신호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심방세동은 60세 이상에서 주로 나타나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생률과 유병률이 높아진다. 신체노화가 원인 중 하나지만 어쩌면 쉼 없이 달려온 심장이 신체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신호일지 모른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심방세동 관련 환자는 2022년 기준 약 25만9052명으로 지난 10년간 약 125% 증가했다. 심방세동은 만성부정맥으로 진행돼 혈전을 유발하고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다행히 의료기술의 발전은 질병의 고통을 줄여줬다. 과거 일원화됐던 치료법도 다양해졌다. 수술뿐 아니라 다양한 시술로도 심방세동을 치료할 수 있게 된 것. 김동혁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와 심방세동 치료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 심방세동은 뇌졸중발병률이 5배 높다.

부정맥(不整脈)을 풀이하면 ‘정확하지 않은 맥’이다.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혈전이 발생한다. 이 혈전이 머리로 가면 뇌경색이 되는 것이다. 보통 고령환자에서 혈관이 좁아진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반면 40~50대 환자 중 혈관이 좁아지지 않고 원인이 불명한 경우 심방세동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원인불명의 뇌경색의 25% 정도는 심방세동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심방세동은 심뇌혈관질환 중 하나다. 심뇌혈관질환 특성상 진단이 늦을 텐데.

심방세동의 증상이 있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30%도 되지 않는다. 즉 나머지 약 70%는 증상이 없어 늦게 진단된다. 실제로 고령의 심방세동환자의 경우 건강검진 중 심전도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 국가건강검진에는 심전도검사가 없다.

심뇌혈관질환은 조기진단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조기진단을 위해 심전도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넣어야 한다는 이슈가 있다. 현재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적인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는 65세 이상에서 심전도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 심방세동의 조기진단율은 어느 정도인가.

심방세동이 처음 발견됐을 때를 ‘발작성심방세동’이라고 한다. 반면 1년이 넘으면 ‘지속성심방세동’이라고 한다. 발작성심방세동 진단율은 데이터마다 다르다. 단순히 유병률 자체를 보면 과거에는 보통 1~2%라고 보고됐다. 고령화로 인해 2050~2060년이 되면 5%가 넘는다. 실제로 최근 10년 새 유병률은 거의 2배가 됐다. 심방세동의 유병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 심방세동 고위험군환자는.

고령층, 고혈압, 당뇨 또는 이전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던 환자들이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또 이전부터 심근경색, 협심증, 심부전 등을 앓았던 환자들도 고위험군에 포함된다.

- 심방세동 진단과정과 치료방법이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심전도로 진단한다. 이후 심방세동으로 진단되면 부정맥 약제를 사용한다. 약제에 반응이 없을 경우 시술을 고려한다. 해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진단 된 이후 6주 이상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제를 사용했지만 부정맥이 발생하게 될 경우 시술을 진행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이 엄격한 이유는 시술 비용의 95%를 나라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 글로벌 치료가이드라인과 차이가 있는지.

부정맥 약제는 증상을 조절할 뿐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다. 시술부터 근본적인 치료라고 표현한다. 요즘 미국, 유럽 등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약물 사용 시 시술시점을 놓치기 때문에 진단과 동시에 시술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거의 모든 데이터가 일관성 있게 시술을 빨리 진행할수록 효과가 좋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국가 경제적인 의료비용의 차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단 심실빈맥이나 급사의 위험이 있는 경우 시술을 바로 진행할 수 있다.

- 시술에는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이하 고주파시술)과 냉각풍선절제술 등이 있다.

심방세동은 좌심방의 폐정맥에서 발생하는데 그 신호를 없애는 것이 시술 목적이다. 단 고주파시술은 열에너지를 이용하고 냉각풍선절제술은 영하 89도 이하의 에너지를 활용한다는 점이 차이다. 특정 시술이 100% 좋은 것은 아니며 각 시술마다 장단점이 있다. 또 두 시술 모두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는 고주파시술과 냉각풍선절제술 모두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진행하는 시술의 경우 냉각풍선절제술을 선호한다고 적시돼 있다.

- 냉각풍선절제술에 관해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냉각풍선절제술의 경우 시술을 진행하기 전 환자의 CT를 찍는다. 냉각풍선절제술이 가능한 모양인지 예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만성인지 급성인지에 따라 시술방법이 다르다. 실제로 두 시술 모두 초기에 진행하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 환자 입장에서는 냉각풍선절제술이 훨씬 편하다. 고주파시술은 시술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 또 고주파시술의 경우 점을 찍을 때 천공이 생기면 사망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냉각풍선절제술은 대부분 2시간 이내에 시술이 끝나기 때문에 환자가 느끼는 불편감이 덜 하다. 퇴원기간도 짧다. 따라서 고령환자에서는 고주파시술보다는 냉각풍선절제술을 더 선호한다. 현재 냉각풍선절제술을 100건 정도 진행했는데 고령환자에서는 냉각풍선절제술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합병증도 적고 시술 기간도 짧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 2019년 아시아 태평양 부정맥학회에서 흥미로운 연구결과 데이터가 발표됐는데. 

냉각풍선절제술이 초기 지속성심방세동환자의 심방세동 발생 부담 감소 및 삶의 질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였다. 연구에 따르면 냉각풍선절제술은 초기 지속성심방세동환자의 질환부담을 시술 후 12개월 만에 10.1±25.7%(n=115)까지 감소시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냉각풍선절제술 시행 후 심방세동 부담이 큰 환자(80% 이상)의 비율 또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즉 고주파시술이나 냉각풍선절제술의 치료효과는 동등하다.

- 냉각풍선절제술이 어려운 환자군은.

냉각풍선절제술은 동그란 풍선 모양의 도구를 통해 폐정맥을 절제하기 때문에 CT나 MRI를 통해 환자마다 구조를 살펴보고 시술의 적합성을 확인해야 한다. 구멍이 너무 작거나 모양이 풍선에 적합하지 않으면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

- 심방세동은 시술이나 수술했을 때 완치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암은 5년 이후에 완치됐다는 표현을 한다. 이는 5년 동안 재발을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앞으로 재발할 확률이 5% 미만이라는 뜻이다. 시술도 그렇다. 시술을 진행해도 재발할 수 있다. 발작성의 경우 재발률은 10~20%이다. 또 만성일 경우에는 40~50%이다. 평균적으로 재발률이 약 30% 정도 된다. 젊은 사람들의 재발률은 시술을 빨리 할수록 더욱 낮다. 하지만 재발가능성은 늘 있기 때문에 완치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 결국 정기검진을 통한 예방이 중요한 것인가.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정리돼 있다. 환자가 시술 후 한 달 만에 재발했다고 방문했을 때 실제로 심방세동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재발은 아니다. 보통 시술 이후 3개월을 블랭킹 기간(blanking period)이라고 해 3개월 동안에는 오히려 더 활성화된다. 시술하는 동안 혈관에 특정 힘을 가한 상태이기 때문에 혈관이 부어있는 것이다. 블랭킹 기간에는 심방세동이 보여도 3개월 후 재발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1년에 한 번씩 집에서 쓰는 심전도검사인 홀터 심전도검사(24시간 심전도, Holter)를 진행한다.

- 시술 후 환자가 신경 써야 하는 일상생활 속 수칙은.

심방세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금주다. 실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술이 극단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3개월간은 절대 술을 먹지 못하도록 당부한다.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근육운동 대신 일주일에 3번, 30분 조깅 같은 유산소운동을 권장하며 짜게 먹는 식단을 멀리 하라고 조언한다.

- 심방세동 치료환경에서 개선돼야 하는 점이 있다면.

심방세동이 만성화되기 전에 빨리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 미국의 경우 환자가 40~50대라면 의사 입장에서는 진단 이후 빠르게 시술을 진행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6주나 약물을 복용하며 기다려야 한다. 40~50대 환자들은 초기에 빠르게 시술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이득인 만큼 보험기준 완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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